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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꾼칼럼

<감자별> 나진아에게 탄력성을 배우다

김상진 2013-11-07 (목) 12:16 12년전 21248  
2013년 어느 날 오후 온 세상은 대혼란에 빠진다. 모든 TV채널은 정규방송을 중단한 채 몇시간 뒤 지구가 멸망할 수 있다는 불길한 뉴스를 긴급하게 전한다. 원인은 2013QR3라고 불리는 행성이 지구를 빗겨 지나가리라던 관측과는 달리 지구와 충돌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짐을 챙겨 가족들과 함께 어디론가 도망간다. <딥임팩트>, <아마겟돈> 같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장면이 한 시트콤에서 펼쳐졌다. ‘하이킥’시리즈의 김병욱 감독의 신작 tvN <감자별 2013QR3>(이하 <감자별>)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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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를 닮은 행성 2013QR3는 다행히 태양과 지구 중력에 의해 형성된 라그랑지안 포인트라는 궤도에 편입되어 달처럼 지구를 돌게 된다. 당장의 멸망을 피하게 된 사람들은 다음날 운행이 재개된 버스, 지하철처럼 대부분 다시 자신들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물론 매일 밤마다 달보다 더 큰 감자별이 머리 위에 떠있는 것을 보는 것에도 차츰 익숙해진다.
 
지구 멸망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당신은 무엇을 하겠는가? <감자별>에서 지구 멸망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자세는 참 다양했다. 사람들은 스피노자의 명언처럼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었을까? 아니었다. 첫 번째 대처법은 무작정 도망가기였다. 사람들은 대부분 어디든 안전한 곳을 찾아서 도망갔다. 하지만 극중 가난한 기타리스트 장율의 말처럼 행성 충돌이라면 안전한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두 번째는 누군가와 사랑 나누기였다. 행성충돌 위험이 있은 얼마후 뉴스에서는 ‘행성 베이비’라는 신조어가 생겼다는 보도가 나온다. 지구멸망의 순간 생겨난 태아들이 많아 산부인과를 찾는 산모가 늘었다는 내용이었다. 여주인공 나진아(하연수)와 홍혜성(여진구) 역시 달과 감자별이 뜬 기괴한 하늘 아래 처음으로 키스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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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는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었던 일하기였다. <감자별>의 부잣집 노송(이순재)의 큰외손자 규영은 평소 무서운 엄마 때문에 맘껏 먹지 못했던 초코렛을 돼지저금통까지 부셔가며 배터지게 먹는다. 둘째외손자 규호는 평소 짝사랑하던 짝궁을 찾아가 마음을 고백하고 뽀뽀를 시도한다. 네 번째는 원래 하던 일 하기였다. 콘서트 중이던 장율은 관객들이 모두 도망가는 상황에서도 기타솔로를 계속한다. 주식회사 콩콩의 대표이사 노민혁이 불의의 사고로 의식을 잃는 순간 회사 경비원은 경비구역을 지키다 그를 발견하고, 그가 도착한 병원의 의사, 간호사들도 지구멸망의 순간에도 응급실을 지킨다. 마지막으로 <감자별> 14회에서 나온 대사에 의하면 그날 많은 사람들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비록 <감자별>이라는 시트콤의 설정이기는 하지만 행성충돌로 인한 지구멸망의 상황은 전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이 다가왔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대처는 서로 달랐다. 사람들 대부분이 우왕좌왕하며 도망가는 동안 누군가는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누군가가 절망 속에 자살을 선택하는 동안 누군가는 최후의 시간에 사랑을 나누었다.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마다 살아온 환경이나 처한 상황이 다르고, 가치관이나 철학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구멸망이라는 극단적 상황이 아니라 어떤 사고나 어려움을 당할 때도 사람들마다 대처하는 법이 다르기 마련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위기 상황보다는 그것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회복지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탄력성(resilience)이 여기에 해당한다. 탄력성은 ‘역경으로부터 다시 일어나 강해지고 자원을 더 풍부하게 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여주인공 나진아의 생각과 태도는 행성충돌 이전부터 쌓아온 탄력성을 잘 발휘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나진아의 탄력성
나진아는 다섯 살 때 성수대교 붕괴사고로 아버지를 여의고, 외도로 집을 나갔던 무능력한 어머니와 단둘이 살아왔다. 원하는 미대에 합격하고도 가난 때문에 가지 못했다. 이후 각종 아르바이트를 전전하지만 패스트푸드점 부점장이 될 정도로 밝고 성실하게 살았다. 우여곡절 끝에 어릴 적 꿈꾸던 대로 아버지가 다녔던 장난감회사 콩콩에 무급인턴으로 입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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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콩 입사 전까지도 무수한 어려움을 겪었던 나진아였지만, 콩콩에 입사했다고 장밋빛 미래가 펼쳐진 것은 아니었다. 우선 안정적 수입원이었던 패스트푸드점을 포기하는 하는 대신 6개월 간 무급 인턴이 되었기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이 닥쳐왔다. 설상가상으로 무단으로 살고 있던 집은 철거되어 쫓겨났고, 몇 년간 어렵게 모은 전세자금은 다단계에 빠져있던 엄마 길선자가 모두 날려먹는다. 길바닥으로 내몰린 모녀는 콩콩 전 대표 노수동의 집 차고에 얹혀살게 된다. 직장에서는 고졸 출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같은 기수 인턴들에게 왕따까지 당한다. 하지만 큰소리 한번, 눈물 한번으로 잘 이겨내도 또다시 웃는 얼굴로 하루하루 살아간다. 또한 노수동의 당장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주겠다는 제안에 대해서는 자신의 능력으로 정규직이 되고 싶다며 이를 당당하게 거절한다.
 
 
 
나진아표 탄력성 키우는 법
사실 나진아의 엄마가 전세자금을 날려먹은 날은 하필 지구가 행성과 충돌할 뻔했던 날이었다. 만약 나진아가 탄력성이 약한 사람이었다면 그녀 역시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사회복지 현장에서 만나는 많은 당사자들과 함께 해야할 일은 후원 한번, 서비스 한번 보다는 탄력성을 키우는 일일 것이다.
 
그럼 어떻게 탄력성을 키울 수 있을까? 다시 나진아에게로 돌아가보자.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조차 버거운 나진아는 어떻게 다시 밝고 성실한 나진아가 되는 것일까. 먼저 그녀에게는 명확한 꿈이 있다. 어린 시절 자신의 영웅이었던 아빠와의 약속대로 콩콩에 입사해서 날으는 소형비행체 무동력 글라이더 만드는 꿈 말이다. 이 꿈을 이루기 위해 나진아는 온갖 시련 속에서도 견디고 힘을 내는 것이다. 다음으로 나진아 인생에는 별로 도움이 안되는 존재 같지만, 살 부비며 살아가는 유일한 피붙이이자 친구 같은 엄마 길선자가 있다. 그리고 자신에게 기회를 준 콩콩 대표이사 노민혁, 티격태격하지만 유일한 친구 홍혜성까지 주변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다시 힘을 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진아는 이 모든 역경과 상황을 이겨낼 주역을 자기 자신이라고 믿고 있다.

사회복지 현장도 결국 삶의 현장이다. 너와 내가 만나 서로에게 어떤 의미와 변화를 주게 될까. 그리고 우리는 어떤 마음과 실천으로 당사자를 대해야할까. 우리가 만나는 당사자 중에는 수없이 많은 나진아가 있다.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우리의 실천에 따라 그는 탄력성이 강한 나진아가 될 수도 있고, 의존적인 나진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에게 삶의 목표를 향해 걸어갈 수 있게 하는 용기, 삶의 희망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 자신의 모든 일에 대한 주인의식이 있다면 당당한 나진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우리의 실천이 당당한 나진아를 만날 수 있는 방향이 되길 바란다.

사회복지 현장도 결국 삶의 현장이다. 너와 내가 만나 서로에게 어떤 의미와 변화를 주게 될까. 그리고 우리는 어떤 마음과 실천으로 당사자를 대해야할까. 우리가 만나는 당사자 중에는 수없이 많은 나진아가 있다.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우리의 실천에 따라 그는 탄력성이 강한 나진아가 될 수도 있고, 의존적인 나진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에게 삶의 목표를 향해 걸어갈 수 있게 하는 용기, 삶의 희망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 자신의 모든 일에 대한 주인의식이 있다면 당당한 나진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우리의 실천이 당당한 나진아를 만날 수 있는 방향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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