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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꾼칼럼

<개그콘서트-멘붕스쿨> 선생님의 멘붕을 어떡하지

김상진 2012-11-02 (금) 12:34 13년전 86039  

멘탈붕괴 직전의 선생님

여기 한 학교선생님이 있다. 선생님은 요즘 학생들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단어를 틀리게 말하는 학생, 도무지 납득이 안된다는 학생, 한국문화가 이해되지 않는 유학파 학생, 연기를 못하는데도 연기자가 되고 싶은 학생, 말이 안되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일본인 학생까지. 선생님은 도무지 학생들과 말이 통하지 않는단다. 반면 학생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아무리 자기 생각을 이야기 해봐도 선생님이 전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다. KBS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인 <멘붕스쿨>에 나오는 선생님과 학생들 이야기다. 선생님은 어떻게 해야 ‘멘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멘붕의 원인1 : 학생들을 만나기 전까지

먼저 생각해볼 것은 학생들을 만나기까지 선생님의 태도다. 매번 선생님의 첫 대사는 “요즘 들어 왜 이렇게 속을 썩이는 애들이 많은 거야. 반장! 문제학생들 상담하게 한명씩 들어오라고 그래.”이다. ‘문제학생’이라는 표현에서 학생들을 만나기 전에 이미 그들을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다. 물론 학생들은 하나씩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선생님은 그런 문제를 이미 알고 있기에 그런 태도를 취하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인식은 일종의 편견이 되어 상대방을 객관적인 입장으로 대하는 것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또한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대하다 보면, 많은 경우 당사자의 의중보다는 본인의 시각에서 문제를 ‘해결’해주거나 ‘극복’해주고자 하는 유혹에 빠지기가 쉽다.

사회복지사들도 비슷한 우를 범하기 쉽다. 우리가 만나는 당사자들은 어떤 문제를 한두가지 이상 안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문제만을 중심으로 당사자를 보는 것은 앞서 살펴본 선생님과 같은 이유로 위험하다. 그렇기에 당사자를 ‘문제가 있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며 해결하거나 개선할 수 있는 ‘주체’로 보는 시각이 더욱 중요하다. 결국 사회복지 실천은 당사자와의 협력으로 진행되어야하기 때문이다.

한편 면담 장면을 보면 선생님은 권위의 불균형 관계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학생들은 ‘문제학생’이라는 이유로 반장의 호출을 받고 오게 된다. 그들이 선생님을 만나는 장소는 교무실이고 선생님은 본인이 가장 편안하게 느낄 만한 자리에 앉아있지만 학생들은 선생님 앞에 놓인 부담스러운 의자에 앉게 된다. 어떻게 보면 면담장소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관계의 대등함은 깨어질 수밖에 없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사회복지사들만의 힘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중요한 것은 당사자의 의사를 충분히 듣고 당사자와 함께 하는 것이다. 사회복지사가 당사자를 만나는 상황이나 장소나 분위기는 어떠한가? 당사자가 부담을 느끼지 않고 편안하게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이를 고려하고 개선해야할 것이다. ‘멘붕스쿨’의 선생님이 학생을 만나기 위해 반장을 거치기보다는 직접 만날 것을 부탁하고, 교무실의 편안한 쿠션 의자가 아닌 학생과 같은 의자에 앉아 차나 음료를 나누면서 이야기한다면 분위기가 달라지지 않겠는가. 물론 이를 위해 선생님에게는 의식 혹은 무의식에 있는 권위의식을 내려놓고 학생을 대등한 소통상대로 보는 태도가 필요할 것이다.


멘붕의 원인2 : 학생들을 만나면서

다음은 학생들을 만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선생님도 잘하는 것이 있다. 덮어놓고 문제에 대해 훈계하기 보다는 모든 학생에게 말할 기회를 충분히 준다는 것이다. 연기를 하고 싶은 학생에게는 발연기가 될지언정 준비해온 연기를 해볼 수 있게 하고, 한국문화가 이해되지 않는 유학파 학생에게는 한국문화와 다른 미국문화가 무엇이 다른지 황당함을 무릅쓰고 끝까지 들어준다.

다만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볼 것은 ‘듣다’라는 말의 속뜻이다. 사전을 보면 ‘듣다’에는 ‘다른 사람의 말이나 소리에 스스로 귀 기울이다’라는 뜻이 있다. 듣는다는 행위는 단순히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귀로 듣는 것 뿐 아니다.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그 속에 어떤 뜻이나 맥락을 담고 있는 지에 ‘귀 기울여야’하는 것이다.

하지만 선생님은 문자 그대로 학생들의 이야기를 귀로 들을 뿐 그 안에서 학생의 입장이나 속내에 귀를 기울이지는 않는 듯하다. 발연기를 할지언정 연기공부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학생의 열정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문화의 차이로 힘들어하는 유학생 이야기에도 그의 어려움을 헤아려주거나 보듬어주지 않는다. 그저 학생들의 이야기 끝에 “요즘 애들 왜 저래? 왜 저러냐고?”라고 하면서 모든 문제의 원인을 학생들에게 돌릴 뿐이다.

사실 그 나이에는 연기자 지망 학생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잘할 수 있는 것을 정확하게 모를 수 있다. 하지만 ‘부모의 반대 때문에 사랑하는 여인을 보내는 남자주인공’을 연기하기 위해 몇 번이고 예식장을 찾아서 연습해보는 열정은 그 학생의 강점이고 가능성이지 않겠나. 그런 학생에게 “연기하지마!”라고 다그치기보다는 강점을 발견해주고 칭찬하는 것이 좋겠다. 또한 그 강점과 가능성을 발판으로 삼아 어떻게 하면 연기를 잘할지를 함께 고민해주거나, 잘할 수 있는 다른 것을 함께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다.

한편 유학파 학생은 외국인노동자나 이주여성 같은 이주민의 표상으로 볼 수도 있다. 유학파 학생의 이야기에 대한 선생님의 반응인 “야 너 그냥 미국으로 돌아가!”는 여전히 문화상대주의, 문화다원주의의 시각이 빈약한 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멘붕스쿨> 선생님처럼 자신의 생각에 학생을 맞추려하기보다, 최근 다문화 실천의 좋은 흐름처럼 이주민의 문화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며 그들의 어려움을 보듬고 도울 필요가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 역시 주체이고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멘붕 없는 사회를 위하여

우리 시대 화두 중 하나는 소통이다. 비단 사회복지 영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너와 나는 어떻게 만나 우리가 될 수 있을까? 먼저 편견을 갖지 않아야할 것이고, 대등한 관계를 맺어야할 것이다. 또한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그의 속뜻을 헤아려야할 것이다. 그래야 선생님의 ‘멘붕’을 해소할 수 있고, ‘멘붕’이 없는 사회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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