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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꾼칼럼

<소공녀> 선택 존중, 취향 존중

김상진 2018-12-12 (수) 14:25 7년전 6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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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없어도, 생각과 취향은 있어!"

하루 한 잔의 위스키와 한 모금의 담배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친구만 있다면 더 바라는 것이 없는 3년 차 프로 가사도우미 ‘미소’. 새해가 되자 집세도 오르고 담배와 위스키 가격마저 올랐지만 일당은 여전히 그대로다. 좋아하는 것들이 비싸지는 세상에서 포기한 건 단 하나, 바로 ‘집’. 

-<소공녀> 공식 홈페이지 영화 소개


주인은 선택하는 사람

몇 년 전 복지관에서 어버이날 행사를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어버이날의 주인은 누구인가?’ 어린이날이 되면 아들들이 원하는 장난감을 사주거나 하고 싶은 것을 함께 합니다. 어린이날의 주인은 어린이니까요. 그렇다면 어버이날의 주인인 어르신은 어버이날에 원하는 것을 하고 계실까?


보통 어버이날은 어르신을 섬기는 날이라 생각합니다. 카네이션 달아드리고 평소보다 맛있는 음식 대접합니다. 사진을 찍어 인화해드리기도 해요. 그 과정에 어르신은 그저 받는 사람이 됩니다. 지금까지 어버이날의 주인인 어르신에게 선택이라는 가장 중요한 요소를 빼앗은 것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어르신 몇 분을 모시고 하시고 싶은 것을 여쭈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싶다 하셨습니다.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근데 니들 복지관은 왜 영화를 꼭 3시나 4시에 보자는 거야?” 무슨 말씀인지 물으니 “밥 먹고 커피 한잔하면 12시 반쯤 돼. 그때 집에 가거든. 근데 3시, 4시면 나오기가 귀찮아. 1시에 영화 보면 좋겠어. 영화 보고 집에 가게.”


어르신 말씀에 한 대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어버이날의 주인인 어르신께 영화 보는 시간도 여쭈어본 적이 없구나. 복지관에서 왜 3시나 4시에 영화를 보느냐는 말씀에는 ‘왜 주인인 나한테 묻지도 않고’가 생략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작은 것부터 묻지를 않으니 주인답게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요.

 

 

선택 존중을 넘어 취향 존중으로

영화 소개에 나오듯 <소공녀>의 주인공 미소에게 위스키, 담배, 남자친구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미소는 그 세 가지를 놓칠 수 없어서 방을 빼지요.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다른 것을 포기할지언정 집이 먼저니까요. 하지만 미소 삶의 주인은 미소 자신입니다. 자기 취향에 따른 선택의 열매나 고통도 오롯이 미소의 몫입니다.


"집은 없어도, 생각과 취향은 있어!" 철없다고 핀잔하는 친구에게 미소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우리가 만나는 당사자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몰라요. “나이는 들었어도, 생각과 취향은 있어!”, “형편은 어려워도, 생각과 취향은 있어!” 미소의 대답은 사회사업가에게 당사자 생각을 들어드리고 취향을 존중하라는 항변입니다. 이는 선택을 넘어 취향을 존중하는 거기까지 가라는 말인지도 모릅니다.


대종상영화상, 백상예술대상, 청룡영화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등. 전고운 감독은 영화 <소공녀>로 올해 많은 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을 받았습니다. 시대가 전고운 감독과 <소공녀> 미소의 취향을 존중한 셈이죠. 선택 존중을 넘어 취향 존중의 시대입니다.




- '함께 하는 마음 재단'<나눔> 2018년 11-12월호 원고

 


발산행복지… 2025-02-06 (목) 16:57 1년전
^^ 오늘 행복살롱 시네마데이 준비중에..일꾼칼럼 읽으면서..어르신들의 말씀에
어르신들의 의견도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시간도 영화 목록도 정했다는 생각에...반성하게됩니다.
시간만이라도 최대한 우리어르신들 식사하시고 볼 수 있게 해드려야겠습니다^^
당사자의 의견을 존중하고, 취향도 맞게 다음에는 함께 모인 자리에서 의논해보고 결정해야겠네요.
나이는 들었어도..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자존감을 함께 지켜드리고 함께 존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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