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우리 삶에 가까이 다가왔다. IPTV가 많은 가구에 보급된 이후 굳이 영화관에 가거나 DVD를 구입, 대여하지 않더라도, 컴퓨터로 다운받거나 스트리밍하지 않더라도 TV를 통해 쉽게 영화를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소개하는 TV프로그램들이 전보다 늘었다. SBS <금요일엔 수다다>는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밤늦은 시각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이다. 처음에는 SBS <접속 무비월드>의 ‘영화는 수다다’ 코너에서 시작했다가, 그것과 별도로 독립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졌다. <금요일엔 수다다>가 영화에 대한 수다를 통해 우리에게 전하는 것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선택과 집중
앞서 이야기했듯이 영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은 많다. 지상파 방송 3사 모두 토요일 오전 시간에 영화 소개 프로그램을 방영 중이다. MBC <출발 비디오 여행>, KBS <영화가 좋다>, SBS <접속 무비월드>가 그것인데 이런 프로그램에서는 보통 한시간 동안 8~9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반면 <금요일엔 수다다>에서는 김태훈이 진행하는 ‘영화 들려주는 남자’, 이동진이 진행하는 ‘영화 읽어주는 남자’, 그리고 영화와 관련된 연예인이 출연하는 ‘그들 각자의 영화관’에서 각각 한편씩 딱 3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영화 들려주는 남자’에서 김태훈은 영화 음악을 통해 영화에 나타난 시대상, 인물의 심리, 감독의 취향 등을 짚어준다. ‘영화 읽어주는 남자’에서 이동진은 그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세 장면으로 감독의 의도, 이야기나 장면의 숨은 뜻을 알려준다. ‘그들 각자의 영화관’에서는 게스트가 소개하는 영화를 통해 게스트에 대해 새롭게 알아가는 기회가 된다. 다른 영화 소개 프로그램들이 빠른 편집으로 많은 영화를 시청자들에게 전하는 동안 <금요일엔 수다다>는 영화음악, 영화평론, 좋아하는 영화라는 범주에서 영화를 밀도 있게 전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영화를 좋아하고 영화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에 정확히 부합한다.
사회복지 기관, 시설에서 하는 일이 참 많다. 하지만 그것이 많은 주민들에게 잘 전달되거나 영향을 주고받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토요일 오전 영화 소개 프로그램처럼 가볍게 여러 가지를 나열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각 기관의 사업들을 그 기관의 미션과 비전에 맞게 선택하고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핵심사업을 정하고 그것을 기관의 미션에 맞추어, 핵심방법론으로 진행하고 평가하는 것이다. 그렇게 할 때 그 핵심사업은 기관이 지역사회에 전하는 주요한 메시지가 된다. 어떤 기관은 지역사회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려 살아간다는 메시지를 던질 수도 있고, 어떤 기관은 주체적인 주민이 되어 지역사회의 주역으로 살아간다는 메시지를 전할 수도 있다.
그냥 좋은 일을 하는 곳이 될지 아니면, 어떤 핵심적인 메시지를 담은 곳이 될지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핵심사업에 달려 있을 것이다. 마치 <금요일엔 수다다>가 겉으로는 토크쇼라는 예능적 요소를 담고 있지만 많은 이들에게 영화의 깊이 있는 통찰을 전하는 프로그램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전문성
사실 이전에도 영화를 깊이 있게 다루는 프로그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너무 전문적인 내용으로 흘러서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금요일엔 수다다>의 성취는 일반 대중에게 영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쉽게 전하고 있다는데 있다. 그리고 바로 거기에 전문성의 요소가 있다고 본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영화 읽어주는 남자’에서 이동진은 딱 세 장면만으로 영화 한편에 담긴 중요한 맥을 짚어준다. 계속해서 이것저것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딱 세 마디 안에 중요한 요소를 담는 것이다.
<THE ONE PAGE PROPOSAL(강력하고 간결한 한 장의 기획서)>라는 책에서 패트릭 G. 라일리는 ‘당신의 사업이나 프로젝트를 한 장에 다 담을 수 있는가?’라고 물은 후 그 방법을 제시한다. 우리가 하는 일을 딱 세 마디로 정리하여 전달할 수 있을까? 사실 좋은 사회복지 사업은 그 의도나 방법이 단순한 법이다. 사회복지사업이라는 것이 대부분 사람들 사이에서 사람들로 이루어지는 일이니 복잡할수록 더욱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동진은 세 장면만으로 보통 두시간 정도 하는 영화를 일반 대중에게 쉽게 전달한다. 이를 위해 그는 어려운 영화적 기법을 나열하지 않는다. 좀더 쉽고 와 닿게 설명하기 위해 노력한다. 사회복지사들 역시 주민이나 당사자에게 어떻게 하면 쉽게 이야기할지를 고민해야한다. 또한 가능하다면 주민, 당사자의 언어로 이야기하기 위해 노력해야할 것이다.
다른 한편 전문성은 어떻게 일을 제대로 하느냐에 있다. <금요일엔 수다다>의 김태훈과 이동진의 역할과 태도를 보자. ‘영화 들려주는 남자’는 팝칼럼리스트 김태훈이 진행하고, ‘영화 읽어주는 남자’는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진행하여 확실한 분업화를 이룬다. 그리고 서로의 전문분야를 분명하게 인정한다. 여기까지는 팀제로 운영되는 일반 사회복지기관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영화 들려주는 남자’에서 김태훈이 말할 때 이동진은 김태훈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경청한다. 또한 김태훈은 중간중간 이동진에게 질문을 하기도 하고, 의견을 묻기도 하며 ‘영화 들려주는 남자’ 코너에 이동진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킨다. ‘영화 읽어주는 남자’에서 이동진 역시 김태훈을 비슷하게 대한다. 대본에도 없는 김태훈의 영화 분석에 가끔 크게 칭찬하기도 한다.
만약 전문가라고 하여 자기 전공분야에 대해 상대방을 가르치려 들거나 혼자서 일방적으로 이야기 한다면 자칫 어렵거나 따분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두 사람의 대화는 시청자의 몰입을 이끌어서 마치 시청자도 그 대화에 참여하고 있거나 참여할 수 있다는 느낌을 준다. <금요일엔 수다다>의 의도가 영화를 잘 전달하는 것에 있는 만큼, 두 사람의 경청과 참여는 영화를 전달할 수 있는 매개가 된다. 또한 프로그램 제목에 나오듯 ‘수다’로 가볍지만 분명하게 영화를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
사회복지 현장에서는 어떤가. 한 팀의 일이 그 팀 안에서만 완결되는 구조는 아닌가. 다른 팀과의 협업이 제한적이지는 않은가. 나아가 주민들의 참여 역시 자연스러운 ‘수다’보다는 제한적인 ‘설문조사’에 가깝지는 않은가. 생각해볼 일이다.
좋은 영화, 좋은 사회복지
어떤 영화가 좋은 영화인가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영화를 잘 소개하는 방법은 영화를 소개 받는 사람을 먼저 생각해야한다는 점에서 일치할 것이다. 사회복지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마다 철학이 다르고 가치가 다를 수는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사회복지 기관의 일로만 그쳐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어떻게 하면 당사자, 주민과 함께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