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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꾼칼럼

슈바이변 박사, 그러는 거 아니야

김상진 2010-08-30 (월) 10:05 16년전 34987  

유행어의 조건
유행어의 조건은 무엇일까? 입에 착착 감기는 말투면서도 재미가 있어야할 테고, 여러 상황에서 써먹을 수 있는 활용성이 있어야하지 않을까. 개그콘서트 [사이보그지만 괜찮아](이하 사이보그)의 유행어 ‘그러는 거 아니야’ 역시 위 조건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

개그맨 변기수씨 특유의 약간은 깐족거리는 말투는 그야말로 입에 착착 감기면서도 재미가 있다. 또한 "부부싸움 직전 남편과 아내가 '그러는 거 아니야, 12시까지 들어와야지, 옳지 그렇지'라며 분위기를 무마시켰다더라."([T-뉴스 인터뷰] '개콘' 사이보그지만 괜찮아② "코너에 정치적인 의미가…" 2010.05.24 스포츠조선)라는 변기수씨의 인터뷰에서 볼 수 있듯이 여러 상황에서 쓸 수 있는 활용성까지 갖췄다. 하지만 ‘그러는 거 아니야’가 단지 유행어로써만 의미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부터 유행어 ‘그러는 거 아니야’에 담긴 두 가지 시사점을 생각해보자.

현장에서 건져 올린 살아있는 유행어
"고릴라를 닮은 스태프 동생이 '여기를 닦으라'고 시키면 꼭 저기를 닦고, '두 손으로 하라'고 하면 꼭 한 손으로 하는 거다. 반대로 행동할 때마다 '그러는 거 아니야'를 외쳤는데, 관객들이 웃더라. 유행어를 먼저 건져 놓고 코너를 짜기 시작했다." ([T-뉴스 인터뷰] '개콘' 사이보그지만 괜찮아① "되겠냐?"던 PD "터지네~" 2010.05.24 스포츠조선)

위의 변기수씨 인터뷰에서 잘 나타나듯이 ‘그러는 거 아니야’는 현장에서 건져 올린 살아있는 유행어다. '개그콘서트'가 공개방송 형태의 공연이다 보니 변기수씨가 중간 진행을 맡게 되었고, 이 때 변기수씨는 무대 정리에 대해 이런 저런 지시를 할 때마다 우왕좌왕하는 FD에게 ‘그러는 거 아니야’를 연발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보고 ‘그러는 거 아니야’를 살리는 [사이보그]를 만들게 된 것이다.

[사이보그] 코너가 생긴 배경은 사회복지사들에게 가르침을 준다. 먼저 유행어를 머릿속 코너구상이 아닌 현장 관객들의 반응에서 찾아냈다는 점이다. 여기서 ‘유행어’를 ‘좋은 사회복지프로그램’으로 바꾸고, ‘코너구상’을 ‘프로그램 계획’으로 바꾸고, ‘현장 관객들의 반응’을 ‘주민이나 클라이언트의 이야기’로 바꾸면 그럴 듯한 사회복지 프로그램 기획론의 한 구절이 된다. 사회복지 사업의 기반이자 주체는 결국 주민이고 클라이언트다. 그러니 주민을 만나고 클라이언트를 만나는 일에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한다. 모든 사업과 프로그램은 주민과 클라이언트의 이야기에서 출발해야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관객들의 반응에 대한 변기수씨의 행동이다. 변기수씨는 관객들의 반응을 본 후 새로운 코너를 구상했다. 이는 변기수씨가 단순히 중간 진행자로만 자신의 역할을 한정한 것이 아니라 개그맨 본연의 자세로 현장 유행어를 코너로 살려낸 것이다. 즉 자신의 핵심 역할에 끊임없이 집중하면서 어떤 상황에서라도 실무적 함의를 이끌어내고자 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사회복지사 역시 마찬가지이지 않겠는가. 후원업무, 홍보업무 등 직접 클라이언트를 만나는 일이 아니라 할지라도, ‘홍보로 사회사업하자’고 주장하는 김종원 사회복지사처럼 그 일에 사회복지사의 정체성을 갖고 사회복지로서 일한다면 얼마든지 의미 있는 사회복지사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슈바이변 박사, 그러는 거 아니야
두 번째 시사점은 [사이보그] 코너의 내용에서 찾아보자. [사이보그]의 스토리는 대략 이렇다. 슈바이변이 만든 로봇 알통 28호와 꼴통 28호가 인간을 대신해서 일을 하는데 슈바이변 박사의 명령을 제멋대로 알아듣고는 일을 꼬이게 한다. 그리고 그 때마다 슈바이변 박사가 ‘그러는 거 아니야’를 외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고깃집에서 일하게 된 알통 28호가 소금구이 2인분을 달라는 손님의 말에 불판에 소금만 한가득 부어서 구우려 하고, ‘그러는 거 아니야’라며 소금을 뿌려 주라는 슈바이변 박사의 말에 소금을 고기가 아닌 손님 얼굴에 뿌리는 식이다. [사이보그]의 웃음의 포인트는 슈바이변 박사와 로봇 간의 어이없는 불통의 순간과 ‘그러는 거 아니야’라는 말에 있다.

알통 28호와 꼴통 28호가 계속해서 어이없는 불통을 일으키는 것은 특정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고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이해력과 탄력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물론 좀 과장되어 있지만 로봇이 아닌 사람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누구나 실수를 하지 않는가. 주목할 것은 로봇들의 실수에 대한 슈바이변 박사의 태도다.

우선 슈바이변 박사의 로봇에 대한 말투다. ‘임마, 이놈의 자식아, 바보 멍청아’라고 부르고 ‘그러는 거 아니야, 이리와 바보 멍청아. 로봇은 아프다고 하는 거 아니야.’등 로봇에 대한 무시나 막말 수준의 말들로 일관한다. 사람이면 누구나 가치 있게 대하면 스스로를 가치 있게 여기는 법이다. 하지만 이렇게 막 대하면 어떻게 스스로를 가치 있게 여길 수 있겠는가. 또한 슈바이변 박사는 로봇들의 실수에 토씨하나 놓치지 않고 사사건건 참견하여 고쳐나가려고 한다. 도무지 믿고 맡기지 않는다. 이에 대한 로봇들의 반응을 보면 왜 그것이 문제인지가 더 확연히 드러난다. 알통 28호는 슈바이변의 지적이 계속 될수록 더 심하게 눈치를 보게 되고, 꼴통 28호는 오로지 자신이 아는 얕은 지식으로 독불장군처럼 상황을 밀고 나갈 뿐이다.

사회복지사는 로봇이 아닌 사람과 함께 일한다. 또한 사회복지사가 만나는 사람들 중에는 이해력과 탄력성이 떨어지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사람이기에 가치 있게 대하고, 믿음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말해 ‘그러는 거 아니야’라는 식의 대증적 개입보다는 함께 대처하는 법을 찾아가고 적용해가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다음으로 슈바이변 박사에게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는 것은 성찰이다. 계속해서 실수를 저지르는 알통 28호를 일하던 현장에서 불러낸 슈바이변 박사의 다음 행동은 오로지 처벌이다. 그는 로봇과 실수 상황에 대해 함께 논의하거나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는다. 심지어 반성할 시간도 없이 처벌을 가한다. 실수가 중요한 것은 실수를 통해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배우기 위해서는 성찰해야한다. 잘한 것은 무엇이고, 고쳐야할 것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성찰한다면 다음부터 같은 상황에서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고,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사회복지사는 함께하는 주민, 클라이언트와 함께 과정을 나누고 성찰해야한다. 성찰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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