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체 의식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의 에피소드 <유플래쉬>는 유재석이 잠깐 배운 후 친 드럼 비트에서 출발합니다. 이 비트는 작곡가 유희열, 이적에게 전달됩니다. 음악을 하나씩 얹어 릴레이로 전달하여 노래 한 곡을 완성하라는 미션이 주어지지요. 유희열, 이적을 시작으로 윤상, 이상순, 그레이, 다이나믹듀오, 선우정아, 정동환, 폴킴, 헤이즈 등이 참여하며 제법 괜찮은 곡으로 완성되어 갑니다.
이런 작업 방식은 지체 의식을 생각나게 합니다. 내가 하는 일은 중요한 일이긴 하나 전체를 이루는 한 부분이라는 생각 말입니다. 한 사람의 복지에도 여러 사람이 기여합니다. 사회복지사는 그중 일부를 돕지요. 사례관리를 한다고 해도 사회복지사가 모든 것을 돕는 건 아니지요. 당사자의 강점과 자원을 살리고, 가족 이웃의 도움을 받고, 지역사회의 관심과 관계를 도모합니다.
개인의 삶은 여러 가지가 모여 이루는 복잡한 것이고, 그 관계 안에 사회복지사만 있을 수 없으니까요. 그러니 사회복지사는 지체 의식을 생각하며 다양한 관계를 살리는 식으로 당사자를 도와야합니다.
듣고 또 듣기
그렇다고 일부에 지나지 않으니 그저 대충할 수는 없습니다. 튼튼한 지체가 모여야 건강한 전체를 이루니까요. 우리가 이 소중한 일부를 어떻게 살려 당사자 도와야까요?

“재석이가 쳐 놓은 드럼이 약간 힙합 하는 애처럼 쳐놨는데! 얘가 마음속에 힙합이 있는 거야. 다이나믹듀오처럼 해보자.” <유플래쉬>에서 첫 주자를 맡은 유희열은 유재석의 드럼 음원을 수십 번 넘게 듣습니다. 초보적인 비트인 데다, 단 3시간 배운 연주라 엉성하고 박자도 제멋대로였지요. 그러니 얼마나 머리가 아팠을까요. 그래도 듣고 또 듣습니다. 그러다 보니 연주에서 ‘힙합’이 느껴지는 것이지요. 유희열의 말처럼 결국 음원은 힙합 프로듀서 그레이를 거쳐, 다이나믹듀, 리듬파워로 이어지며 힙합곡으로 완성되어 갑니다.
<유플래쉬>의 가장 큰 전제는 유재석의 드럼 비트를 살려 노래를 만드는 것이지요. 사회복지사가 하는 일의 대전제도 당사자의 이야기에서 출발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당사자의 이야기가 매번 통찰력이 있거나 대단하지는 않습니다. 어떨 때는 오히려 잘못된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요. 그때 필요한 것은 ‘듣고 또 듣는’ 자세입니다.
당사자와 계속 만나 이야기하고, 당사자의 이야기에 집중하여 듣고 곱씹다 보면 뭔가 어설퍼 보이는 그 말에서 ‘힙합’처럼 뭔가 해볼 만한 것이 떠오르게 됩니다. 당사자의 이야기를 살리고자 하니까 애정이 생기고, 애정으로 듣다 보니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되는 셈이지요.
<유플래쉬>에 출연한 음악인 중 몇몇은 유재석의 드럼을 조금 줄이거나 아예 빼도 되냐고 농담처럼 묻습니다. 뭔가 어설프고 이상한 연주니까 그럴 수 있지요. 하지만 그렇게 하면 유재석의 드럼 연주에서 시작한다는 대전제가 무너지지요. 사회복지사가 돕는 것은 당사자의 삶입니다. 당사자의 삶을 돕는데 당사자의 이야기가 빠진다는 건 어불성설이지요.
지체 의식을 생각하면 ‘관계’로 도울 수밖에 없고, 당사자의 이야기를 살려 돕고자 하면 듣고 또 듣게 되고 그사이 애정이 생기게 됩니다. 당사자를 잘 돕고 싶다면 <유플래쉬>에 출연한 음악가들의 자세와 태도를 잘 살피는 것이 힌트가 될 것입니다.
-'함께 하는 마음 재단' <나눔> 2019년 9-10월호 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