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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꾼칼럼

고품격 음악방송, 들리는 TV <라디오스타>

김상진 2015-08-13 (목) 17:50 11년전 7081  
토크쇼의 위기다. 특히 연예인이 출연하는 토크쇼가 그렇다. 한 때 각 방송사 마다 두 개 이상씩 방영되던 연예인 출연 토크쇼는 현재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 KBS2 <해피투게더3>,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정도가 남았다. 그 중 <해피투게더3>는 최근 시청률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고, <힐링캠프>는 MC 이경규, 성유리가 하차하고 포맷이 변경될 예정이다. 그나마 <라디오스타>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형국이다.
 
<라디오스타>는 한때 <황금어장-무릎팍도사>의 인기에 기대어 더부살이 하는 코너에 지나지 않았다. <무릎팍도사>에 화제의 게스트가 나오는 날에는 5분도 안되는 시간 방송되거나 아예 결방되기도 했다. 이랬던 <라디오스타>가 독특한 B급정서와 MC들 간의 호흡을 바탕으로 MBC의 간판 예능이자 토크쇼 최후의 보루가 되었다. 
 
 
고품격 음악방송
“여러분은 지금 고품격 음악방송 <라디오스타>와 함께 하고 계십니다” 프로그램 중간에 뜬금없이 나오는 윤종신의 멘트 대로 ‘고품격 음악방송’은 <라디오스타>를 수식하는 표현 중 하나다. 고품격 음악방송이라고 스스로 말하는 프로그램은 <라디오스타>와 <유희열의 스케치북> 두 프로그램 뿐이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제대로 된 무대, 최고의 세션과 함께 다양한 가수들이 나오는 진짜 고품격 음악방송이라면, <라디오스타>는 그것에 전혀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아무도 ‘고품격 음악방송’이라는 표현에 토를 달지 않는다. 시청자들이 이를 예능 화법이자 도구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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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피플! 예능 뱃사공!’ 편에서 윤종신은 게스트들에게 ‘해뜰날 올 줄 알고 쟁여놨던 노래’가 무엇인지 물었고, ‘양꼬치엔 칭따오’로 인기를 끌고 있는 정상훈은 뮤지컬 <올슉업> OST 중 <It hurts me>를 선곡했다. 정상훈이 <올슉업> 공연을 하며 대극장 무대에 데뷔하고 아내를 만났기 때문이었다. 선곡 이유에 이어 정상훈은 결혼 후 돈벌이 안되는 배우생활이 힘들어 대리운전을 해야 할 지 고민할 때 아내가 격려해준 이야기를 들려주며 눈물을 보였다.
 
박효주는 ‘신스틸러 특집! 너만 보인단 말이야~’편에서 ‘오늘밤 나의 OST가 될 노래’라는 주제로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를 골랐다. 박효주는 최근 음악영화에 출연하며 기타를 배웠다는 이야기에 이어 영화 <추격자> 이후 은퇴를 생각했다가, 영화 <완득이> 캐스팅을 통해 다시는 배우의 길을 놓지 않겠다는 이야기 등을 들려주며 눈시울을 붉혔다.

<라디오스타> 전반부가 게스트들의 근황, 가십거리, MC들의 호흡 등으로 재미를 보여준다면, ‘고품격 음악방송’으로 시작되는 후반부는 게스트들의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기서 ‘고품격 음악방송’은 게스트에게 집중하는 장치가 된다. 지금의 자신을 표현하는데 노래만큼 좋은 도구는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라디오스타>는 ‘고품격 음악방송’을 본질이 아닌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어떤 도구를 활용하고 있고, 그 본질은 무엇인가? ‘살림장터’라는 사업을 만들고 몇 년간 맡았었다. 살림장터는 주민모임이 주최하여 안쓰는 물건과 돗자리를 직접 가져와서 사고 파는 일종의 벼룩시장이다. 그 때 살림지기(주민모임회원)들과 함께 최우선으로 고민했던 것은 규모가 커지는 것도, 수익을 많이 내는 것도 아니었다. 교회에서도 벼룩시장을 하고, 부녀회에서도 벼룩시장을 하는데 굳이 사회복지사와 주민모임이 벼룩시장을 해야 하는 이유를 먼저 생각했다.
 
처음 살림장터를 구상하며 살림지기들과 나누었던 목적이 주민들끼리 관계 살리기와 동네 생태 환경 살리기였다. 이 두 가지 목적이 살림지기들과 내가 살림장터를 하는 본질이었고, 살림장터는 그것을 이루는 수단이었다. 몇 년간 살림장터를 하다 보니 많은 주민들을 만날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안쓰는 물건을 사고 파는 문화가 생겼다. 수익보다 관계에 집중하려고 커피, 녹차, 아이스크림을 재료비 그대로 100원에 팔았다. 싸게 사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눠주고, 마시면서 인사하고 이야기 나누라고 말이다.
 
수단이 꼭 장터일 필요도 없었다. 목적을 이루는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아이들, 어르신들과 함께 비누, EM발효액, 친환경주방세제를 만들고, 청소년들과 함께 우리 지역 개화산과 한강으로 생태탐사를 가는 살림교육도 했다. 또 지극히 사소해서 살림교육이라고 부르기도 그랬지만 일주일에 한번씩 같이 모여서 수세미를 뜨며 이야기 나누는 모임도 했다. 이 역시 살림지기들과 담당자가 본질을 이루는데 좋은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살림장터를 하든, 살림교육을 하든, 수세미를 뜨든 중요한 것은 그것을 통해 이웃 관계를 살리고 동네 환경을 살리는 것이었다. 여기서 성찰할 것은 내가 지금 도구에 집중하고 있느냐 본질에 집중하고 있느냐다.  
 
박효주는 ‘신스틸러 특집! 너만 보인단 말이야~’편에서 ‘오늘밤 나의 OST가 될 노래’라는 주제로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를 골랐다. 박효주는 최근 음악영화에 출연하며 기타를 배웠다는 이야기에 이어 영화 <추격자> 이후 은퇴를 생각했다가, 영화 <완득이> 캐스팅을 통해 다시는 배우의 길을 놓지 않겠다는 이야기 등을 들려주며 눈시울을 붉혔다.

<라디오스타> 전반부가 게스트들의 근황, 가십거리, MC들의 호흡 등으로 재미를 보여준다면, ‘고품격 음악방송’으로 시작되는 후반부는 게스트들의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기서 ‘고품격 음악방송’은 게스트에게 집중하는 장치가 된다. 지금의 자신을 표현하는데 노래만큼 좋은 도구는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라디오스타>는 ‘고품격 음악방송’을 본질이 아닌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어떤 도구를 활용하고 있고, 그 본질은 무엇인가? ‘살림장터’라는 사업을 만들고 몇 년간 맡았었다. 살림장터는 주민모임이 주최하여 안쓰는 물건과 돗자리를 직접 가져와서 사고 파는 일종의 벼룩시장이다. 그 때 살림지기(주민모임회원)들과 함께 최우선으로 고민했던 것은 규모가 커지는 것도, 수익을 많이 내는 것도 아니었다. 교회에서도 벼룩시장을 하고, 부녀회에서도 벼룩시장을 하는데 굳이 사회복지사와 주민모임이 벼룩시장을 해야 하는 이유를 먼저 생각했다.
 
처음 살림장터를 구상하며 살림지기들과 나누었던 목적이 주민들끼리 관계 살리기와 동네 생태 환경 살리기였다. 이 두 가지 목적이 살림지기들과 내가 살림장터를 하는 본질이었고, 살림장터는 그것을 이루는 수단이었다. 몇 년간 살림장터를 하다 보니 많은 주민들을 만날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안쓰는 물건을 사고 파는 문화가 생겼다. 수익보다 관계에 집중하려고 커피, 녹차, 아이스크림을 재료비 그대로 100원에 팔았다. 싸게 사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눠주고, 마시면서 인사하고 이야기 나누라고 말이다.
 
수단이 꼭 장터일 필요도 없었다. 목적을 이루는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아이들, 어르신들과 함께 비누, EM발효액, 친환경주방세제를 만들고, 청소년들과 함께 우리 지역 개화산과 한강으로 생태탐사를 가는 살림교육도 했다. 또 지극히 사소해서 살림교육이라고 부르기도 그랬지만 일주일에 한번씩 같이 모여서 수세미를 뜨며 이야기 나누는 모임도 했다. 이 역시 살림지기들과 담당자가 본질을 이루는데 좋은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살림장터를 하든, 살림교육을 하든, 수세미를 뜨든 중요한 것은 그것을 통해 이웃 관계를 살리고 동네 환경을 살리는 것이었다. 여기서 성찰할 것은 내가 지금 도구에 집중하고 있느냐 본질에 집중하고 있느냐다.
 
 
들리는 TV
TV는 본래 보고 듣는 것이 어울어진 공감각 매체다. 그러니 ‘들리는 TV’라는 표현은 어딘가 좀 어색하다. 사실 이 말은 라디오 방송이 청취자와 가까워지기 위해 도입한 ‘보이는 라디오’에 빗댄 재미있는 표현이다. ‘들리는 TV' 뿐 아니라, <라디오스타>라는 제목부터, 실제 라디오 방송 부스를 옮겨놓은 듯한 스튜디오까지 모두가 라디오로부터 왔다. 프로그램 도입부도 마치 라디오 방송 오프닝처럼 진행하고, 게스트 소개 역시 라디오 게스트를 소개하듯 한다. <라디오스타>는 라디오 방송이라는 상황극을 전제로 한다.
 
재미있는 것은 MC들이 마치 라디오 DJ가 그러하듯 일종의 진실성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김구라는 우리가 알고 있던 캐릭터처럼 직설화법을 사용하고 때론 게스트를 꾸짖거나 훈계하기도 한다. 또한 건물주 서장훈을 비롯하여 게스트들의 자산에 큰 관심을 드러낸다. 윤종신은 시트콤과 예능에서 늘 그래왔듯 깐족대는 캐릭터로 게스트들의 말에 말장난으로 응수한다. 여기에 김국진의 이혼 경력은 김국진을 놀리는 단골 소재로 등장하고, 규현은 한때 일반인을 좋아하는 연예인으로 캐릭터를 굳혔다. 라디오 방송 상황극이라는 가짜 상황임에도 자신의 본래 캐릭터로 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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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라디오스타>에서 새로운 예능 유망주가 자주 발굴되고 다른 토크쇼에서 찾을 수 없는 신선한 재미가 있는 것은 ’라디오‘라는 가상과 MC들의 실제 캐릭터라는 현실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라디오는 다른 매체에 비해 출연자와 청취자 간의 정서적 거리가 가깝다. 또한 그만큼 서로가 솔직하게 소통한다는 느낌을 준다. <라디오스타> 게스트들이 다른 방송에 비해 솔직해지는 것도 라디오 상황극이 한몫을 한다. 또한 MC들이 실제 캐릭터로 오랜 기간 합을 맞추어 온 것도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 비해 솔직한 방송이라는 이미지를 덧입힌다.

주민, 당사자와 진솔하게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라디오스타>는 이를 분위기와 태도로 알려준다. 먼저 주민, 당사자가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한다. 어느 자리에서 어떻게 만날 때 편안함과 흥미를 느끼게 할 수 있을까. 또한 사회복지사가 자기 모습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태도가 중요함을 알려준다. 어떻게 하면 나의 진심을 주민, 당사자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 덧붙여 <라디오스타>의 진짜 미덕은 오랜 기간 변함없이 B급정서, MC들 간의 호흡을 지키고 있다는 점이다. 주민, 당사자들에게 나와 우리 기관은 <라디오스타>처럼 변함없이 중요한 것들을 지키고 있는 곳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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