1. 기획의도
- 일상생활에서 나오는 종이 상자, 신문지, 빈병 등 폐품에 큰 의미를 두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하는 재활용품 분리수거도 귀찮은 일이다. 그러나 쓸모없이 버려지는 이런 폐품들은 누군가에게는 생명과도 같이 소중한 물건이 된다.
출퇴근 길이나 동네 주택가를 걸어갈 때 최근 들어 부쩍 눈에 많이 띄는 사람들이 있다. 밖에 내 놓은 종이 상자나 빈병 등 폐품을 줍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50-60대도 종종 있지만 대부분이 70-80대 고령자들이다.
이 추운 겨울 날 불편한 몸을 이끌고 폐품을 줍는 사람들은 도대체 누굴까?
폐품을 주워 팔면 얼마나 벌까? ‘시사기획 KBS 10’은 최근 우리 주위에 급증하고 있는 폐지 줍는 노인들을 심층 취재해 70-80대 고령의 노인들이 직면한 절대 빈곤의 문제를 파헤쳤다.
2. 주요 내용
- 폐지 줍는 노인... 24시간 밀착 취재
우리는 서울시 관악구의 한 지하방에 살고 있는 74살 박모 할머니를 만났다.
박 할머니는 명절이나 날씨가 아주 나쁠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폐지 줍는 일을 하고 있다. 10년 째 이 일을 하고 있지만 요즘처럼 힘든 적이 없다. 최근 들어 폐지를 주워 팔아 생활하는 노인이 급증해 경쟁이 매우 치열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박 할머니의 하루 일을 밀착 취재했다. 오전부터 늦은 밤까지 폐지를 주워 고물상에 팔아 받은 돈은 7천 원 정도에 불과했다. 폐지는 1킬로그램에 150원 정도를 받을 수 있는데 7천 원을 벌려면 50킬로그램에 가까운 폐지를 모아야 한다.
- 교통사고에 동상까지.. 폐지 수거 아니면 살 수 없다.
서울의 한 지역 정책연구소가 관악구의 폐지수거 노인 127명을 조사한 결과, 80%가 70세 이상의 고령자였다.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폐품을 주워 한 달에 버는 돈은 10만 원 미만이 32%, 10만 원에서 20만 원이 36%로 가장 많았으며 40만 원 미만이라는 응답자가 90%로 나타났다.
우리는 취재 과정에서 동상에 걸린 노인을 2명 만날 수 있었다.
유난히 추운 올 겨울 거의 하루 종일 밖에서 폐품을 줍다 보니 손과 발에 동상이 걸린 것이다. 또 거리에서 하는 일이다 보니 교통사고를 당하는 노인들도 상당하다. 우리는 폐지를 줍다 차에 치여 16주 진단을 받고 입원해 있는 할머니도 만나 심층 인터뷰했다.
하지만 폐품 수거일이 아무리 힘들더라도 손을 놓을 수가 없다.
고령이라 일자리를 주는 데도 없고 모아 놓은 재산도 없어 폐지 수거일이 아니면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
- 자식 있으면 기초생활 수급자 될 수 없다?
서울시 관악구의 폐지 수거 노인 127명 대다수가 최저생계비 이하로 생활하는 절대 빈곤층에 속해 있지만 기초수급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87%에 달했다.
기초수급을 받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부양의무자 제도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기초 수급자가 되기 위해서는 아들, 딸 등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있어도 부양 능력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진 부양 능력 판단 기준, 재산의 소득 환산률 문제 등으로 절대 빈곤층에 속하지만 기초생활 수급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광범히 하게 존재하고 있다.
- 폐지 수거 노인 에너지 빈곤 실태 조사
시사기획 KBS 10은 서울시 관악구의 폐지 줍는 노인 37가구를 현장 방문해 에너지 빈곤 실태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89%에 달하는 33가구가 소득의 10% 이상을 광열비로 지출하는 에너지 빈곤층에 속해 있었다.
특히 광열비로 5만 원 미만으로 지출한다고 답한 5가구의 평균 실내 온도는 11도 정도로 나타났다. 돈을 아끼기 위해 난방을 거의 하지 않거나 난방을 해도 커다란 경제적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 폐지 줍는 노인 생애사적 심층 인터뷰
KBS 10은 에너지 빈곤 실태 조사와 함께 폐지 수거 노인 개개인에 대한 심층 면접을 실시해 이들이 살아 온 인생 이야기도 들어봤다.
한 사람 한 사람 각기 다른 인생 이야기이지만 우리는 노인들과의 인터뷰에서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일제시대에 태어나 한국 전쟁을 겪고 경제 고도 성장기를 지내 온 이들은 젊었을 때도 소작농이나 비정규직 등에 종사하며 가난한 인생을 살았다.
그렇다 보니 자식들 교육도 제대로 시키지 못한 경우가 많았으며 자녀들의 형편도 좋지 않아 부양을 받기가 쉽지 않은 빈곤의 대물림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1980년 대 후반에 도입된 국민 연금에 가입한 경우도 거의 없고 먹고 살기도 바쁜 인생을 살아온 이 노인들에게 노후 대책은 이룰 수 없는 꿈과도 같았다.
(출처:KBS 시사기획 10 - 황혼의 빈곤, 폐지 줍는 노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