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창문 사이로 하얗게 별이 뜨던 그 교실
나는 기억해요 내 소년시절에 파랗던 꿈을
세상이 변해갈 때 같이 닮아가는 내 모습에
때론 실망하며 때로는 변명도 해보았지만
흐르는 시간 속에서 질문은 지워지지 않네
우린 그 무엇을 찾아 이 세상에 왔을까
그 대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홀로 걸어가네
세월이 흘러가고 우리 앞에 생이 끝나갈 때
누군가 그대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나 지나간 세월에 후횐 없노라고 그대여
-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무한궤도 (1989)

2014년 10월 27일. 가수 신해철이 우리 곁을 떠난 지 어느덧 3년이 되었습니다. 가을을 맞을 때쯤이면 으레 그의 노래를 찾아듣게 됩니다. 요즘은 문득 이 노래에 마음이 갑니다. 어느 새벽녘 아내가 그러더군요. 잠꼬대로 무슨 노래를 흥얼거리더라고요. ‘대답할 수 있나 지나간 세월에 후횐 없노라고’ 이 소절을 잠꼬대로 불렀다고 합니다. 노래를 듣다 잠이 들었고 그게 밤새 제 안에서 재생이 되었나 봅니다. 그러니 이번 달 소재는 이 노래로 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나는 기억해요 내 소년시절에 파랗던 꿈을
신해철이 활동한 밴드 무한궤도는 <그대에게>로 1988년 대학가요제 대상을 수상하고 멤버를 일부를 바꾼 후 1989년 1집이자 마지막 앨범을 발표합니다. 앨범 타이틀곡이 바로 신해철이 작사, 작곡한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입니다. 이후 자기성찰적인 노래들을 꾸준히 발표한 신해철의 음악 성향이 시작된 노래라고 볼 수 있지요.
이 노래는 사회복지사들에게 커다란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사회복지사로 어떤 삶을 살고자 하고, 어떻게 살고 있나’. 신해철은 초반부 ‘내 소년시절에 파랗던 꿈’이라는 가사에서 초심을 이야기합니다. 사회복지를 시작한 초심은 무엇이었나. 무엇을 하려고 사회복지사가 되었을까. 사회복지를 선택하면서 품은 마음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 마음을 얼마나 잘 지키고 성장시키고 있을까요.
우린 그 무엇을 찾아 이 세상에 왔을까
이 노래를 관통하는 핵심 구절입니다. 신해철은 인생에 대해 묻고 있지만 사회복지사에게는 사회사업의 목적에 관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나는 그 무엇을 찾아 사회사업을 하고 있을까?’ 하루하루 일상적인 일들을 하면서 드는 생각입니다. 내가 하는 일을 통해 결국 이루고 싶은 것에 대한 생각이지요. 이는 가치, 철학이자 그것을 이루는 방법론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누군가 비슷한 질문을 한다면 우리는 각자 분명하게 대답할 수 있어야겠습니다.
2006년부터 지역사회복지관에서 일하면서 제 관심은 지역주민의 변화에 맞춰져 있습니다. 영구임대아파트가 어려운 사람들이 사는 곳, 부정적인 인식과 낙인이 있는 곳이 아닌 살만한 곳, 나눔이 활발한 인정 넘치는 곳으로 변화하기 바랍니다. 저는 그 출발점이자 핵심으로 관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관계를 맺거나, 관계를 강화하게 돕고자 일하고 있지요. 어떤 사업을 맡건 그것이 저의 핵심이자 바탕입니다. 그렇게 하려니까 당사자의 주체성, 당사자의 강점이 더욱 중요하더라고요. 되도록 주체성, 강점을 잘 세우는 방식으로 일하려고 노력합니다.

그 대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홀로 걸어가네
그런데 신해철은 바로 다음 구절에 위 가사를 덧붙입니다. 인생의 질문은 혼자서 찾을 수밖에 없음을 이야기합니다. 맞습니다. 이를 사회사업의 눈으로 보자면 우리 역시 각자 스스로 가치, 철학, 방법론을 세워야 합니다.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각자 개성이 있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바가 있기에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홀로’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뜻있게 일하는 사회복지사, 자신의 철학을 바탕으로 우직하게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들은 자기 기관에서 동료들과 함께 사회사업의 가치, 철학, 방법론을 나누고 있지요. 기관에서 나누지 못하는 경우에는 지역에서 모임을 만들어 나누기도 하고, 사업기록, 글쓰기를 통해 나누기도 합니다. 그러니 ‘그 대답을 찾’는 과정은 ‘홀로’가 아니라 ‘함께’이기도 합니다.
내가 하는 일을 기록하는 것은 내가 하는 일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이면서 동시에 다른 사회복지사들과 ‘함께’ 가기 위한 좋은 방법입니다.
대답할 수 있나 지나간 세월에 후횐 없노라고 그대여
마지막 가사처럼 ‘세월이 흘러가고 우리 앞에 생이 끝나갈 때 누군가 그대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어보면’ 우리는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요. 나의 사회사업 인생에 ‘후횐 없노라고’ 아니 오히려 재미있고 의미 있었다고 답할 수 있을까요. 그러기 위해 우리는 오늘도 뜻있게 실천하고 기록해야겠습니다.
- <소셜워커> 2017년 10월호 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