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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꾼칼럼

<썸> 타는 사회복지사

김상진 2014-08-12 (화) 12:19 12년전 7376  
<썸>은 <사랑과 우정 사이>다
썸(some)은 something의 줄임말로 ‘사귀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 호감이 생겨 알아가는 관계, 연인은 아니지만 친구보다는 가까운 이성관계’를 뜻하는 신조어다. 그래도 잘 이해가 안된다면 2014년 초 발표된 이후 꾸준히 음원차트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소유, 정기고의 <썸>을 들어보면 좋겠다. 그리고 썸, 썸탄다는 말이 나오기 20년 전인 1992년 발표된 피노키오의 <사랑과 우정 사이> 역시 90년대 초반의 ‘썸’을 표현하고 있다. 이 두 노래를 함께 살펴보자.
 
썸 - 소유, 장기고 (가사 일부)
요즘 따라 내 꺼인 듯 내 꺼 아닌 내 꺼 같은 너 니 꺼인 듯 니 꺼 아닌 니 꺼 같은 나
이게 무슨 사이인 건지 사실 헷갈려 무뚝뚝하게 굴지마
연인인 듯 연인 아닌 연인 같은 너 나만 볼 듯 애매하게 날 대하는 너
때로는 친구 같다는 말이 괜히 요즘 난 듣기 싫어졌어
너 요즘 너 별로야 너 별로야  나 근데 난 너뿐이야 난 너뿐이야
분명하게 내게 선을 그어줘 자꾸 뒤로 빼지 말고 날 사랑한다 고백해 줘
 
사랑과 우정 사이 - 피노키오 (가사 일부)
멈추고 싶던 순간들 행복한 기억 그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던 너를
이젠 나의 눈물과 바꿔야하나 숨겨온 너의 진심을 알게 됐으니
사랑보다 먼 우정보다는 가까운 날 보는 너의 그 마음을 이젠 떠나리
내 자신보다 이 세상 그 누구보다 널 아끼던 내가 미워지네
연인도 아닌 그렇게 친구도 아닌 어색한 사이가 싫어져 나는 떠나리
우연보다도 짧았던 우리의 인연 그 안에서 나는 널 떠나네


많은 사람 만나기
<사랑과 우정 사이>와 <썸> 사이에는 22년 세월이 흐른 만큼 큰 차이가 나타난다. <사랑과 우정 사이>가 한 남성의 독백이라면 <썸>은 남녀의 속내를 서로 교차한다. <사랑과 우정 사이>가 자기 자신에게 쓰는 편지라면, <썸>은 마치 둘 사이의 메신저 대화 같다. 두 노래를 한 자리에 놓고 살펴보다보면 한 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사랑과 우정 사이>의 나는 왜 너를 떠나려고 한 것일까? 앞서 살펴본 가사 내용만 살펴보면 ‘숨겨온 너의 진심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고 그 진심은 ‘사랑보다 먼 우정보다는 가까운 날 보는 너의 그 마음’이다. 즉 나는 ‘내 자신보다 이 세상 그 누구보다 널 아낄’만큼 너를 사랑했지만 너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떠난다는 말이다. 그런데 남성은 상대방의 ‘숨겨온 진심’을 어떻게 확인했을까? 고백을 했다가 아니라는 답을 들은 걸까, 아니면 너에게 남자친구가 있었던 걸까, 아니면 남성의 오해였던 걸까? 정답은 ‘알 수 없음’이다. 가사에 나타나있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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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은 다르다. 앞서 살펴본 대로 마치 메신저 대화 같지만 사실 노래의 남녀는 서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아니다. 마치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의 남녀 작가처럼 각자 자기 이야기를 하되 이를 동일 선상에서 대비하고 있을 뿐이다. 여성이 ‘매일 아침 너의 문자에 눈을 뜨고’라고 하면, 남성이 ‘하루 끝에는 니 목소리에 잠들고 파’라고 하는 식이다. <썸>은 그렇게 남녀가 서로에게 가진 호감과 애틋함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노래를 듣는 누구나 남녀가 서로 사랑을 시작하려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썸>의 상황은 분명한데 비해 <사랑과 우정 사이>의 상황이 애매한 것은 무슨 이유일까? 그건 <사랑과 우정 사이>에는 여성의 입장이 전혀 담겨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들었던 질문인 <사랑과 우정 사이>의 남성이 떠나고자 한 이유를 정확하게 알려면 여성의 입장 역시 들어봐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또한 지역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얼키고 설키며 살아간다. 그러니 제대로 일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을 만나야한다. 자칫 한쪽의 입장만을 듣는 것은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사랑과 우정 사이>처럼 애매하게 이해하게 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그러므로 <썸>에서 남녀의 입장을 동일한 분량으로 살펴본 것처럼 주민, 당사자의 이야기도 그렇게 들을 필요가 있다. 사례관리도 조직화도 결국 당사자와 사회복지사 둘이 하는 일이 아니라 더 많은 관계자나 주민과 만나고 함께 이루어가는 일이지 않는가. 그러니 필요하다면 더 많은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고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일해야한다.
 
 
한 사람으로 만나기
다시 <사랑과 우정 사이>의 남성이 왜 떠나려 했는지 하는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이유는 여전히 ‘숨겨온 너의 진심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맥락이 숨어있다. <썸>의 남녀는 계속 자기 이야기를 한다. 이런 저런 상황을 나열하며 헷갈린다고 하고, 상대방에게 ‘무뚝뚝하게 굴지마’, ‘분명하게 선을 그어줘’, ‘날 사랑한다고 고백해줘’, ‘솔직하게 좀 굴어봐’라고 요구한다. <사랑과 우정 사이>의 남성은 앞서 살펴본 대로 무슨 이유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그래도 상대방의 말과 행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자신보다는 상대방을 중심으로 생각한다. 배려가 묻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썸>의 남녀는 상대방보다는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계속해서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해달라고 요구한다.
 
이런 차이는 시대의 흐름을 담고 있다. 지금 세대는 인터넷 뿐 아니라 SNS나 메신저까지 너무도 많은 매체에 노출되어 있고 그것을 이용하느라 20년 전보다 성찰의 시간이 부족하다. 요즘 많은 남녀가 데이트를 하면서도 각자 스마트폰에 시선을 두는 것이 낯설지 않은 장면 아닌가. <사랑과 우정 사이>의 남성이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은 많은 생각과 성찰에서 나왔을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회복지사는 결국 ‘한 사람’을 만나야한다. 한 사람, 한 사람 따로 만나 그의 이야기를 깊이 들어야한다. 집중해서 듣고, 의미 있게 반응하면 상대방은 자기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생각하고 성찰하고 이야기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에게만 집중되던 시각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을 생각하게 된다. 여러 사람을 한꺼번에 만나거나 피상적인 만남으로는 이룰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의미 있게 만나야 한다. 사례관리도 조직화도 결국 의미 있게 만나고 관계 맺은 한 사람, 한 사람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니 말이다. 
 
주민, 당사자와 썸타는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다면 더욱 많은 주민, 당사자와 만나 이야기나누고 관계 맺되, 그들을 ‘한 사람’으로 만나자. 그러다보면 썸타는 남녀가 그러하듯 여러 가지 가슴 설레는 일들을 주민, 당사자와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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