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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꾼칼럼

<정.까.말> 말하지 않으면 몰라요

김상진 2013-03-28 (목) 13:24 13년전 87547  

종교활동을 통해 초코파이를 받은 이등병은 목사님에게 자신의 종교가 불교임을 이야기하고, 엄마와 닮지 않아 고민하는 딸에게 엄마는 성형사실을 고백한다. 여자친구보다 키가 작은 남자는 신발을 벗기 전 깔창의 비밀을 털어놓고, 음식 솜씨가 형편없는 아내에게 남편은 외식을 하자고 말하며, 나이를 어리게 속여 온 여고생은 자신의 생일날 남자친구에게 자신이 누나임을 고백한다.



‘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잔잔한 기타선율과 함께 원곡 CM송 첫 소절이 끝나자마자 CF 속 사람들은 하나같이 외친다. ‘아니! 이젠 말하지 않으면 몰라요.’ 말하지 않는데 어떻게 아느냐는 거다. ‘말하지 않아도 아는’ 정(情)을 이야기하던 오리온 초코파이 CF는 2012년 하반기부터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는 명제 아래 ‘정.까.말’(‘정 때문에 못한 말 까놓고 말하자’의 줄임말) 켐페인을 진행 중이다. 오리온은 앞서 소개한 다섯 가지 에피소드 CF와 함께 페이스북에서 주변사람들에게 ‘정 때문에 못한 말’을 하는 정.까.말 이벤트를 진행 중이며 현재 4,000건에 육박하는 소소한 ‘정.까.말 한마디’들이 올라와 있다. 정말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것일까. 



말하지 않으면 몰라요
 

초코파이 공식홈페이지에는 정
.까.말에 대해 ‘말하지 않으면 모르니까 꾹꾹 눌러 참지 말고, 끙끙 앓다 뒤집히지 말고 은근슬쩍 전하지 말고 이젠, 까놓고 말하세요.’라고 설명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살다보면 말하지 않아서 쌓이는 오해들이 얼마나 많은가. 

사회복지사와 당사자
, 당사자와 당사자 사이도 마찬가지다. 서로 이야기를 하면 얼마든지 해결될 일인데도 여러 이유로 말하지 않는 통에 갈등이 생기거나 멀어지게 된다. 그런 점에서 정.까.말의 교훈은 당사자를 만날 때 좀 더 진솔해지라는 것이다. 진솔해지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본인과 동등한 사람으로 여기며 존중해야한다. 진솔한 말이라는 외부적인 표현이전에 존중이라는 내부적인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CF에 등장하는 에피소드 대부분이 진실을 말해야만 하는 순간이었다는 것이다. 여자친구의 집에 초대받아 신발을 벗어야만 하는 상황이 되어서야 남자는 깔창을 고백하고, 거울을 보며 의아해하는 딸의 의심스러운 추궁 다음에야 엄마는 성형사실을 고백한다. 오늘도 맛없는 음식을 먹어야하는 순간 남편은 아내에게 음식 맛이 없으니 시켜먹자고 말한다. CF 속 여자친구, 딸, 아내는 그 고백을 넉살 좋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현실에서도 그럴까.

솔직함이란 솔직한 말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상황에서 하느냐도 중요하다. 임기응변이 아니라 상대방이 알아차릴만한 순간이 오기 전에 고백하는 것이 진짜 솔직함이다. 사실 그 상황에서 여자친구, 딸, 아내가 화를 낸다 해도 뭐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은 왜 미리 이야기하지 않았느냐고 충분히 말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당사자를 대하는 진솔함에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언젠가 드러나고 문제가 될 일이라면 미리 솔직하게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바탕에는 당사자를 믿고 있으며 함께 하는 파트너로 인정한다는 마음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한편 초코파이
CF는 안타까운 시대의 변화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사실 정.까.말을 하게 된 이유는 다른 사람에게 집중하지 못할 만큼 현실이 복잡해졌으며, 타인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일이 보편화되었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상황에서 남까지 신경 쓰기는 쉽지 않다. 그저 나의 스펙 쌓기가 먼저고 나의 성장이 우선일 뿐이다. 요즘 젊은이들을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라고 하지 않나. 문제는 그런 팍팍한 일상이 단지 청년들에게만 국한 되지 않고 전 세대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렇게 나를 우선으로 생각하다보면 타인의 행동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게 된다. 그러다보니 까놓고 말하지 않으면 알아채지 못하게 된 것이다. 

또한 정보통신의 발달로 사람들은 즉각적인 반응을 원하게 된 것 역시 정
.까.말의 이유가 되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사람들은 원하면 즉시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고, 문자와 메신저로 상대와 즉각적인 대화를 주고받는다. 그런 상황이니 말을 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시대를 거스를 수는 없는 법이다
.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사회복지사는 앞서 살펴본 진솔한 대화와 함께, 당사자들과의 정서적 유대를 맺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것은 당사자에게 얼마나 많이 관심을 가지고 자주 만나느냐에 달려 있다. 자주 만나고 깊이 관심을 갖는 사이라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것이 전보다 훨씬 많아질 것이다. 또한 사소한 오해가 생기더라도 그들 사이를 크게 헤치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 사이에 단단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초코파이 그리고 정을 나누다

초코파이에는 정(情)이라는 꼬릿말이 달려 있다. 언젠가부터 타인에게 초코파이를 건네는 일이 그 사람과 정을 나누는 일이 되었다. 실제로 오리온은 초코파이를 북한에 지원물품으로 보내기도 하고 2012년 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센다이 지방에 초코파이를 구호품으로 전달하며 정을 나누기도 했다. 그렇다면 초코파이가 강조하는 정을 당사자들과 나누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말하지 않으면 모르니’ 존중의 마음을 담아 진솔하게 말하고,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관계를 맺기 위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자주 만난다면 초코파이를 나눌 때보다 더 깊은 정을 나눌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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