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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꾼칼럼

<비정상회담>과 소통 방법

김상진 2015-04-24 (금) 14:49 11년전 37240  
<비정상회담>은 12개국 외국인 청년들이 모여 매주 한 가지 주제를 놓고 토론하는 예능프로그램이다. 국제 평화와 안전을 위해 각국 정상들이 모이는 게 세계 정상 회담이라면, 국가 정상이 아닌 청년들이 참여한다는 점에서 비정상(非頂上) 회담이다. 또한 다양하고 특이한 각 나라 문화들이 혼재되어 사람에 따라 비정상적으로 보이기도 해서 비정상(非正常) 회담이다. 매회 MC 전현무가 프로그램을 마무리하면서 부르는 노래 가사처럼 ‘정상인 듯, 정상 아닌, 정상 같은’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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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그램의 가장 중요한 맥은 12개국 청년들이 다름에서 소통으로 넘어가는 방법이다. 같은 대륙이라 해도 독일과 이탈리아가 다르고, 중국과 일본이 다르다. 또한 12개국과 우리나라 역시 다르다. <비정상회담>의 12개국 청년들은 다름을 넘어서 어떻게 소통을 이루고 있을까?
 
‘비공식’의 가벼움
첫 번째 눈에 들어오는 것은 ‘비공식’이 주는 가벼움이다. <비공식회담>의 토론주제는 예능프로그램답게 무겁지 않다. 가수 김태우는 ‘음식의 노예가 된 나, 비정상인가?’를 토론주제로 던졌고, 조영남은 ‘TV를 없애고 싶은 나, 정상인가 비정상인가?’를 물었다. 이렇듯 가벼운 주제, 공감할 수 있는 주제는 외국인 출연자들이 쉽게 대화에 참여할 수 있게 한다. TV프로그램이라는 형식만 걷어내면 어느 여행지에서 함께 만난 외국인들이 서로의 문화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식이다. 그래서 이야기는 주로 토론주제와 관련된 자기 나라 문화를 소개하고, 거기에 재미있는 사례를 덧붙이는 식으로 진행된다.
 
특히 재미있는 장면은 주제와 관련된 나라별 자부심을 이야기할 때다. 러시아에는 매년 80% 시청률을 기록하는 대통령연설이 있다고 하자, 이탈리아는 1990년 월드컵 준결승 이탈리아 대 아르헨티나 중계가 87.25% 나왔다고 하고, 중국은 1990년 초 한 드라마가 90% 넘는 시청률을 기록해 거의 8억명 인구가 시청했다고 하여 시청률과 관련된 이야기를 종결시킨다. 여기에 한 출연자는 국민들의 관심을 TV프로그램에 돌리려고 시청률을 과장해서 발표하기도 한다며 논점을 돌린다. 이렇듯 가벼운 주제, 자연스러운 분위기는 즐겁게 소통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중요한 장치다.
 
사회복지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때에 따라 공식적인 프로그램, 공식적인 모임을 꾸준하게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다수의 주민과 당사자는 ‘공식’이 주는 무거움보다 ‘비공식’이 주는 가벼움으로 다가서는 것이 좋을 때도 있다. 각자가 관심 있는 사안에 따라 가끔 모이기도 하고, 혹은 자연스럽게 모이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할 수도 있다. 어떤 단체는 뭐든지 ‘제1회’로 해보는 행사를 열기도 한단다. 제1회 밤길걷기, 제1회 놀이터운동회, 제1회 마을청소. 뭐든 한번 해보고 사람들이 계속 하자고 하면 지속하고, 아니면 또 다른 ‘제1회’를 해보는 식이다.
 
<비정상회담>처럼 생활 속 주제로 가볍게 만나는 모임도 있을 수 있다. 김세진 선생님이 예로 드는 딸아이 머리 묶어주는 법을 배우는 아빠들 모임, 외국의 특이한 차(茶)를 선물 받아서 이웃들과 함께 하는 차 마시는 것도 ‘비공식’이지만 재미있고 자연스러운 모임거리가 될 것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것이 처음에 참여하기도 쉽고 자연스러운 관계를 맺는 데 더욱 쉬울 수 있다.
 
 
한국말, 한국문화라는 그릇
<비정상회담>을 처음 보는 사람은 외국인들이 한국말을 잘한다는 것에 놀라고, 한국문화에 대해 많이 이해하고 있다는 것에 한 번 더 놀라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12개국 외국인들이 소통하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가 ‘한국말’과 ‘한국문화’라는 점이다.
 
<비정상회담>의 출연자들은 대부분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거나 공부하고 있는 외국인들이다. 국적이 다양한 만큼 쓰는 언어도 다양하다. 그런데도 이들은 모두 유창하게 한국말을 한다. 게스트 조영남이 자신을 소개하며 "Do you know singer?"라고 하자, 벨기에인 줄리안은 “저희 한국말 꽤 잘해요”라며 한국말로 하라고 했다. 만약 동일한 프로그램이라 하더라도 출연자들이 각자 자기 나라 말을 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통역의 헤드폰으로 확인했다면, 또한 시청자들에게는 자막으로 보여주었다면 어땠을까? 아마 출연자들이 지금처럼 재미있게 소통하거나 친밀감을 느끼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이처럼 <비정상회담> 출연자들에게는 한국말이라는 중요한 도구가 있었다.
 
또한 한국문화 역시 이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중요한 매개가 되었다. 자기 나라 문화나 사례 뿐 아니라 외국인으로서 한국에 살면서 느낀 한국문화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면서 게스트가 내놓은 토론 주제를 해결해나가기도 한다. <비정상회담>에서 한국말과 한국문화는 다양한 외국인 출연자들을 한데 어울리게 하는 좋은 그릇인 것이다.
 
지역사회에는 <비정상회담> 외국인 출연자 보다 훨씬 다양한 주민, 당사자가 살고 있다. 주민, 당사자와 그들의 다양성을 어떻게 한데 섞이게 할까. 여기에 사회복지사의 역할이 필요하다. 주민, 당사자 각자 자기 개성대로 살아가지만, 그와 동시에 더불어 살게 하는 활동을 만들거나, 이미 잘하고 있는 것을 더 잘할 수 있게끔 지지하고 살려내면 좋겠다.
 
2000년대 초반 가양4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영구임대아파트 지역문제 해결을 위한 지역사회복지사업인 지역사회발전센터를 운영하며, 일반청약 아파트와 교류하고 함께 하기 위해 애썼다. 이를 위해 먼저 영구임대아파트에 살건 일반청약아파트에 살건 가양2동 대부분 사람들이 동의하고 자부심을 느끼는 키워드가 무엇인지를 찾았다고 한다. 2000년에 방송되어 63.7%의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허준>이 모티브가 되었다. 가양2동은 허준 선생님이 태어났고, 동의보감을 집필한 곳이다. 가양2동 주민들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다른 키워드보다도 ‘허준’을 자랑스러워하고 자부심을 느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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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가양4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지역주민축제 ‘허준마을주민축제’, 지역 청소년모임인 ‘허준의 후예들’ 등 허준을 테마로 가양2동 주민 모두가 참여하고 소통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했다. 당시 대부분의 홍보지, 현수막, 심지어 축제 무대배경에도 허준의 그림이 들어갔고, 축제 때는 허준처럼 어의 복장을 하고 한방차를 나누어 드리거나 지역 한의사들이 한방진료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가양2동 주민 누구나 자랑스러워하는 허준이라는 하나의 그릇 안에 주민들의 소통과 통합을 위해 애쓴 것이다.
 
세계 다양한 인종과 사람들.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른 이들이 만나도 소통하고 친해지는데 우리라고 못할 것 없지 않나. 때로는 거창하거나 공식적으로만 접근하지 말고 비공식적이고 소소하게 다가가보는 것도 좋겠다. 그리고 우리가 다같이 만나고 어울어질 수 있는 그릇이 무엇인지 세심하게 살피고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그러다보면 <비공식회담>의 ‘We are the world’처럼 ‘We are the 한 동네’, ‘We are the 우리’에 가까워지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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