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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꾼칼럼

<셀럽파이브>가 하고 싶은 것

김상진 2018-03-07 (수) 15:33 8년전 10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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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 저 하고 싶은 게 하나 생겼는데요”
어느 날 개그맨 김신영이 선배 송은이에게 전화를 걸어 다짜고짜 말한다. 하고 싶다는 것은 춤이다. 최근 일본에서 인기를 끈 고등학생 댄스팀 TDC의 춤을 연습해서 뮤직비디오를 찍자는 것이었다.

 

송은이는 팟캐스트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을 안정적으로 이끌면서 아예 ‘콘텐츠 비보’라는 회사를 차렸다. 이를 바탕으로 <김생민의 영수증> 같은 파생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론칭했고 <쇼핑왕 루이>처럼 짧은 영상을 올리는 등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비보TV ‘판벌려 프로젝트’를 준비하던 송은이는 김신영과 함께 춤판을 벌였다. 주장 김신영과 송은이, 신봉선, 김영희, 안영미 다섯 명은 ‘셀럽파이브’라는 이름으로 <셀럽이 되고 싶어>라는 노래와 뮤직비디오를 발표했다. 유튜브에 5~6분 사이 짧은 동영상을 매주 올리던 것에서 시작하여, <쇼챔피언> <엠카운트다운> <주간아이돌>에도 출연하며 대세 걸그룹의 행보를 걸을 정도로 인기를 끌게 되었다. 

 

노 마이크
셀럽파이브의 무대는 짙은 화장과 형형색색 반짝이 의상으로 우스꽝스러운 동작을 반복하는 안무, 재미있는 가사로 가득 채워진다. 일본 TDC를 따라 하면서도 여성 개그맨들의 열정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송은이는 한 인터뷰에서 셀럽파이브에는 두 가지가 없다고 강조한다. 셀럽파이브는 마이크 없이 대놓고 립싱크를 하고, 신발 없이 맨발로 춤을 춘다. 노 마이크, 노 슈즈 콘셉트다.

 

재미있는 것은 이 두 가지 특징이 ‘판벌려-이번 판은 춤판’의 계기가 된 김신영의 말과 이어진다는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은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첫 번째는 노 마이크로 표현되는 명확한 콘셉트다. 개그맨 김신영은 TDC의 춤을 보며 가슴이 뛰었을 것이다. 짙은 화장, 반짝이 의상에 시종일관 우스꽝스러운 동작들을 반복하지만 그게 매력적인 장면으로 마음에 크게 담겼을 것이다. 그 콘셉트를 다른 여성 개그맨들과 함께 그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셀럽파이브의 시작이다. 

 

무슨 일을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동기는 ‘하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정말 ‘하고 싶은 것’이라면 그것은 준비하고 구상하면서 계속해서 구체화되고 명확해진다. 셀럽파이브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노래가 아니다. 춤을 최대한 강조하려고 했다. 그래서 그들의 유튜브 동영상도 대부분 춤 연습 장면들이다. 그런 점에서 노 마이크는 대중들에게 춤을 중심으로 봐달라고 강조하는 중요한 장치다. 노래 가사를 통한 정서의 전달은 차후의 문제다. 

 

올해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콘셉트가 다듬어지고 정확하게 정해지면 무엇을 강조해야 할지가 명확해진다. 내가 이 일을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담아내고 싶은지가 보인다. 다르게 말하면 무엇을 비워내고 빼야 할지도 보인다. 무언가 ‘하고 싶은 것’은 이것저것 모두 넣어서 하는 잡탕찌개는 아니다. 

 

 

노 슈즈
‘하고 싶은 것’의 두 번째 의미는 노 슈즈 즉 맨발에서 드러나는 강한 열정이다.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간 셀럽파이브. 하지만 생각보다 힘든 동작을 쉴 새 없이 하느라 지친다. 카메라를 든 송은이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힘들어하는 김신영에게 묻는다. “이거 왜 하는 거니?” 김신영의 대답은 “좋아서”. “끝이야?” 송은이가 다시 묻고 “예!” 김신영의 대답은 단호하다. 사실 셀럽파이브가 처음 결성되고 춤 연습을 시작할 때만 해도 방송에 출연하고 인기를 끌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그저 유튜브에 짤방으로 올라가는 정도였다. 고작 그 정도 일을 그래도 이름만 대면 알만한 여성 개그맨들이 도전했다. 그것도 뮤직비디오 찍고 칼군무가 가능할 정도가 될 때까지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 그 이유는 그저 “좋아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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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은 ‘해야 하는 것’에서도 나올 수 있지만, 열정은 ‘하고 싶은 것’ 좋아서 하는 일에서 나온다. 그런 점에서 셀럽파이브는 우리에게 묻고 있는지 모른다. 지금 열정을 다할 만큼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냐고 말이다.
 
여성 예능인들에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송은이, 김숙이 팟캐스트를 시작할 때보다는 여러 프로그램이 생기고 기회가 만들어졌지만 남성들에게 비해서여전히 기회가 부족하다. 이런 현실에서 김신영과 여성 개그맨들은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하고 도전했다.

 

물론 셀럽파이브가 어려운 현실에서 덮어 놓고 ‘하고 싶은 것’에 도전하라는 명제는 아니다. 다만 그것을 이겨내는 방법으로 ‘하고 싶은 것’을 제시하는 좋은 사례다. ‘하고 싶은 것’은 계속 생각하며 콘셉트가 명확해지는 일이고, 열정을 다할 수 있는 일이다. 지금 나는 나의 일에서 명확한 콘셉트와 가슴 뛰는 열정을 느끼고 있는가.



- <소셜워커> 2018년 3월호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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