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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꾼칼럼

위기를 기회로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

김상진 2016-04-19 (화) 16:41 10년전 7066  
2013년 MBC에브리원 <무한걸스>의 폐지, 2015년 KBS <해피투게더3>에서 박미선, 김신영 대신 전현무, 김풍이 자리를 차지한 것은 지난 몇 년간 이어져온 여성 예능인의 위기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건들이다. 물론 같은 기간 동안 이국주, 박나래 등이 새로운 예능 대세로 떠오른 후 자기 자리를 만들어낸 것을 보면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바늘구멍 같은 기회이며, 대다수 여성 예능인들 입장에서는 가뭄과도 같은 시기다.
 
예능 20년차 이상인 개그맨 송은이, 김숙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1년전 만 해도 그들은 고정적으로 방송에 나올 일이 별로 없는 처지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두 사람은 작년 10월부터 SBS <송은이, 김숙의 언니네 라디오>(이하 <언니네 라디오>)로 지상파 라디오DJ가 되었다. 특히 김숙은 <님과 함께2 : 최고의 사랑>(이하 <님과 함께2>에 윤정수와 가상부부로 출연하며 가모장적 여성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로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으며 다양한 CF에 출연하는 예능 대세가 되었다.
 
 
정체성으로 극복하기
변화의 계기는 2015년 4월에 시작한 팟캐스트 방송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이었다. ‘결정장애를 앓고 있는 5천만 국민들을 위한 속 시원한 비밀보장 상담소’라는 프로그램 소개처럼 매주 다양한 고민 사연을 받아 재치 있고 속 시원하게 해결해주고 있다.
소원해진 부부사이에 대한 해결책, 전교회장에 출마하는 학생의 색다른 공약, 손님 대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힘든 사장님의 고민 등 50회 방송을 하는 동안 다양한 고민을 해결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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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팟캐스트 방송이라는 게 사실 말이 좋아 방송이지 공중파에서 들을 수 있는 방송이 아니라 스마트폰에서 들을 수 있는 개인방송으로 볼 수 있다. 누구나 알아보는 연예인으로 공중파를 비롯한 방송에서 활약하던 이들이 팟캐스트 방송을 시작했다는 것이 처음에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여성 예능인 가뭄 시기를 겪던 이들은 팟캐스트를 통해 위기를 딛고 기회를 만들어냈다. 그 원동력은 바로 자신들의 본분에 충실했다는 점이다. 
 
송은이, 김숙의 정체성은 개그맨으로 데뷔해 지금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예능인이다. 예능인의 본분은 대중에게 웃음을 주는 것이고, 이를 위해 대중과의 활발한 소통이 중요하다. 하지만 고정 방송 프로그램이 거의 없던 이들에게 대중을 만날 기회가 별로 없었고 어떻게 대중과 소통할까하던 궁리 끝에 팟캐스트를 시작했다.
 
이는 ‘컬투’의 사례와 비슷하다. 신인시절 방송출연 기회가 거의 없던 ‘컬투’는 소극장부터 개그공연을 시작했고 그렇게 바닥부터 대중과 호흡하며 지금의 ‘컬투’로 발돋움했다. 예능인으로서 어떻게든 대중과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송은이, 김숙 역시 다르지 않았다. 대중과 소통을 위해 연예인이라는 자존심도 내려놓고 작년 4월 무작정 장비부터 구입해 팟캐스트 방송을 시작했다. ‘컬투’가 소극장 개그공연으로 대중을 직접 만난 것처럼 <비밀보장> 역시 방송보다 일반 대중과 더 가깝게 다가가는 기회였다.
 
여기에 심의규정이 별로 없는 팟캐스트의 특성상 방송에서 할 수 없었던 다양한 이야기와 여러 방식들을 활용해서 20년차 예능인들의 내공을 발휘해나갔다. 29금이라고 부르며 성적인 이야기도 서슴없이 했고, 대중들이 이용하는 다양한 상품명도 그대로 말했다. 이 과정에서 핵심은 예능인의 재미를 놓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청취자의 고민을 해결한다는 기본 컨셉을 유지하면서도 이것을 예능인답게 재미와 재치로 풀어낸 것이다.
 
속전속결 고민상담 코너에서는 “내 이름은 숙이랍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에레나에요~”라는 재미있는 노래와 함께 김숙이 에레나 선생님으로 변신하고, 결정을 내리기에 조금 긴 사연 코너에서는 청취자와 고민과 관련된 자신들과 지인들의 에피소드로 재미를 뽑아낸다. 가장 재미있는 것이 중간중간 나오는 음원이다. 공중파 라디오 방송과는 달리 가요나 팝 음원을 그대로 틀 수 없는 팟캐스트의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송은이, 김숙이 직접 ‘이영자의 잔소리’, ‘김국진의 유행어 퍼레이드’ 등 지인들의 이야기를 녹음해 음원으로 내보내기도 하고, ‘부모님이 윷놀이하다가 싸우는 소리’, ‘한 청취자가 닭들과 대화하는 소리’ 등 재미있는 소리를 들려주기도 한다. 예능인다운 발상으로 한계를 극복한 것이다. 
 
우리도 각자가 다양한 위기의 순간을 겪을 수 있다. 그것이 송은이, 김숙처럼 집단의 위기일 수도 있고, 개인의 위기일 수도 있다. 그 위기를 극복하는 첫 번째 길은 이들처럼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그 정체성을 어떻게 살려낼 지를 고민하여 쉬운 방법부터 실천해보는 것이다.
 
 
주변 사람과 함께 대처하기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비밀보장>의 팬이 되었다. 김숙이 가모장적 여성이라는 새로운 캐릭터로 대세로 떠오게 된 <님과 함께2>에 출연하게 된 것도 성치경CP가 <비밀보장>을 듣고 김숙의 재미있는 캐릭터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예능 대세 김숙을 이끌어낸 일등공신은 누가 뭐래도 <비밀보장>을 함께 진행하는 송은이다. 데뷔 초 <개그콘서트>에서 따귀소녀로 나온 이후 김숙은 대중들에게 호감 있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하지만 20년지기 송은이에게 김숙은 누구보다 재미있는 예능인이었다. 여기에 20년간 가까이 지내며 쌓아온 둘 사이 환상의 호흡 역시 고스란히 <비밀보장>에 담겼다. 누구보다 가까운 언니, 동생 사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방송이 이루어지다보니 김숙이 사적인 자리에서 보여주던 재미있는 캐릭터를 마음껏 보여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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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의 고민을 해결하는 방식도 철저히 지인을 활용한다. 만약 공중파 라디오 방송이라면 연예인이나 전문가를 게스트로 불러서 함께 이야기 하며 고민을 해결했을 것이다. 하지만 팟캐스트 방송의 특성을 살려 고민에 대해 잘 이해하고 해결방법을 제시해줄 것 같은 주변 지인들에게 전화를 해서 함께 고민을 풀어냈다.
 
성에 관한 고민은 개그맨 김수용, 재테크 문의는 방송인 김생민, 시어머니 관련 고민은 가수 양희은과 함께 전화 통화로 해결방안을 함께 찾았다. 굳이 연예인일 필요도 없었다. 담배 문제로 고민하는 여성의 고민은 송은이, 김숙과 오래된 지인인 일명 ‘담배녀’에게, 손님이 대하는 게 부담스러운 가게사장님 고민은 김숙의 지인 옷가게 언니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잘 모르는 연예인이나 전문가가 아니라 지인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그것도 직접 스튜디오로 부르는 게 아니라 전화로 쉽게 물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많은 고민에 있어 문제 해결의 열쇠는 우선 본인에게 있다. 그 다음은 자신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고받는 지가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정서적 지지나 자기 효능감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그 방법은 <비밀보장>의 전화통화처럼 쉽고 일상적일수록 효과적이다. 매번 전문가의 조언 같은 대단하고 특별한 방법을 쓸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사가 하는 조직화사업이나 사례관리도 결국 주변 이웃이나 지인들과 의미 있는 관계를 발견하거나 복원하고, 서로 간에 의미 있는 일들이나 정서적 지지를 쉽고 일상적으로 할 수 있게 돕는 일이다. 또한 그 안에 사람답게 사는 재미를 담는 일이다. 그러니 2015년 4월 여성 예능인 춘곤기를 겪으며 송은이, 김숙이 무작정 팟캐스트를 시작했던 것처럼 우리도 정체성에 맞추어 주변사람들과 함께 쉽게 할 수 있는 일로 뭐든 한번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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