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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꾼칼럼

<전체관람가> 작은 일에도 철학과 가치를 담다

김상진 2017-11-28 (화) 18:46 8년전 9627  

방송과 영화의 만남

jtbc <전체관람가>는 이명세, 이경미, 봉만대 등 영화감독들이 출연해 편당 3000만 원의 제작비로 단편영화를 만들어 매주 한편씩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수익금은 독립영화 발전을 위해 한국독립영화협회에 기부된다. 방송과 영화의 만남인 셈이다. 영화감독 10명이 각자 12분 내외의 단편영화를 만들고 이를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누는 식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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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관람가>는 크게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완성된 영화, 두 번째로 제작 과정을 담은 메이킹 장면과 영화를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스튜디오 장면이다. 이는 하나하나 사회복지사들에게 시사점을 준다.

 

 

작은 일이라도 그것이 일회성 행사라도
<전체관람가>의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감독들이 만들어내는 영화 그 자체다. 각 감독들은 3000만 원의 저예산, 12분 남짓의 짧은 러닝타임, 그리고 2~3일의 짧은 촬영 기간 안에서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보여주었다. 19금 전문 감독으로 알려진 봉만대 감독은 <양양>으로 치매에 걸린 아버지와 아들들이 만들어내는 휴먼스토리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고, 이원석 감독은 김보성, 이동준이 출연한 노래방 뮤지컬 영화 <랄라랜드>로 B급 정서 안에서 웃음과 감동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그리고 가장 연장자인 이명세 감독은 데이트 폭력을 다룬 <그대 없이는 못 살아>에서 후배들을 뛰어넘는 열정과 멋진 영상미로 후배 감독들과 시청자들의 극찬을 받았다.

 

어찌 보면 그저 예능 프로그램 하나이고, 거기에 저예산, 촉박한 제작기간이라는 핑계가 가능한 조건 속에서도 감독들은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이는 우리 사회복지사들에게 함의를 준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자기 철학을 담아 소신 있게 해야 한다는 사실 말이다. 감독들이 악조건 속에서도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고자 했던 것은, 비록 예능 프로그램에 소개되는 단편이라 할지라도 자기 이름을 내건 작품이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맡은 사업에서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내가 하기 때문에 다른 점은 무엇인가? 거기에 나의 사회사업 철학, 가치를 어떻게 담아내고, 어떤 방법론으로 펼치고 있는가? 감독들은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덧붙이자면 일회성 행사일지라도 그것만으로 의미가 있다. 임필성 감독의 <보금자리>에서 전도연이 입양한 낯선 아이에게 느끼는 불안함을 표현하는 장면, 이명세 감독의 <그대 없이는 못 살아>의 그림자 격투 장면과 회전목마 장면은 그 자체로 뛰어난 완성도와 몰입감을 지녔다. 저예산 단편영화 속에서도 장편영화 못지않은 영화적 성취를 이룬 것이다. 우리가 하는 일 중에도 그런 일회성 행사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철학과 가치를 담아 뜻있게 한다면 당사자와 사회복지사 모두에게 큰 의미를 줄 수 있고, 지속성 있게 하는 사업 못지않은 성취를 이룰 수 있다.

 

 

결과만큼이나 중요한 과정 돌아보기
메이킹 장면에는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 자세하게 담긴다. 제작 전 단계로 시나리오 작업, 배우 캐스팅, 스텝 구성 등 사전 작업이 담기고, 실제 촬영장 장면과 후속 작업이 모두 메이킹 장면에 들어간다. 여기에 각 감독들의 성격과 작품 제작 방향이 모두 담긴다.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모두 담긴다. 중요한 것은 이런 메이킹 장면과 영화를 감독들이 모두 모여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눈다는 점이다. 이명세 감독 편에서 이명세 감독은 신인 감독 못지않은 열정으로 촬영 현장을 꼼꼼하고 세세하게 챙기고, 최고의 영상미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 촬영 장면을 확인하며 아이같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였다.

 

메이킹 속 이명세 감독은 마지막 장면 컷을 외친 후 “감격스럽더라고. 10년 만의 마지막 컷. 오랜만에 영화를 찍으니까 신인감독 같고 이런데. 너무 고마운 거지.”라고 했고 그 모습에 후배 감독들을 눈물을 흘리며 감동을 표현했다. 양익준 감독은 “영화를 만든다는 행위 안에서 감동을 같이 경험할 수 있는 선배가 없이 영화를 만들어 온 것 같아요. 과거의 감독님들이 현장에서 활동하지 못하시고 전 세대의 감동을 겪으면서 영화를 만들어가지 못했다는 거죠.”라며 노장 감독의 열정을 지지했다. 이경미 감독은 “내가 영화감독을 언제까지 얼마나 할 수 있을까에 대해 비관적인 생각을 한 적이 많았는데 오늘 감독님을 뵈니까 그게 너무 부끄러운 거예요.”라며 스스로를 성찰하기도 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창감독의 말이었다. 그는 “까마득한 선배님이시잖아요. 우리 감독들만이 알 수 있는 것들일 것 같은데.”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였다. 스튜디오에서 다른 감독의 메이킹 장면과 영화를 보는 것은 결과만큼 중요한 과정을 나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더군다나 같은 감독 입장에서 다른 감독의 고충, 고민, 즐거움, 노력을 나눈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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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이다. 이제 일 년간 사업을 정리하고 평가하는 시점이다. 같은 사회복지사로서 동료의 사업을 함께 보고 평가하는 자리가 있을 것이다. 그 평가회가 <전체관람가>와 같다면 어떨까. 중요한 것은 동료 사회복지사가 어떤 의도에서 이 일을 하였고, 어떤 고충이 있는지 이를 이겨 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였는지를 이해하려는 마음이다. 이를 위해 평소 동료의 철학, 가치, 그가 한 일의 목적, 의미를 눈여겨 살피고 잘 발견하면 좋겠다. 덧붙이자면 여기에 서로에 대한 감사와 감동을 나누는 평가회가 된다면 내년 사업을 위해 힘을 받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빨리 잘할 수 있는 방법은 연습 밖에 없어요. 스텝, 배우의 연습시간을 꼭 확보해야 해요. 리딩 한 번으로 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거든. 촬영장에서 프로로서 촬영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야 해요. 사람이 하는 일이라서 기계처럼 몇 시에서 몇 시까지 딱 맞게 안되거든요.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멋진 영상미의 비법을 묻는 후배 감독에게 이명세 감독은 조언한다. 우리의 평가도 이랬으면 좋겠다. 열린 마음으로 함께 한다면 각자 노하우와 강점을 잘 나누어 서로 성장하는 기회로 발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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