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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꾼칼럼

<응답하라 1997> 나의 강점은 무엇인가?

김상진 2012-08-28 (화) 16:12 14년전 7413  

부산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들
부산의 한 종합병원 중증외상센터를 배경으로 하는 MBC <골든타임>, 제목처럼 부산 해운대를 주무대로 하는 KBS <해운대 연인들>, 1990년대 후반 부산의 한 고등학교 친구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tvN <응답하라 1997>까지. 요즘 부산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가 많다. 드라마들의 배경이 부산이다 보니, 2001년 영화 <친구>의 명대사 “고마해라, 마이 무따 아이가”처럼 귀에 착착 감기는 부산사투리 대사가 주를 이룬다. 그중에서도 <응답하라 1997>은 사투리연기가 가장 낫다는 평가를 받으며, 케이블TV로써는 대박에 해당하는 3~4%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방송 직후 등장인물들이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에 오르고, 다양한 기사와 패러디물을 양산하는 등 많은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응답하라 1997>의 성취는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주는 것일까?

정은지와 서인국이 잘할 수 있는 것
<응답하라 1997>에는 당시 최고의 인기 아이돌그룹 H.O.T의 팬인 성시원(정은지 분)과 어렸을 때부터 친구이자 그녀를 짝사랑하는 윤윤제(서인국 분), 그리고 두 사람의 친구들과 가족들이 등장한다. 드라마는 H.O.T의 열혈팬인 성시원을 중심으로 H.O.T와 젝스키스 두 아이돌그룹의 팬덤을 보여주는 동시에 IMF 같은 90년대 후반의 시대적 상황을 묘사하며, 이 과정에서 엇갈리는 사랑과 우정, 가족애를 보여준다.



2011년 데뷔한 걸그룹 에이핑크의 메인보컬 정은지는 고향이 부산이라 말할 때 사투리 억양을 쓴다. 그래서 그녀는 사투리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고, 활동에 걸림돌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을 통해 정은지는 <골든타임>과 <해운대 연인들>의 선배 배우들을 누르고 최고의 사투리 연기자로 꼽힌다. 노래 좀 하는 아이돌가수에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인기배우가 되었다. 단점이라 여겼던 사투리가 최고의 강점이 된 것이다.

2009년 <슈퍼스타K> 시즌1에서 우승을 차지한 서인국 역시 이번 드라마를 통해 스타덤에 올랐다. <슈퍼스타K> 우승 이후 <슈퍼스타K> 때 만큼 인기를 얻지 못하던 서인국의 반전카드 역시 사투리였다. 울산 출신의 서인국은 <응답하라 1997> 이전에 출연한 KBS <사랑비>에서도 사투리를 쓰는 대학생으로 출연해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를 발판으로 주인공을 맡은 <응답하라 1997>을 통해 자연스러운 사투리 연기 아래 순수하면서도 속깊은 윤윤제를 보여주면서 드라마 섭외 1순위 배우가 되었다. 이외에도 윤윤제를 짝사랑하는 친구 강준희 역을 맡은 인피니트의 호야, 쉬지 않는 입담을 자랑하는 방성재 역할의 이시언, 성시원의 엄마로 출연한 이일화 역시 부산 출신으로 드라마의 리얼리티를 살리며 <응답하라 1997>의 인기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물론 <응답하라 1997>의 예상을 뛰어넘은 성공 요인을 단순히 부산 (혹은 울산) 출신 연기자들의 출연으로만은 볼 수 없다. 하지만 정은지와 서인국을 비롯한 출연자들의 자연스러운 사투리 연기라는 강점과도 떼어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

우리가 만나는 당사자들은 어떠한가. 우리는 그들을 어떤 사람으로 보고 있는가? 걸그룹에 어울리지 않는 사투리를 쓰는 정은지로 보고 있는가, 아니면 사투리 연기를 맛깔스럽게 잘하는 성시원 역할의 정은지로 보고 있는가. 당사자들의 가능성을 믿고 그들이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발견하고 집중한다면, 그 강점이 그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사회복지사의 관점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제작진이 잘할 수 있는 것
<응답하라 1997>의 기획자 이명한CP는 초기 <1박2일> PD를 담당하여 <1박2일>의 성공 신화의 포문을 열었고, 연출자 신원호PD는 <남자의 자격>을 이끌며 전쟁터와 같은 일요일밤 예능계에서 <남자의 자격>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만든 주역이다. 거기에 극본을 쓰는 이우정 작가는 <1박2일>과 <남자의 자격> 메인작가로 활약하며 KBS <해피선데이>를 최고 인기 프로그램으로 만든 사람이다. 이렇듯 대단한 이력들이 있는 이들이지만 그들은 사실 정통 드라마팀은 아니다. 이들이 드라마를 만드는 것은 일종의 모험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제작진 역시 강점으로 문제를 극복한다. 정통 드라마팀이 아니라는 문제는 드라마에 예능의 요소를 적절히 삽입한 것으로 풀었다. 드라마와 예능은 호흡이 다르다. 드라마는 10회 이상의 긴 호흡 아래 이야기를 점층적으로 쌓아간다. 이에 비해 예능은 단 1~2회 안에 완결된 구조의 이야기를 만들어야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누구라도 이해하기 쉬운 선명한 스토리와 캐릭터다. 그런 점에서 <응답하라 1997>의 이야기 구조는 다른 드라마에 비해 간단하다. 부산이라는 배경에 90년대 후반 1세대 아이돌 팬덤과 그 친구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과거가 주를 이룬다. 한회, 한회는 그 시점에 주인공들에게 일어난 중요한 에피소드를 하나씩 복원하는 식이다.



캐스팅에 있어서도 연기력보다는 철저히 캐릭터에 중점을 두었다. 정은지, 서인국 등 경상도 출신을 캐스팅한 것은 사투리 연기에도 강점이 있지만, 지역 출신으로 지역의 정서와 색깔을 잘 이해하고 있어 사실적인 캐릭터를 만들기 쉽기 때문이다. 또한 이 드라마는 곳곳에 웃음 장치를 삽입하여 마치 예능프로그램을 보듯 지루하지 않은 몰입을 선사한다. 그리고 제작진이 <1박2일>부터 적재적소에 사용해 찬사를 받았던 배경음악을 이번 드라마에서도 적절히 활용한다. 차분한 성격의 윤제에게는 K2의 <슬프도록 아름다운>을 주제가로 부여했고, 짝사랑하는 시원에게 윤제가 에둘러 고백하는 장면에서는 델리스파이스의 <고백>을 삽입하는 식으로 90년대 가요를 적절하게 활용한다. 이는 <1박2일> 뿐 아니라 <무한도전> 등 예능프로그램들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배가하기 위해 활용하는 작법인 것이다.

예능 출신의 PD와 작가가 드라마라는 새로운 틀 안에,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걸 했다는 점이 약점으로 보일 수 있는 것들을 넉넉히 이겨낼 수 있게 해준 것이다.

사회복지사 역시 사회복지철학과 기본기를 다진 후에는, 스스로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한다. 사회복지사로서 나(혹은 우리 팀이나 조직)의 강점은 무엇인가, 그 강점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찾아야할 것이다. 또한 어떤 틀에 갇힐 필요는 없다. 예능제작자라 하더라도 자신의 강점을 잘 활용한다면 드라마에서도 재능을 나타낼 수 있음을 <응답하라 1997>이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어떤 사업을 하건 먼저 그 안에 올바른 철학과 가치를 담고, 자신이나 팀의 어떤 강점을 활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보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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