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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꾼칼럼

<꽃보다 할배> 자기결정권과 존중을 담다

김상진 2013-08-06 (화) 11:34 13년전 44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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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세 예능프로그램은 <꽃보다 할배>다.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등 평균연령 76세의 연기자들이 함께 유럽배낭여행을 하면서 때론 티격태격하기도 하고 때론 서로 배려하고 함께 감동하는 모습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짐꾼 겸 가이드 이서진은 자기 역할을 잘 수행하기도 하고 대선배님 사이에서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며 프로그램을 감초역할을 한다.   
 
 
 
상식을 닮은 여행 규칙
 
<꽃보다 할배>의 소재는 여행이다. 하지만 여행이면서 동시에 방송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몇 가지 규칙이 있게 마련이다. 제작진은 할배들에게 크게 두 가지 규칙을 제시한다. ‘계획, 예약, 관광 모두 스스로 하기’와 ‘숙박비를 포함한 모든 경비는 제작진이 지급한 용돈 안에서 해결하기’가 그것이다.
 
두 가지 규칙은 보통 우리가 여행을 떠나면서 하게 되는 고민과 별반 다르지 않다. 여행에는 어디로 갈지, 가서 무엇을 할지, 어디서 잘지 같은 계획이 있어야 하고, 원활한 여행을 위해 사전에 예약은 필요하다. 이와 함께 중요한 고려사항은 두 번째 규칙처럼 여행 경비에 맞추어 여행을 최대한 즐기는 효율성이다. 유럽배낭여행이라는 큰 틀을 제시한 제작진은 두 가지 규칙을 통해 여행의 세세한 내용을 할배들 ‘스스로’ 정할 것을 제안한다. 그래서 첫날밤 파리의 숙소에 도착한 할배들이 한 일은 다음 날부터 여행 일정 짜기였다. 사실 여행의 재미는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스스로 계획한 여행을 하며 때로는 계획한 대로 재미를 느끼기도 하고, 혹은 돌발상황에 부딪히며 임기응변으로 대처하기도 하는 것이 여행의 묘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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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여행의 중요한 고려사항은 누구와 함께 떠나는가이다. <꽃보다 할배>는 서로 알고 지낸지 40년이 넘은 지인들이, 그것도 여행의 취지에 동의하는 4명이 함께 떠난다. 보통 우리가 하는 여행도 그렇지 않나. 처음 만나거나 서먹한 사이에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떠나기보다는 서로 잘 알고 마음 맞는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꽃보다 할배>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바로 여행의 상식이다. 여기서 상식은 사회복지에서 말하는 자기결정권을 말한다. 사실 복지관 나들이를 보면 잘 모르거나 관계가 깊지 않은 사람들이 대형버스를 타고, 모두가 똑같은 여행일정을 소화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는 ‘규모의 경제’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일 때가 많다. 하지만 여행의 목적이 기본적으로 즐기는 것이라고 보면 대규모보다는 소규모일 때, 모르는 사람보다는 아는 사람들과 같이 갈 때, 특히 다른 사람이 정해준 일정보다는 스스로 정할 때 여행을 훨씬 잘 즐길 수 있다. 또한 그럴 때라야 <꽃보다 할배>처럼 다양한 에피소드가 펼쳐지는 생기 있는 여행이 될 것이다.
 
 
 
배려로 존중을 낳은 여행
 
<꽃보다 할배>의 주인공은 할배들이지만 그만큼 중요한 인물은 짐꾼이자 가이드 역할을 한 이서진이다. 프로그램 중 나영석PD는 <꽃보다 할배>를 하면서 가장 잘한 일로 이서진을 캐스팅한 것을 꼽을 정도다. 하지만 젊은 짐꾼의 존재는 보기에 따라 어르신을 그저 섬김 받는 ‘대상’으로 보이게 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대로 세세한 것을 할배들 스스로 한다고 했지만 결국 많은 부분에서 할배들이 이서진에게 의지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연기자 대선배인 할배들이 말년고참처럼 이서진을 필요 이상으로 부려먹지는 않을까 걱정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기우였다. 처음으로 가는 여행지, 길을 몰라 한참을 헤매는 상황에서도 할배들은 힘들더라도 자기 짐은 스스로 옮겼다. 어르신 이전에 베테랑 연기자로서 자기 연기에 대한 자존심과 책임감이 삶에 짙게 배어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할배들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과 기댈 것을 정확히 구분하여 필요한 만큼만 이서진에게 부탁하고 의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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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나영석PD가 칭찬한 대로 이서진은 <꽃보다 할배>에서 ‘신의 한수’가 된다. 이서진은 할배들이 이야기하는 대로 여행 일정을 잡고 이동하고 먹고 자는 문제를 할배들의 상황을 고려하여 모두 해결하는 충실한 가이드가 된다. 하지만 이서진의 더 큰 역할은 할배들을 배려하는 마음에 있다. 하루는 빡빡한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도착해 기진맥진한 할배들을 위해 이서진이 할배들의 짐을 옮겼다. 이 때 이서진은 2층 계단까지만 짐을 옮겨놓으며 옆에 있던 스텝에게 할배들의 방까지 짐을 옮겨달라고 부탁한다. 자신이 직접 가져다 드리면 할배들이 미안해할까봐 그렇다고 하면서 말이다.
 
제작진 역시 할배들을 배려한다. 첫날 숙소에 도착한 백일섭은 “마이크 빼지”라며 프리타임을 요구하고, 격앙된 어조로 “카메라 치워”라고 하면서 잠자는 곳에 여러 대 설치된 카메라를 모두 제거하라고 한다. 우리 모두 알고 있듯이 화면과 소리가 있어야 방송이 가능하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더 이상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없는 만큼 흔쾌히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였다. 하지만 제작진은 이를 받아들인다. 할배들이 여독을 푸는 동안의 자유를 배려한 것이다.
 
이서진과 제작진의 배려에 할배들은 존중으로 화답한다. 프로그램 곳곳에서 할배들은 이서진의 역할을 존중하고 이서진에게 진심 어린 감사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또한 둘째날부터는 잠자리에 카메라 한 대 정도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제작진의 입장을 수용한다.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으로 할배들, 이서진, 제작진 모두 <꽃보다 할배>를 함께 만드는 파트너가 된 것이다.
 
<꽃보다 할배>의 두 번째 시사점은 앞서 살펴본 자기결정권이라는 상식에서 더 나아가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행도 사회복지도 결국 삶의 일부분이다. 우리네 삶도 한쪽의 희생만이 강조하는 온전히 일방적인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지 않나. 이서진과 제작진이 할배들과 배려와 존중을 주고받듯이 사회복지사와 당사자 역시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할 수 있어야한다. 우리의 숙제는 이를 위해 당사자를 어떻게 대해야하고 어떻게 당사자의 자존심과 책임감을 살려드릴 수 있느냐는 것이다. 
 
 
 
개성을 존중하는 법
 
<꽃보다 할배>팀이 노틀담대성당을 접근하는 방법은 각자 다양했다. 천주교 신자 박근형은 경건한 마음으로 기도를 올렸고, 신자가 아닌 이순재는 새로운 지식을 해석해내는 식이었고, 신구는 성당에 들어가려다 발길을 돌려 성당 앞 걸인에게 돈을 건냈으며, 몸이 무겁고 여행에 시큰둥한 백일섭은 의자에 앉아 아예 성당에 접근조차 하지 않았다. 어느 것이 옳다거나 낫다고 할 수 없다. 네 사람은 취향대로 즐겼을 뿐이다. 사회복지가 당사자의 개성을 존중하기 위해서 자기결정권을 담되 서로 배려하고 존중할 수 있게 해야 함을 <꽃보다 할배>에서 배울 수 있다.

고성권 2014-05-10 (토) 14:55 12년전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나의 생각이 옳다고 판단하여 그르친적이 많습니다.
각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며 자기결정에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지지해주는 사회복지사의 마인드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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