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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꾼칼럼

<벚꽃엔딩> 삶으로 향하는 사회복지

김상진 2014-04-11 (금) 18:06 12년전 6876  
<벚꽃엔딩> 봄이 오는 소리
한 초등학생이 ‘얼음이 녹으면?’이라는 시험문제에 ‘물이 된다’가 아닌 ‘봄이 온다’라고 적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은 날씨가 따뜻해지고 꽃이 피면 봄이 온다고 느낄 것이다. 그리고 봄이 온다는 걸 알려주는 노래가 있다. 2012년 3월 발표된 후 해마다 봄이 되면 음원차트, 음악방송 차트 상위권에 오르는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 말이다.
 
<벚꽃엔딩>은 2012년 음원차트, 음악방송차트를 석권했고, 2013년에도 음악방송차트 2위까지 올랐다. 올해도 2월말에 다시 음원차트에 오른 후 지금까지 꾸준하게 10위권을 지키고 있다. <벚꽃엔딩>은 갈수록 음악의 수명이 짧아지고 있는 현재 가요계에서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긴 생명력을 지닌 특이한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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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엔딩>과 요즘 가요
버스커버스커의 따뜻한 연주와 장범준의 덤덤한 목소리를 듣다보면 벚꽃잎이 흩날리는 거리를 직접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가사를 보면 ‘몰랐던 그대와 단 둘이 손잡고’에서 요즘 말로 ‘섬 타는’ 관계였다가, ‘사랑하는 그대와 단 둘이 손잡고’로 발전하여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는 풋풋한 느낌을 담고 있다. 그러다 후반부에서는 ‘바람 불면 저편에서 그대여 니 모습이 자꾸 겹쳐’라고 하며 사랑이 끝난 뒤 헤어진 연인에 대한 추억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몰랐던 그대에서 사랑하는 그대가 되고, 다시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 저편에 겹쳐지는 그대가 된다. <벚꽃엔딩>에 한편의 드라마가 담겨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봄마다 <벚꽃엔딩>을 찾는 것은 그 드라마에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왜냐하면 누구나 <벚꽃엔딩>의 화자처럼 사랑하고 이별하고 추억하니까 말이다. 나의 경험이 포개지는 느낌 때문에 어느 순간 <벚꽃엔딩>은 단순한 봄노래가 아닌 나의 이야기나 내가 아는 사람의 이야기가 된다.
 
<벚꽃엔딩>의 엄청난 인기는 가요계에 시사점을 준다. 올초 가요계는 걸그룹의 섹시 콘셉트 경쟁이 이슈로 떠올랐다. 데뷔 초 귀여움을 콘셉트로 하던 걸스데이도, 밴드로 출발했던 AOA도 올초 섹시 콘셉트로 바꾸어 신곡을 발표했고 전까지 얻지 못한 인기를 얻었다. 다른 걸그룹들도 앞 다투어 섹시 콘셉트의 무대를 경쟁하듯 선보였다. 물론 이유는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다.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콘셉트’다. 지금 가요계에는 노래 중심이 아닌 콘셉트 중심의 곡들이 넘쳐 난다. 노래를 중심에 두고 홍보, 안무, 의상, 활동방식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기획사가 활동 콘셉트를 정하고 처음부터 작곡가, 안무가, 홍보담당자, 의상담당자, 뮤직비디오제작자 등이 모두 팀을 이루어 노래와 무대를 만드는 식이다. 요즘 가요는 철저히 기획물로 만들어진다. 그래서 요즘 어떤 가요를 좋아한다는 건 잘 만들어진 기획물을 소비하고 이용하는 행위가 된다.
 
 
이용이냐 향유냐
사전을 보면 이용은 대상을 필요에 따라 이롭게 쓰는 것이라 하고, 향유는 누리어 가지는 것이라 한다. 대중에게 기획 가요가 이용의 개념으로 받아들여진다면, <벚꽃엔딩>은 향유의 개념으로 받아들여진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벚꽃엔딩>은 그냥 무대를 지켜보는 수동성에서 나아가 나의 경험을 포개어보고 그 때의 감정을 다시 느끼며 능동적으로 누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벚꽃엔딩>으로 누린 감정과 경험을 나의 것으로 가지게 되고 새롭게 나의 삶의 일부가 된다. 봄마다 사람들이 <벚꽃엔딩>을 찾는 것은 봄마다 생각나는 일종의 습관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누리어 가진다는 뜻의 향유는 곧 삶으로 연결된다.
 
이런 사실은 사회복지사에게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가 된다. 우리가 하고 있는 사업, 프로그램이라고 불리는 일들은 당사자에게 이용되고 있느냐 향유되고 있느냐하는 질문 말이다. 어떤 면에서 보자면 우리가 하는 사업이나 프로그램도 기획물에 해당 된다. 많은 당사자들에게 필요한 일이고 그것에 고마움을 느낄 수 있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짧은 순간 음원차트에 머물다가 또 다른 노래에 의해 밀려나는 요즘 가요처럼 그렇게 즉흥적으로 이용되는 것에 그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근본이나 바탕이 아닌 그냥 잠깐의 대체재로 이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사회복지는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고 그렇기에 삶을 지향한다. 본디 사회복지란 당사자 입장에서 그 사업, 그 프로그램은 잘 누리다 보니 어느덧 자기 것으로 가지게 되고, 자기 삶이 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벚꽃엔딩>의 생명력은 버스커버스커에게 있기 보다는 그것을 향유하고 삶으로 받아들인 대중에게 있는 것처럼 말이다.
 
 
<벚꽃엔딩>과 사회복지
사회복지가 <벚꽃엔딩>처럼 당사자의 삶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솔직해야한다. <벚꽃엔딩>의 미덕은 대중에게 이런 식으로 받아들여지게 하겠다는 계산 없이, 노래를 만든 장범준의 솔직한 감정을 그대로 담았다는데 있다. 또한 유행하는 장르나 스타일을 따르기 보다는 자신의 방식으로 접근했다는 점에 있다.
 
대중이 섹시 콘셉트를 원한다고 계속 섹시를 추구하다보면 계속해서 더욱 자극적인 것을 내놓아야한다. 이는 공중파 방송을 활동의 기본으로 삼는 요즘 가수들로서는 한계가 분명한 일이 된다. 또한 전문가들은 지나친 섹시 콘셉트 경쟁은 대중에게 식상함을 불러올 것이고, 결국 이미지 소모로 그룹의 수명을 스스로 단축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당사자에게 무언가를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사회복지나 당사자의 지금 필요와 욕구만 채우는 사회복지는 지속가능하지 못할 것이다. 그보다는 사회복지사가 진솔하게 당사자를 만나고 관계 맺으며 그와의 이야기를 사업과 프로그램에 잘 담아야할 것이다. 또한 사업과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지속적으로 당사자의 삶이 되도록 노력하고 당사자를 사회복지의 주인공으로 세워야한다. 이를 통해 봄이 오면 <벚꽃엔딩>을 듣고 싶어지듯, 당사자가 나중에 자신의 삶의 일부로 추억하게 되는 그런 사회복지를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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