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보다 지금 니가 더욱 괜찮을꺼야
허전했던 나의 빈 곳을 이젠 채워줬으니
아름다운 세상에서 많이 외로워하며
내 반쪽을 찾아 헤맨 건 모두 옛날 얘긴걸
내 생애 이 시간만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마치 꿈만 같은걸
이젠 나 혼자가 아닌 너와 함께 하는 거야
Oh Love 왜 이제서야 많이 외롭던 나를 찾아온 거야
Oh Love 너를 사랑해 이제 모든 시간들을 나와 함께 해
- 젝스키스 <커플> 가사 일부
젝스키스가 돌아왔다. 1997년 4월에 데뷔해 2000년 5월 해체한 젝스키스는 H.O.T와 함께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 아이돌그룹이다. 4월 29일 <무한도전>을 통해 방송된 게릴라콘서트는 그들의 노래 <커플>의 가사처럼 해체 후 16년동안 ‘많이 외롭던’ 팬들 곁으로 찾아와 ‘허전했던 빈 곳을 채워’주었고 시청자들에게 ‘마치 꿈만 같은’ 시간을 선사했다.
이번 젝스키스의 귀환이 더욱 반가웠던 것은 멤버 6명이 완전체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고지용이 있었다. 젝스키스 해체 후 나머지 멤버 5명은 지속적으로 연예활동을 해왔다. 은지원, 이재진, 강성훈은 솔로가수로, 김재덕, 장수원은 ‘제이워크’라는 팀으로 활동했다. 은지원, 장수원은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하지만 고지용은 해체와 함께 연예계에서 은퇴하고 자신의 사업을 꾸리는 일반인으로 돌아갔다. <무한도전>이 토토가2 젝스키스편을 준비하며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도 고지용의 합류였다.
관계
고지용이 합류를 선택한 이유를 관계, 역할, 유연함으로 유추해보았다. 먼저 관계다. 사실 은지원이 고백했듯이 은지원은 해체 후 고지용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무려 16년 동안 말이다. 16년동안 멤버들과 다른 길을 것도 있는 고지용이 선뜻 게릴라콘서트에 참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들 사이에는 집중적이고 끈끈한 관계가 있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젝스키스는 만 3년간 활동했다. 이 기간동안 그들은 거의 쉬는 시간 없이 앨범을 발표하고 방송활동을 했으며, 영화 <세븐틴>, 뮤지컬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에도 출연했다. 물론 데뷔전 준비기간까지 포함하면 멤버들이 함께한 시간은 더욱 늘어난다. 3년이상 항상 함께하며 깊은 관계를 맺은 셈이다. 그런 멤버들이 만장일치로 결정한 게릴라콘서트이니 당연히 망설여졌을 것이다. 비록 16년전 일이라 할지라도 동거동락하며 고생한 나머지 멤버들과의 관계가 마음을 돌이킨 결정적 이유였을 것이다.
당사자, 지역주민과도 관계가 먼저다. 서로 관계가 맺어진 후에야 사회사업을 도모할 수 있다. 전혀 모르는 사람과 선뜻 무언가를 해보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모르는 사람을 경계하는 것이 일종의 문화가 된 요즘에는 더욱 그렇지 않나. 그러니 관계를 새로 만들거나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례관리에서 비공식적 자원, 당사자 주변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찾아내고 살려내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서로 관계를 맺고 이해하는 사이라면 그렇지 않는 사이보다 훨씬 유연하고 지속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역할
다음으로 역할이다. 고지용은 아마 자신의 역할을 생각했을 것이다. 우선 팬들이 게릴라콘서트를 통해 보고 싶은 것은 당연히 젝스키스 완전체일 것이고 자신이 참여하여 그것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을 생각했을 것이다. 완전체의 일원으로서 역할 말이다. 그리고 이는 게릴라콘서트에서 팬들의 함성이 가장 컸던 무대가 고지용이 등장한 <기억해줄래>였던 것에서 잘 알 수 있다.
여기에 방송 중 인터뷰에서도 밝혔듯이 고지용은 나머지 멤버들이 이번 방송을 계기로 더욱 활발하기 활동하기를 바랐다. 멤버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자신이 함께하는 것이 더욱 좋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멤버들의 다음 활동을 위해 게릴라콘서트를 통한 마중물 역할을 극대화하는 이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여러 글에서 밝혔듯이 당사자에게 의미 있는 역할을 드리는 것이 중요하다. 작년에 어버이날 경로행사를 준비하며 어린이날의 주인이 어린이이듯, 어버이날의 주인은 어르신이라는 생각을 했다. 원래 어버이날에는 카네이션을 준비해서 달아드리고, 다양한 특식을 대접해드렸으며, 영화상영을 준비해 보여드렸다. 모든 과정이 ‘드리다’였다.
하지만 주인이라면 일방적으로 대접받는 것이 아니라 자기 생각대로 무언가를 하며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평소 관계가 깊던 어르신들 열 분을 모시고 무엇을 하고 싶으신지 여쭈었다. 영화를 보자고 하셨고 그럼 어떻게 준비하면 좋겠냐고 다시 여쭈었더니 홍보, 준비, 당일 할 일도 모두 역할을 나누어서 알아서 하시기로 하셨다. 역할을 사회복지사가 정하고 부탁드린 것이 아니라, 어르신들이 정하실 수 있도록 여쭌 것이다.
또한 어르신들은 영화초대권을 만들어 달라고 하셨다. 어르신들은 한 분당 10장~20장 초대권을 받아 적극 홍보하셨다. 전에는 사회복지사가 홍보하느라 바빴는데 어르신들이 그 역할을 제안하고 해주신 것이다. 그랬더니 예전보다 두 배가 넘는 팔십분의 어르신들이 모이셨고 영화도 잘 즐기셨다. 그리고 함께 준비한 어르신들은 “내가 뭔가 한 것 같아서 뿌듯하다”고 하셨다. 어떤 일이건 되도록이면 작더라도 당사자의 역할을 함께 찾는 것이 중요하다.
유연성
마지막으로 유연성이다. 게릴라콘서트에서 고지용은 발라드곡 <기억해줄래>와 가벼운 댄스가 있는 <커플> 두 곡에 함께 했다. 개인 사업을 하는 고지용 입장에서는 <Com' back>이나 <폼생폼사>는 격렬한 댄스곡을 위해 따로 연습할 수 없었다. 그래서 두 곡에만 참여했다. 고지용에게 할 수 있는 만큼 형편대로 여지를 주는 유연성을 발휘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무한도전>팀과 젝스키스 멤버들 그리고 팬들의 배려였다.
사회사업을 하면서도 이런 유연성이 필요하다. 당사자의 삶에서 우리가 하는 사업이 절대적일 수는 없다. 당사자가 할 수 있는 만큼 형편대로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당사자가 꼭 필요하다고 느끼면 언제든 참여하실 것이다. 그리고 유연성 있게 하면서도 깊은 관계를 맺는다면 또한 참여가 늘어날 것이다.
‘이젠 나 혼자가 아닌 너와 함께 하는 거야’ 가사처럼 고지용은 극적으로 <무한도전> 게릴라콘서트에 참여했다. 당사자도 마찬가지다. 관계를 잘 맺고, 의미 있는 역할을 세워드리고, 유연성을 발휘한다면 당사자와도 ‘혼자가 아닌 함께 하는’ 일들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