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간 윤종신>으로 매달 새로운 노래를 발표하는 윤종신. 작년 12월부터 <탈곡기>라는 이름으로 유튜브 1인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한 곡의 노래를 완성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내용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노래를 부를 가수에게 사전에 알리지 않고 그 가수를 위한 노래를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첫 번째 주자는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입니다.
구체적인 대상과 목표
<탈곡기>의 시작은 요즘 대세인 유튜브 방송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가까이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었을 겁니다. 이게 목적이지요.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윤종신은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 ‘노래 만들기’를 보여주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매달 한 곡의 음원을 발표하거나 다른 가수를 위해 곡을 만들기도 하니 괜찮은 선택입니다. 탁월한 것은 구체적인 대상과 목표를 잡았다는 겁니다.
그냥 발라드 곡 만들기와 ‘방탄소년단이 부를’ 발라드 곡 만들기는 분명 다릅니다. 무언가 설명할 때도 그냥 말하는 것보다는 사례를 들어 말하는 게 더욱 생생하고 이해시키기 쉽습니다. 만든 노래를 방탄소년단에게 제안한다는 목표를 정한 후 윤종신은 먼저 방탄소년단에 대해 공부합니다. 후배 작곡가와 함께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듣고 뮤직비디오를 보며 멤버들의 개성을 분석합니다. 곡을 만들면서는 특정 멤버를 생각하며 그의 창법을 따라 해 보기도 하지요.
세상 직업 대부분이 그렇습니다. 결국 구체적인 대상을 위해 일하고, 그에게 무언가 기여하기 위해 일합니다. 사회사업도 그렇습니다. 누구일지 모르는 누군가를 위한 일, 대상이 막연한 일이라 하더라도 결국 특정한 사람을 위한 일이 됩니다. 그러니 아나바-다 장터를 계획할 때는 장터에 올 것 같은 내가 아는 초등학생, 아줌마를 생각하며 구체적으로 상상합니다. 이 일이 그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 생각하며 구체적으로 다듬습니다.
사람들에게 공유하기
사실 노래를 완성한다고 해도 방탄소년단이 불러준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저 윤종신 혼자 정했을 뿐입니다. 기약 없는 일이니 힘이 빠질 공산이 큽니다. 그런 점에서 유튜브 방송은 힘이 빠지지 않게 하는 좋은 장치입니다. 시작이야 사람들에게 노래 만들기를 보여주며 소통하고자 한 것이지요. 하지만 동시에 사람들에게 공유했으니 어떻게든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겠지요.
우리가 하는 일을 사람들과 잘 공유하면 좋겠습니다. 비록 추상적이고 기약 없는 일이라 하더라도 말입니다. 그 일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사람들과 나누고 다듬다 보면 내용이 더 분명해집니다.
아나바-다 장터는 주민들이 참여하기 쉬운 일이며 동시에 환경을 살리는 일입니다. 그대로도 의미가 있지요. 하지만 사회복지사이니 다른 궁리를 더합니다. 장터에 오는 사람들이 새로 관계를 맺거나 깊어지게 할 수 있을까. 그걸 사람들과 공유하면 좋은 방법들이 생기죠. ‘백원 커피’가 그랬습니다. 커피를 백원에 파니 여러 잔 사서 나눠드시더군요. 비록 커피 수익은 없었지만 관계라는 목적은 분명히 살았습니다.
<탈곡기>는 윤종신이 노래를 만드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사회사업에도 과정이 있지요. 그 과정을 어떻게 하면 더 구체화하고 분명히 할까요. 대상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우고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 '함께 하는 마음 재단'<나눔> 2019년 1-2월호 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