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 우에노 지즈코, 이주희 역, 동양북스
나는 그동안 ①살던 집에서 계속 살기, ②돈 부자보다 사람 부자 되기, ③타인에게 신세 지지 않고 자유롭게 살기 이상 세 가지를 추구하며 살았다. 35쪽
오감 중 청각만은 마지막까지 남아 있어서 말을 걸어주는 게 좋다는 의사도 있다. 이런 에피소드도 들었다. 자녀와 손자들이 누워 있는 할아버지를 둘러싸고 말을 걸었더니 할아버지가 확실한 발음으로 “시끄럽다”고 했다는 일화였다. 죽을 때만이라도 조용히 죽게 해달라는 그 기분을 나는 이해한다. 98쪽
그렇다면 ‘입회인 없이 죽을까 봐’ 걱정하는 것은 죽어가는 사람일까, 남겨지는 사람일까? 취재하면서 보니 임종을 지켜보고 싶어 하는 쪽은 죽는 사람이 아니라 남겨지는 사람이었다. 나는 이를 ‘임종 입회 콤플렉스’라고 이름 붙였다. 엄마와 단둘이 살면서 오랫동안 간병해온 지인은 자신이 외출한 사이에 엄마가 돌아가시자 자신을 탓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 시간을 보냈으니 마지막 잠깐을 놓쳐도 괜찮지 않나 싶었지만 본인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동안 작별 인사와 감사의 말을 전할 시간은 충분히 있었을 텐데 꼭 죽어가는 사람에게 매달릴 필요는 없지 않을까? 초고령 사회의 죽음은 속도가 느리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죽음이다. 작별 인사와 감사의 말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리미리 하는 게 좋다. 99쪽
나는 치매 예방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기분이 나쁘다. 잡지에는 '치매 예방을 위해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할 일' 따위가 실려 있고 '지금부터 따라 해도 늦지 않은 치매 예방' 따위의 강연회는 늘 만석이다. 치매는 무섭고 난처한 병이라며 공포심을 조장하는 보도도 너무 많다. '조기 발견, 조기 절망'이라는 말도 들린다.
당뇨병이나 난청, 수면 무호흡증, 치주병 등이 치매와 연관이 있다고 하지만 역학적인 관련성일 뿐 진짜 원인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 같은 증상이 있어도 치매에 걸리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보다는 이런 데이터가 늘어날수록 치매를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는 사고방식이 널리 퍼질까 봐 걱정스럽다.
"매일 운동을 하자", "사람들과 교류하자", "생활 습관병을 예방, 치료하자" 등의 말도 자주 듣는데, 이제는 치매에 걸리면 "그러니까 말했잖아요. 자기 관리를 안 해서 그래요"라는 말을 듣게 되는 게 아닐까. 물론 운동과 사회적 교류, 생활 습관병 예방은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게 낫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치매에 안 걸린다는 말은 아니다. 129-130쪽
아베 씨의 결론은 혼자 사는 치매 노인도 ‘소규모 다기능형 간병 시설’이 있으면 충분히 지역 내에서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스나라엔은 노인 시설, 서비스 제공형 고령자 주택, 데이 서비스, 쇼트 스테이(단기 보호 센터), 소규모 다기능형 사업을 조합하여 ‘통근’, ‘숙박’, ‘방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직원 배치나 전환도 유연하여 이용자가 데이 서비스에 올 수 없으면 담당 직원이 가정으로 방문한다. 반대로 집에서 시설로 옮겨왔을 때도 이용자를 이미 잘 알고 있는 직원이 담당한다. 환경의 변화는 치매 노인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이렇게 ‘친밀한 관계’가 존재하는 환경이라면 노인은 안심하고 지낼 수 있다.
아스나라엔은 개별 이용자뿐만 아니라 지역 전체를 지원하는 일에 가장 신경 쓰고 있다. 나라시 근교의 조용한 주택가에 고령자 시설을 세웠더니 처음에는 지역 주민의 반대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누구나 언젠가는 가야 할 길’이라며 정보를 제공하고 절대 불행하지 않은 노인들의 생활을 보여주었더니 지역 주민들이 자원봉사를 하러 오는 등 협조적인 태도로 180도 바뀌었다고 한다. 아마 ‘나도 나중에 이런 도움을 받을 수 있겠구나’ 하며 안심하는 마음이 생겼을 것이다. 이렇게 지역을 배려하는 활동에 나도 감동했다. 133-134쪽
아스나라엔이 위치한 곳은 나라시 근교의 신흥 주택가다. 염원하던 단독 주택을 구입해서 이사 온 새로운 주민이 많다. 오히려 지역 자원이 없는 곳이어서 아스나라엔의 사람들은 ‘사회관계 자본’을 만들 수 있었다. 그 중심에 바로 혼자 사는 치매 노인이라는 마치 블랙홀처럼 ‘도움이 필요한 약자’의 존재가 있었다. 135쪽
2024년 5월 방송된 <EBS 다큐 프라임> '내 마지막 집은 어디인가' 시리즈가 있어요. 마지막 집은 죽음을 맞을 장소를 말하는데 호스피스 병동, 살던 집, 요양 시설 세 군데를 보여줍니다. 세 가지 선택지 중 우에노 지즈코는 집에서 죽음을 맞는 '1인 재택사'를 주장합니다. 다큐를 본 후 책을 읽었습니다. 보통은 고독사, 고립사 이런 말을 많이 쓰잖아요. 저자는 이런 인식을 좀 깨려고 합니다. 물론 이를 위해 중요한 전제 조건을 이야기 하지요. 저자는 일본에서 재택사가 가능한 이유로 간병보험과 어르신 친화적인 지역사회를 꼽습니다.
자원봉사자가 오사카 사투리로 ‘홋토카레헨ほっとかれへん'인데 이는 그냥 둘 수 없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의미심장한 표현 같아요. 말이 자원봉사자지 같은 지역에 사는 주민을 말하는데, 혼자 사는 어르신을 그냥 두지 않고 자발적으로 나서는 지역사회를 일컫는 말 같습니다.
책에 나오는 다양한 죽음의 풍경과 이야기들 그리고 치매에 대한 이야기들이 생생한 사례와 여러 통계 그리고 저자의 통찰로 정리되어 있어 누구나 한 번쯤 읽어볼만 합니다. 특히 저처럼 고독사 예방과 고독생 감소를 큰 과제로 삼고 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면 '내 마지막 집은 어디인가' 다큐시리즈와 함께 보면 좋겠습니다.
https://youtu.be/UCnUszhTqY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