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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꾼칼럼

<극한직업> 정체성과 강점

김상진 2020-01-08 (수) 13:41 6년전 3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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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치킨장사! 밤에는 잠복근무! 지금까지 이런 수사는 없었다!


불철주야 달리고 구르지만 실적은 바닥, 급기야 해체 위기를 맞는 마약반!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팀의 맏형 고반장은 국제 범죄조직의 국내 마약 밀반입 정황을 포착하고 장형사, 마형사, 영호, 재훈까지 4명의 팀원들과 함께 잠복 수사에 나선다. 마약반은 24시간 감시를 위해 범죄조직의 아지트 앞 치킨집을 인수해 위장 창업을 하게 되고, 뜻밖의 절대미각을 지닌 마형사의 숨은 재능으로 치킨집은 일약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다. 수사는 뒷전, 치킨장사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 마약반에게 어느 날 절호의 기회가 찾아오는데…


범인을 잡을 것인가, 닭을 잡을 것인가!


<극한직업> 영화 소개



나의 정체성

“234만원 오늘 하루 매출액이야. 내가 오늘 몇 개의 테이블을 세팅하고 치웠을 것 같니?” “180도 기름에 데고 칼에 베이고. 얼마나 쓰라린 줄 알아?” 주인공들의 대화만 들으면 치킨 장사를 하는 사람들의 대화 같습니다. 하지만 이는 작전상 치킨 가게를 운영 중인 마약반 형사들의 대화입니다. 이들의 목적은 국내 최대 마약 범죄조직 소탕입니다. 

 

하지만 장사가 너무 잘 되어서 문제입니다. 잠복 감시하고 작전을 구상할 시간에 재료를 준비 손질하고 주문 조리 배달을 하느라 바쁩니다. 급기야 형사 영호가 범죄조직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나머지 4명의 형사를 급히 부르지만 바쁜 장사 탓에 출동하지 못해 놓치고 말죠. 4명의 형사는 앞의 대사처럼, 영호에게 치킨 장사의 고단함을 이야기합니다.

 

물론 이것이 <극한직업>이 1600만명 관객을 모은 가장 중요한 장치이긴 합니다. 이해도 됩니다. 적들의 아지트 바로 옆에서 그들을 감시할 수도 있고, 적들이 어쩌다 치킨을 배달시키면 자연스럽게 조직의 상황과 움직임도 알 수 있지요. 하지만 본래의 목적과 수단이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영화 포스터 문구처럼 실존적인 질문으로 이어지지요. ‘범인을 잡을 것인가, 닭을 잡을 것인가’

 

지금 내가 하는 일의 목적은 무엇이고 그것을 이루는 수단은 무엇인가요. 지금까지 제가 한 지역축제, 플리마켓, 어르신 급식 지원, 절기 행사는 복지관 고유 사업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부녀회, 종교기관 등 다른 단체에서도 하는 일이지요. 이는 지역복지나 어르신 복지를 이루는 수단입니다. 나와 우리 기관이 이 일을 하는 목적은 주민 자주성 세우기와 관계 향상입니다. 이를 놓친다면 우리도 치킨 장사 때문에 출동 못 한 형사들 꼴이 될 수 있습니다.

 

<극한직업>은 목적과 수단을 헷갈리지 말고 끊임없이 목적을 기억하고 그것에 집중하라고 알려줍니다. 



나의 강점
중요한 것은 그들이 마약반 형사라는 것입니다. 결국 이들은 알게 된 단서들을 조합하여 국내 최대의 마약 조직 두 개를 완전히 소탕하게 되지요.

 

백여 명의 적들이 우글거리는 현장으로 다섯 명의 형사가 출동하는 장면에서 이들의 강점이 나옵니다. 무에타이 고수, 유도 국가대표 출신, 특수무대 출신, 야구부 출신으로 무식한 체력과 맷집, 맞아도 계속 일어나서 좀비라는 별명이 있는 반장까지. 형사들은 자신들의 강점을 십분 발휘해서 적들을 일망타진합니다. 오합지졸 팀워크에 막무가내 수사 방식으로 해체 위기에 몰렸던 마약반이지만 적들과 맞붙는 상황에서 강점이 크게 드러난 것입니다.

 

국어사전에 강점은 ‘남보다 뛰어나거나 유리한 점’으로 나옵니다. 저는 여기에 ‘어떤 일을 이루는데’가 생략되어 있다고 봅니다. <극한직업>으로 보자면 범죄자들과 싸우는데 남보다 뛰어나거나 유리한 싸움 기술 혹은 맷집이 강점이지요.

 

저희 복지관은 한 사회복지사가 하나의 주민모임을 만들고 지원하는 비전이 있습니다. 아들을 낳고 육아휴직에서 복귀한 선생님은 어린이집 앞에서 엄마들을 만났습니다. 엄마들과 자주 만나 이야기하다가 공동육아모임을 만들었지요. 자신이 아이를 키우고 있으니 아이 키우는 일에 관심이 컸고 자연스럽게 공동육아모임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맞습니다. 강점이라고 해서 남보다 뛰어난 기능만을 말하지는 않습니다. 그 일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애정 역시 강점일 수 있습니다. 내가 하는 일에서 나의 강점은 무엇일까요. 다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강점은 모름지기 그 일의 목적을 이루는데 유용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영화 <극한직업>은 시종일관 목적 지향을 생각하게 합니다. 내가 하는 일의 목적을 잘 붙들어 수단에만 빠지지 않아야 하고, 목적을 이루기 위해 나의 강점을 잘 알고 그것을 계속 다듬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고반장 류승룡의 대사를 새겨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야 정신 안 차릴래? 우리가 지금 닭장사 하는 거야?” 

 

 

-<소셜워커> 2019년 6월호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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