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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꾼칼럼

<미생>과 사회복지, 성장드라마 만들기

김상진 2014-11-21 (금) 18:33 11년전 11250  
“이왕 들어왔으니까 어떻게든 버텨봐라. 여긴 버티는 게 이기는 거야. 버틴다는 건 어떻게는 완생으로 나간다는 거니까. 바둑에는 이런 말이 있어. 미생. 완생. 우린 아직 다 미생이야!” 우여곡절 끝에 신입사원이 된 장그래에게 오상식 과장이 처음 해준 말이다. 미생은 바둑에서 집이나 대마가 아직 완전하게 살아있지 않은 돌을 이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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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바둑에 인생을 건다. 어릴 적부터 출중한 실력으로 한국기원 연구생이 되지만 번번히 입단테스트에서 실패하여 결국 프로기사가 되지 못한다.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중 인맥을 통해 대기업 원 인터내셔널에 인턴으로 들어간다. 미생 중에서도 미생인 장그래는 어떻게 대기업에 적응하며 버틸 수 있었을까?
 
 
바둑이라는 강점 살리기
"장그래씨, 고졸 검정고시가 끝이던데 직장생활 경험이나, 제2외국어 할 줄 아는 거 없나? 스물여섯 먹을 동안 뭐 하고 살았길래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네?" 인턴 입사 첫날 같은 팀 김동식 대리가 장그래에게 한 말은 장그래가 약점 투성이라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장그래는 학력도 보잘 것 없고 경력도 전무하며 무역상사에 어울리는 외국어 능력도 없었다. 상사맨이 될 수 있는 조건을 하나도 갖추지 못한 것이다. 오상식 과장의 지시로 무역용어 사전을 며칠 만에 통째로 외울 정도로 열심히 노력할 뿐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큰 좌절을 안겨준 바둑이 장그래가 담당 업무와 회사 생활에 적응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는 점이다. 장그래는 회사 사람들을 마치 바둑 상대를 대하듯 분석하고, 업무 상황도 대국 중인 판세를 보듯 꿰뚫는다. 인턴에서 직원이 되기 위한 최종 관문인 파트너에게 자기 물건 팔기 대결에서도 바둑이라는 강점이 빛을 발한다. 장그래는 공장 현장만을 강조하는 파트너 한석율을 어릴 적 스승에게 배운 바둑의 가르침으로 설득해낸다. 바둑판 위에 의미 없는 돌이란 없으며, 곤마(실수나 실패)를 활용하여 내 이익을 도모한다는 가르침을 생각해낸다. 이를 바탕으로 공장과 사무는 모두 실수하고 실패할 수 있지만 이를 바탕으로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점, 즉 공장과 사무 모두 회사의 이로움을 추구한다는 공통점을 이끌어내며 파트너 한석율과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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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의 경험 중 의미 없는 것이 있을까? 어떤 것은 장그래에게 바둑이 그렇듯 완벽한 실패를 의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장그래가 그랬듯이 그 실패 경험마저도 소중한 자산일 수 있다. 우리가 자칫 그냥 흘려보내는 당사자의 그 이야기가 어쩌면 하나의 실마리가 될지도 모른다. 혹은 드라마 속 장그래가 자신도 모르게 바둑이라는 강점을 잘살려 썼듯이, 당사자 역시 바둑의 묘수처럼 이미 어떤 강점을 잘 살려 쓰고 있을 수 있다. 그것을 사회복지사가 자기 시각에 따라 가치를 매기고 다른 것으로 대체해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강점이라는 것이 누가 보든 대단해 보이는 것만은 아니다. 사실 강점이란 상대적인 것이다. 아주 작고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당사자에게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일 수도 있다.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
장그래의 약점 중에서도 가장 큰 약점은 혼자 일하는 것에 익숙하다는 것이다. 십년 이상 혼자서 하는 바둑에만 몰두해왔기 때문이다. 오상식 과장은 인턴 장그래에게 첫 업무로 영업3팀 업무파일을 분류하고 정리할 것을 지시한다. 장그래는 바둑으로 익힌 자기 능력을 증명하고 싶은 마음에 밤새도록 파일을 정리한다. 하지만 결과물을 본 오상식 과장과 김동식 대리는 밤새도록 삽질했다면서 핀잔을 준다. 장그래가 바둑을 공부하며 익힌 자신 만의 분류방식으로 카테고리를 새롭게 만들어 정리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오상식 과장이 준 분류체계는 원 인터내셔널의 매뉴얼이었는데 그걸 장그래 멋대로 분류하고 정리했던 것이다. 김동식 대리는 장그래에게 “회사일 혼자 하는 게 아니야”라고 냉정하게 이야기한다.
 
이후에도 영업3팀 상사들은 낙하산으로 들어온 장그래에게 마음을 열지 않고 함께 일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답답해하던 장그래는 오상식 과장에게 혼자 일하지 않는 법을 모르니까 가르쳐 달라고, 기회를 달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는 또 열심히 노력하고 노력한다. 어느 회식자리에서 오상식 과장은 장그래의 파일 분류가 사실은 업무연관성에 따라 타업무 파악이 가능하고 업무프로세스가 한눈에 다 보여서 현재 회사 매뉴얼 보다 낫다고 칭찬한다. 또한 오상식 과장은 억울하게 누명을 쓴 장그래를 감싸주면서 다른 팀 과장에게 “너희 팀 인턴 실수 때문에 우리 애만 혼났잖아”라고 한다. 그 날 밤 장그래의 머릿속에는 오상식 과장의 말 중 딱 세 글자 ‘우리 애’가 무한반복 된다. 이 일을 통해 장그래는 지금 하는 일이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라고 느낀다.
 
우리가 만나는 당사자들에게도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는 꼭 필요하다. 어떤 이유에서건 사회와 어울리는 일에 서툴기도 하고, 관계 단절을 자주 경험하기도 한다. 장그래는 진심을 다해 자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한다. 그런 진정성이 상사들에게 전해져서 진짜 영업3팀 일원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뒤집어 보면 오상식 과장 역시 장그래가 팀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했음을 알 수 있다. ‘오상식’ 과장은 이름처럼 편견이 아닌 ‘상식’선에서 장그래의 결과물을 보았다. 그래서 장그래가 한 작업을 객관적으로 칭찬할 수 있었다. 또한 누명을 쓴 장그래에게 감정이입을 하며 장그래를 감싸주었다.
 
이런 사실은 당사자들이 사회에 어울리고 다양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하는지 힌트를 보여준다. 당사자 체계의 변화와 주변 체계의 변화를 모두 도모해야하는 것이다. 당사자가 변화하고 노력한다 하더라도 사회나 주변 환경이 당사자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는다면 둘 사이의 관계가 개선될 수 없다. 또한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사회복지사는 장그래라는 당사자 체계와 오상식 과장이라는 주변 체계가 서로를 받아들일 수 있게 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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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그래 입장에서 보면 <미생>은 일종의 성장 드라마다. 성장의 주요 요인은 앞서 살펴본 대로 강점 살리기와 관계 맺기였다. 사회복지 역시 성장 드라마다. 사회복지를 통해 당사자도 성장하고, 사회복지사도 성장한다. 또한 지역사회도 성장한다. 모두가 성장하기 위해 사회복지사는 무엇을 해야할까. 드라마 <미생>을 통해 여러분도 함께 발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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