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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꾼칼럼

<일상으로의 초대> 신해철이 묻다

김상진 2015-01-19 (월) 11:58 11년전 8093  
얼마 전 <소셜워커>에서 이메일로 보내온 ‘사회복지사가 뽑은 2014년 주요 이슈’ 설문조사에 참여했습니다. 설문지를 보니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서 올해는 유난히 가슴 아픈 사건들이 참 많았구나 싶었습니다. 올해 대중문화계 이슈 중에도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습니다. 지난 10월 신해철 씨의 사망소식이 그랬습니다. 개인적으로 지금껏 들었던 어떤 연예인의 부고보다 더욱 크고 아프게 와닿았습니다. 신해철 씨의 활동시기가 정확히 저의 사춘기부터 지금까지를 관통하고 있기 때문이었겠지요. 신해철씨의 수많은 명곡 중 이 노래가 듣고 싶어 며칠 동안 반복해서 들었습니다. 그가 영국 유학 중이던 1998년 발표한 <일상으로의 초대>라는 곡입니다. 
 
일상으로의 초대  신해철
산책을 하고 차를 마시고 책을 보고 생각에 잠길 때
요즘엔 뭔가 텅 빈 것 같아 지금의 난 누군가 필요한 것 같아
친굴 만나고 전화를 하고 밤새도록 깨어있을 때도
문득 자꾸만 네가 생각나 모든 시간 모든 곳에서 난 널 느껴
내게로 와 줘 내 생활 속으로 너와 같이 함께라면 모든 게 새로울 거야
매일 똑같은 일상이지만 너와 같이 함께라면 모든 게 달라질 거야
-중략
난 내가 말할 때 귀 기울이는 너의 표정이 좋아
내 말이라면 어떤 거짓 허풍도 믿을 것 같은 그런 진지한 얼굴
네가 날 볼 때마다 난 내 안에서 설명할 수 없는 기운이 느껴져
네가 날 믿는 동안엔 어떤 일도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야 이런 날 이해하겠니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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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이 노래를 들었을 때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영국 유학을 하며 신해철 씨가 느꼈을 외로움이 담겨 있는 것 같기도 했고요. 그런데 가사를 천천히 음미해보니, 당사자나 주민이 사회복지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 4월쯤 저와 주민모임을 하고 있는 한 어머님이 전화를 하셨습니다. 저녁 9시쯤이었는데 술에 취한 목소리로 대뜸 “이제 내가 필요 없는 거예요? 요즘은 통 연락도 없고.”라며 서운한 기색을 보이셨습니다. 대표로서 몇 년 째 모임을 이끌고 있는데, 얼마간 연락이 없어 섭섭하다는 말씀이었지요. 당시 몇 주간 바빴던 사정을 말씀드리며 죄송하다고 한 후 전화를 끊고 생각해보니 그 분의 일상에 저와 그 모임이 들어있다는 생각이 들어 감사했습니다. 평소 말수도 적고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던 분이 비록 술의 힘을 빌렸지만 제게 싫은 이야기를 한 것이지요. 이상하게도 저는 그 통화 이후로 그 분과 그저 복지관 프로그램으로 만나는 사이가 아닌 인간적인 친밀감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도 이런 경험이 있으시겠지요.
 
<일상으로의 초대> 가사 중에 신해철 씨가 나레이션으로 표현한 가사가 특히 와닿았습니다. ‘네가 날 볼 때마다 난 내 안에서 설명할 수 없는 기운이 느껴져. 네가 날 믿는 동안엔 어떤 일도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야.’ 도대체 노래의 화자는 어떻게 ‘너’를 통해 ‘설명할 수 없는 기운’을 느끼고, ‘어떤 일도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을 든 것일까요? 바로 앞 가사가 단초를 보여줍니다. ‘내가 말할 때 귀 기울이는 너의 표정이 좋아. 내 말이라면 어떤 거짓 허풍도 믿을 것 같은 그런 진지한 얼굴’이라는 가사 말입니다. 사회복지사와 당사자에 대입해보자면 당사자의 이야기를 그만큼 경청하고 진심으로 믿는다는 것이겠지요. 심지어 당사자의 이야기가 ‘거짓 허풍’이라 할지라도 ‘진지한 얼굴’로 들어주고 믿어줄 만큼 말입니다. 그런 사람과 함께라면 정말 ‘설명할 수 없는 기운’이 솟아나고, ‘어떤 일도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즉 자신감이 생기지 않을까요? 아니 꼭 사회복지사가 아니라 하더라도 당사자의 인생에 그런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당사자의 삶이 달라지지 않을까요?
 
어쩌면 당사자는 계속해서 우리 사회복지사들에게 혹은 주변사람들에게 ‘일상으로의 초대’를 하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복지관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라면 사례관리로, 지역사회조직으로, 서비스제공으로 풀어내야할 과제겠지요. ‘내게로 와 줘 내 생활 속으로 너와 같이 함께라면 모든 게 새로울 거야. 매일 똑같은 일상이지만 너와 같이 함께라면 모든 게 달라질 거야.’라고 외치는 당사자들의 이야기에 한 해 동안 나는 어떻게 대답하고 반응했을까 반성해봅니다. 당사자들의 ‘초대’에 매번 민감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나, 진심으로 그의 이야기를 ‘진지한 얼굴’로 들어주고 믿었는가하는 반성 말입니다. 당사자의 가능성을 믿지 못하고 그저 나의 궁리로 일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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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 씨가 이런 가사를 쓸 수 있었던 것은 생전에 그가 많은 이들의 ‘일상으로의 초대’에 민감하게 반응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비슷한 또래 다른 가수들이 주로 사랑노래를 발표할 때, 신해철 씨는 <도시인>으로 성찰 없이 바쁘게만 살아가는 현대인의 외로움을 조명했고, <아버지와 나>로 늙어가는 아버지 세대의 어려움과 아픔을 온 몸으로 이해했으며, <힘겨워하는 연인들을 위하여>에서는 동성동본 결혼금지로 힘들어 하는 이들을 대변하여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정치활동이나 TV토론을 통해서 뿐 아니라 직업인 음악으로도 풀어낸 것이지요. 그러니 ‘일상으로의 초대’에 민감했던 신해철 씨는 우리에게 사회복지를 하는 이유를 묻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또한 우리가 어떻게 일해야 하는 지를 생각해보게 합니다.
 
신해철 씨는 철저히 자신의 철학대로 살았고 그것을 음악으로 표현했으며 많은 사람들과 자기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2014년을 보내며 우리는 어떤 철학으로 살았고, 그것을 어떻게 일로써 드러냈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지역에 대한, 당사자에 관한 생각을 잘 나누었는지 돌아보기 바랍니다. 저도 2014년을 잘 성찰하고 2015년을 새롭게 준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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