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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꾼칼럼

<직장의 신> 모든 당사자는 미스김이다

김상진 2013-06-21 (금) 17:46 13년전 7006  
IMF 이후 16년. 비정규직 노동자 800만 시대. 이제 한국인의 소원은 통일이 아니라 정규직 전환이 되었다. 하지만 모두가 정규직을 바라는 가운데 스스로 계약 인생을 택한 자가 있었으니 이름하야 국내 최초 자발적 비정규직 미스김.

드라마 <직장의 신>의 주인공 미스김을 설명하는 문구다. 미스김은 어떤 직장이건 정확히 3개월 계약으로 일하며 각종 자격증을 갖추고 탁월한 업무 능력을 발휘하는 비정규직이다.



‘미스김 사용설명서’에 따르면 미스김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점심시간을 제외한 정규 업무시간 엄수를 원칙으로 하며, 야근이나 잔업 강요를 일체 거부한다. 또한 퇴근 시간 후 업무 요청 시 시간 외 수당 계약서가 요청되며 10분마다 자동적으로 할증이 부과된다. 실제로 <직장의 신>에서 미스김은 6시가 되면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와 함께 어김없이 퇴근한다. 많은 직장인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미스김을 보며 우리가 만나는 당사자를 생각해보려고 한다. 
 
미스김, 비정규직이지만 능력자

일반적으로 비정규직이라고 하면 정규직에 비해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미스김은 좀 다르다. 미스김을 스카웃한 황갑득 부장이 말한 것처럼 미스김은 일상적인 업무에서 다른 직원 세 사람의 몫 이상을 충분히 해낸다. 뿐만 아니라 현재 일하고 있는 식품회사 와이장이 위기에 처하는 순간이면 포크레인 운전, 간장게장 300마리 담그기 등 생각지도 못한 능력을 발휘하여 회사와 동료를 구해낸다. 그녀와 대척점에 서있는 ‘장규직’ 팀장을 비롯해 정규직들이 못한 일들도 너끈하게 해낼 만큼 능력자인 것이다.

우리가 만나는 당사자들을 보자. 그들은 분명 어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일 것이다. 마치 비정규직처럼 능력이 떨어지고 어딘가 부족함이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것은 그들 삶의 일부분일 뿐이다. 조금 더 관심 있게 본다면 당사자 역시 어떤 면에서는 미스김처럼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미스김처럼 당사자 역시 다차원적인 사람인 것이다. 그러니 당사자를 대할 때 단지 그의 부족한 부분만을 바라보며 돕는 자세만을 취해서는 안된다. 당사자가 말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가 할 수 있는 일을 함께 살핀 후 내가 해야 할 일을 면밀히 생각해야한다. 동시에 당사자의 강점이 무엇인지를 당사자와 함께 바라볼 필요가 있다. 어쩌면 그 강점이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사의 편견이 탁월한 능력의 미스김을 그저 받기만을 바라는 수동적인 당사자로 만들어서는 곤란하지 않겠는가. 



미스김, 을이지만 선택권자

미스김은 좀 복잡한 사람이다. 그는 비정규직이지만 스스로 직장을 선택한다. 또한 스스로 결정한대로 한 직장에서 3개월만 계약직으로 일한다. 어느 날 미스김은 홈쇼핑에 출연하여 그 날 방송된 물건을 모두 매진시키는 능력을 발휘한다. 덕분에 와이장은 홈쇼핑사와 좋은 조건으로 계약하게 된다. 그 일을 비롯하여 여러 차례 회사를 위기에서 구한 미스김에게 와이장 이사회는 정규직 채용을 제안한다. 하지만 미스김은 “회사에 속박된 노예가 될 생각이 없다”고 말하며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사실 국어사전에서 계약을 찾아보면 ‘관련되는 사람이나 조직체 사이에서 서로 지켜야 할 의무에 대하여 글이나 말로 정하여 둠. 또는 그런 약속’라고 나온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서로’라는 단어다. 국어사전에서의 계약은 ‘상호적’이다. 결코 일방적인 것이 아니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듯이 대개 계약에는 불평등한 갑과 을이 정해져 있기 마련이다. 신분으로 본다면 미스김은 을의 입장이다. 하지만 미스김은 모든 것을 스스로 선택하는 사람이다. 

당사자 역시 미스김처럼 선택권을 가진 사람이다. 어느 누구도 당사자를 대신해서 당사자의 일을 결정할 권한은 없다. 나이가 어리건, 치매에 걸렸건, 정신장애가 있건 모두 마찬가지다. 당사자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우선은 그들의 생각을 잘 듣고 의중을 살펴야한다. 또한 다양한 선택지를 함께 탐색해야한다. 그리고 나서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선택의 주체가 될 수 있게 당사자를 세워드려야 한다. <직장의 신>에서 정규직 채용을 거부하는 미스김의 모습이 당당하게 느껴졌다면, 미스김 만큼이나 당당한 당사자를 위해 우리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미스김, 얽매이지 않지만 외로운 사람 

미스김은 그저 미스김으로 불리기 원한다. ‘고정도’ 과장이 김양이라고 부를 때마다 “저는 김양이 아니라 그냥 미스김입니다”라고 말하며 고쳐달라고 부탁한다. 김점순이라는 본명이 촌스러워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회사 내 ‘불필요한’ 인간관계에 얽매이기 싫어하기 때문이다. 계약서조차 김점순이 아닌 미스김으로 작성할 정도이며 나이나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 역시 철저한 비밀에 부친다.

미스김이 얽매임 즉 관계를 자발적으로 거부한 경우라면, 우리가 만나는 당사자들은 자신이 원하건 원하지 않건 관계의 질이 떨어진다. 최근 사회복지 실천에서 사회적 관계망이 강조되는 것 역시 당사자들이 지닌 관계의 힘이 약하기 때문이다. 사례관리도 주민조직도 정상화도 결국 타인이나 사회와 지속적으로 힘이 되는 관계를 만드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마음을 문을 열어야한다. 

입사 28년차 만년과장 ‘고정도’는 미스김에게 “혼자서는 못가. 시계가 어떻게 혼자서 가. 작은 바늘도 가고 큰 바늘도 가고 그렇게 다같이 가야 갈 수 있는 거지. 그렇게 다같이 가야 나같은 고물도 돌아가는 거야. 근데 김양은 맨날 혼자서 큰 바늘, 작은 바늘 다 돌리면 김양이 너무 외롭잖아.”라며 미스김에게 마음을 열고 회사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것을 부탁한다. 당당하게만 보이던 미스김의 외로움과 그 이유를 정확히 간파한 것이다. 

사회복지사 역시 고정도 과장의 이야기처럼 당사자와 지역사회를 만나 함께 관계 맺고, 관계의 힘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떤 프로그램이나 실천이건 끊임없이 둘 사이가 소통할 수 있게 고심하고 실천해야한다.



모든 당사자는 미스김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 미스김이 어떤 이유로 비정규직의 삶을 선택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미스김이 누구보다도 당당한 능력자이며 선택권자라는 사실이다. 모든 당사자 역시 능력자이며 선택권자다. 당사자를 대할 때 부족함 보다는 능력을 찾고, 을의 위치보다는 선택권을 먼저 본다면 우리의 실천이 달라지고, 당사자를 미스김처럼 위풍당당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또한 당사자는 미스김처럼 외로운 사람이다. 외롭지 않고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당사자를 위해 오늘도 우리는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함께 할 수 있게 실천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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