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스타3>, 오디션 프로그램의 마지막 주자
2013년 <슈퍼스타K5>의 쇠락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전성기가 끝나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슈퍼스타K5>의 시청률은 이전 시즌에 비해 반토막이 났으며, 매번 상위권을 차지하던 음원 순위에도 참가자들의 음원이 좀처럼 오르지 못했다. 또한 서인국, 허각, 존박, 버스커버스커 같은 스타가 배출된 것도 아니었다. 이미 오디션에 나올 사람은 다 나왔다는 우려가 사실처럼 다가온 것이다.
비슷한 포맷으로 시작한 <위대한 탄생>은 결국 폐지되었고, 밴드 오디션 <TOP밴드> 역시 시즌2를 마지막으로 사라졌다. 이런 시점에 <일요일이 좋다-K팝스타> 시즌3(이하 <K팝스타3>)가 시작되었다. 더군다나 상대 방송국에서는 요즘 예능 판도를 주도하고 있는 관찰 예능 프로그램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 <일밤-진짜사나이>을 방영 중인 상황이다. 예능 프로그램 최고 격전지인 일요일 저녁시간대에, 쇠락기를 격고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으로써 전성기를 맞이한 관찰 예능 프로그램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K팝스타3>는 두 프로그램과 비슷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매회 참가자들의 뛰어난 무대와 심사위원들의 예리하고 공감 가는 심사평으로 화제를 일으키며 일정수준 이상의 성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K팝스타3> 성공요인 중 안테나뮤직 유희열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캐스팅을 포기하다
<K팝스타3>가 이전 시즌과 가장 달라진 점은 SM엔터테인먼트 보아가 심사위원에서 빠지고 그 자리에 안테나뮤직 유희열이 새로 합류했다는 점이다. <K팝스타> 공식홈페이지의 기획의도를 보면 ‘꿈이 현실이 되는 진짜 오디션’이고, 여기서의 ‘꿈’은 프로그램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차세대 ‘K팝스타’를 만드는 것이다. 현재 한류를 주도하는 K팝스타들이 주로 아이돌 댄스가수들인 것을 감안하면 유희열의 합류가 의아하게 보일 수 있다.
더군다나 안테나뮤직은 유희열, 정재형, 루시드폴 등 작곡에 능한 아티스트들이 모인 기획사로 SM엔터테인먼트와는 규모면에서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소규모회사다. 하지만 <K팝스타>에는 기타를 치거나 자작곡을 들고 나오는 참가자들이 꾸준하게 참여해왔고, <K팝스타2>에서는 직접 노래를 만드는 남매 어쿠스틱 듀오 ‘악동뮤지션’이 우승을 차지했다. 유희열의 합류는 비슷한 음악을 하는 3대 기획사를 벗어나 <K팝스타3>에 다양성을 가져다주는 기회가 된 것이다.
이런 맥락을 고려하면 <K팝스타3>의 중요한 관전포인트는 유희열의 심사에 있었다. 그리고 유희열은 재미있는 선택을 한다. 심사위원이 직접 본인 회사에서 참가자를 가르칠 수 있는 기회인 캐스팅 오디션에서 유희열은, 자신이 먼저 선택할 수 있는 순서였음에도 비교적 TOP10에 근접한 댄스 신동 자매 완전채와 무대기획능력이 뛰어난 알맹을 캐스팅하지 않는다.
댄스를 주로 하는 완전채를 캐스팅하지 않은 것은 안테나뮤직이나 유희열의 스타일을 비추어 볼 때 수긍이 갔다. 하지만 매번 좋은 팀워크와 뛰어난 무대를 보여준 <K팝스타3>의 검증된 다크호스 알맹을 캐스팅하지 않은 것에 많은 이들이 의아해했다. 유희열은 “함께 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팀이 있고, 제가 별로 말해줄 것이 없는 경우도 있다”는 말과 함께 과감하게 알맹의 캐스팅을 포기한다. 이들을 대신해 유희열이 캐스팅한 팀은 기타 연주를 베이스로 하는 피터한, 권진아, 샘김, 허은율과 자작곡으로 승부하는 썸띵, 가요감성을 잘 표현한 홍정희였다. YG엔터테인먼트나 JYP엔터테인먼트에 캐스팅된 참가자들에 비해 스타성이 뛰어나지 않지만 평소 자신과 소속사의 색깔을 고려한 결정이었던 것이다.
유희열을 닮은 사회복지사
유희열의 합류와 캐스팅은 우리에게 몇 가지 함의를 준다. 먼저 사회복지계가 지금까지 너무 우리와 비슷한 기관들과 연대하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한류 K팝스타라는 기준으로 보면 SM, YG, JYP는 3대 기획사라고 불릴 만큼 규모가 크고 큰 틀에서는 색깔이 비슷한 기획사다. 앞서 말한 것처럼 안테나뮤직은 규모도 음악적 성향도 3대 기획사와는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안테나뮤직 유희열의 합류는 신의 한수라고 이야기될 만큼 <K팝스타3>의 성공 요인이 될 수 있었다. 사회복지계 역시 규모나 전문성을 따지기보다는 주민, 당사자를 위해서 다양한 곳들과 적극적으로 연대해야한다. 그곳이 시민단체이건 소규모 주민모임이건 자영업체이건 간에 말이다. 그래야 지역사회에서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다음으로 유희열이 회사의 색깔을 고려해 캐스팅 여부를 결정한 것에 주목해보자. 지역에는 많은 사람들만큼이나 다양한 문제들이 있다. 누구도 그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사회복지 기관, 시설 역시 그 중 일부를 감당하고 있다. 또한 요즘 마을만들기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지원이 넘쳐난다. 하지만 지원을 받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사회복지 기관, 시설은 본디 설립된 배경과 목적이 있다. 기관 내부적으로는 미션과 비전이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에 맞는 일에 헌신해야하며, 그에 합당한 지원을 받아야한다는 것이다. 알맹의 캐스팅을 포기하며 유희열은 고민이 된다고 했다. 그는 다른 두 개 거대 회사와 힘겨운 경쟁을 해야 하면서도 안테나뮤직이라는 자기 회사의 색깔을 드러내야한다는 두 가지 미션을 동시에 안고 있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회복지 기관, 시설도 그렇지 않나. 각종 평가들은 다양한 결과물들을 요구 하고 있고, 동시에 과정을 통해 만들어가는 기관 정체성도 있게 마련이다. 이 시점에서 유희열은 우직하게 ‘과정’과 ‘정체성’을 선택한다. 6장의 캐스팅카드 중 한장도 보험용으로 사용하지 않는 결단을 보여준 것이다. 결과물도 대단히 중요하다. 하지만 그 결과물을 위해 어떤 과정을 밟아가는 지가 더 중요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부던히 사회복지사의 정체성, 기관의 정체성을 세우고 점검해야하며, 그에 합당하게 결정하고 일해야 한다.
캐스팅오디션이 끝나고 6팀이 안테나뮤직에 온 첫날 유희열은 긴장감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생방송에 진출하는 TOP10에 안테나뮤직에 캐스팅된 참가자 전원이 탈락하는 꿈까지 꿨다고도 했다. 사회복지사나 사회복지 기관 역시 마찬가지다. 어떻게 일하는 지에 따라 주민, 당사자의 삶이 바뀔 수도 있다. 우리 모두 유희열처럼 올바른 정체성을 세우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한해가 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