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이 언제 피는지 그딴 게 뭐가 중요한데
날씨가 언제 풀리는지 그딴 거 알면 뭐 할 건데
추울 땐 춥다고 붙어있고
더우면 덥다고 니네 진짜 이상해
너의 달콤한 남친은 사실 피시방을
더 가고 싶어하지 겁나 피곤하대
봄이 그렇게도 좋냐 멍청이들아
벚꽃이 그렇게도 예쁘디 바보들아
결국 꽃잎은 떨어지지
니네도 떨어져라 몽땅 망해라
- 10cm <봄이 좋냐??> 가사 일부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 이후 많은 봄노래들, 이른바 봄캐럴이 나왔습니다. 로이킴의 <봄봄봄>, 아이유와 하이포가 함께 부른 <봄 사랑 벚꽃 말고>처럼 다들 봄이면 흥얼거리는 노래가 한 두 곡씩 있을 정도입니다. 올해 발표된 봄노래 중 가장 큰 사랑을 받은 봄노래는 단연 10cm(십센치)의 <봄이 좋냐??>입니다. 10cm가 <봄이 좋냐??>를 만든 배경을 살펴보며 제가 생각하는 사회복지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관심에서 출발하기
“봄에 낼 앨범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저희 회사 직원 중에 이상하게 솔로들이 많아요. 꽤 괜찮은데도 연애를 오랫동안 못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걔네들이 얘기 하더라고요. 나는 봄이 싫다. 나는 벚꽃잎이 떨어지는 그 거리가 달갑지는 않다. 가사에 보면 직원 친구들이 그냥 뱉은 말들이 많이 들어갔어요.”
10cm가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해서 밝힌 <봄이 좋냐??>를 만든 배경입니다. 봄에 발표할 앨범에 들어갈 노래를 준비하던 중 자신들의 소속사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직원들의 이야기를 흘려보내지 않고 노래로 만들어낸 것입니다.
예전에 <룸메이트>라는 예능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젊은 남녀 연예인들이 한 집에서 함께 살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보여주는 관찰예능이었지요. 프로그램을 연출한 박상혁 PD의 인터뷰 글을 보니, 당시 서울시에서 청년 쉐어하우스를 공급한다는 이야기에서 출발하여 <룸메이트>를 기획했다고 합니다.
어떤 글을 쓰건 중요한 것은 주변 사람과 상황에 대한 관심입니다. 몇해전까지 지역사회조직팀에서 일하며 여러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했습니다. 몇 달 동안 지역사회 여러 주민모임, 공공, 민간단체들과 함께 준비해서 진행한 주민축제가 있고, 주민들과 한 두 달씩 준비해서 치른 ‘살림장터’도 있었지요. 전날까지는 정말 치열하게 기획하고 준비했지만 행사 당일에는 일부러 아무런 역할도 맡지 않았습니다.
대신 캠코더 한 대 들고 돌아다녔습니다. 축제나 장터에 온 주민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 지가 궁금했습니다. 무엇이 좋은지, 지난 번과 무엇이 달라졌는지, 특별히 이번 행사에 중요하게 담은 핵심메시지가 잘 전해졌는지를 많은 사람들에게 물었지요. 물론 5점 척도 설문도 하고, 주관식 질문지로도 함께 조사했지만, 그것보다는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너무 궁금했거든요.
캠코더에 담은 영상은 나중에 동영상으로 만들어 스텝들과 다시 보기도 하고, 중요한 내용들은 결과보고서나 후기글에 담았습니다. 우리가 쓰는 문서나 사업후기가 살아있는 글이 되려면 주변 사람과 상황에 대해 조금 더 민감하고 예민해야합니다. 또한 그만큼 관심을 쏟아야합니다.
두세 가지 핵심메시지 정하기
다음으로 살펴볼 것은 <봄이 좋냐??>라는 노래가 전하는 핵심메시지입니다.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는데 그러고 보니 이 솔로 친구들을 위해 대놓고 위로해주는 봄노래가 하나도 없구나. 그래서 만들게 되었습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 인터뷰를 보면 결국 한가지 메시지로 귀결됩니다. 달달한 봄노래보다는 솔로들이 따라 부르며 속 시원해할 수 있는 노래, 대놓고 위로해주고 싶은 노래를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지요. 이는 가사로 구체화됩니다. 봄 연인들에게 ‘진짜 이상해’, ‘멍청이들아’, ‘몽땅 망해라’하고 이야기하는 식이죠. 이 부분이 제가 글을 쓰는 방식과 비슷합니다.
저는 어떤 글을 쓸 때 먼저 소재를 정하고 거기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형식 없이 떠오르는 대로 적어 봅니다. 그리고 그것 중 두세 가지 정도를 선택합니다. 이번 글을 예로 들면 10cm의 <봄이 좋냐??>와 김상진의 사회복지 글쓰기를 연결하겠다 식으로 소재를 먼저 정했습니다. 그 다음에는 소재에 대해 떠오르는 것들을 단어나 문장으로 적었습니다. 그 중 제가 진짜 하고 싶은 메시지나 전체 맥락에 맞는 메시지만 살리고, 나머지는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과감히 버립니다. 그 후 선택한 두세 가지 메시지에 살을 붙여 구체적으로 쓰는 식입니다. 사업 후기를 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사업을 통해 크게 느낀 것이나 중요하게 생각한 것 두 가지 정도를 먼저 떠올리고 이를 풀어서 씁니다.
철학, 비전, 방법론이 먼저
사람이나 상황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하고, 핵심메시지부터 정해서 구체화시키는 것은 글쓰기에 대한 태도나 방법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근본적이고 중요한 것은 글 쓰는 사람의 철학, 비전, 방법론입니다.
올봄 최고 히트곡인 <봄이 좋냐??>가 어느 날 갑자기 나온 것은 아닙니다. 10cm는 2010년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여러 노래에서 ‘찌질하고 소심한 남성’이라는 이미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나도 알아 나의 문제가 무엇인지 난 못났고 별 볼일 없지 그 애가 나를 부끄러워 한다는 게”라고 시작하는 <스토커>를 포함해,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눈이 오네>, <fine thank you and you> 같은 노래들에 ‘찌질함’, ‘소심함’이라는 일관된 정서가 담겨 있지요.
우리가 쓰는 글에는 어떤 일관성이 있어야할까요. 저는 그것이 사회복지사의 철학, 비전, 방법론 같은 것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회사업을 어떻게 하겠다는 식의 뜻을 먼저 세워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앞서 살펴본 ‘사람이나 상황에 대한 관심’, ‘핵심메시지 정하기’도 자연스럽게 해결됩니다.
학부에서 4년 공부하고, 지역사회복지관에서 10년 일하면서 많이 좌충우돌 했습니다. 저는 그 과정에서 당사자 주체성 세우기, 강점 관점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지역복지 방법으로 당사자, 주민의 관계를 넓히고 강하게 하기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사회사업에 대한 글을 쓰기 전에 먼저 스스로에게 물어야하고 생각을 정리해야 합니다. 나는 어떤 사회복지사인가. 어떻게 일하고자 하는가. 당사자와 지역을 어떻게 돕고자 하는가 하는 질문들 말입니다. 그 답은 자연스럽게 나의 사업, 활동, 프로그램으로 연결되고 이것은 고스란히 내가 쓰는 글에 설득력과 진심으로 담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