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사각의 링이 있다. 링에 오른 두 남자는 글러브 대신 기타를 들고 마이크 앞에 선다. 잔잔한 전주가 흐른 후 한 남자가 먼저 독백하듯 노래를 시작하고, 잠시 후 다른 남자가 조금 거칠지만 마치 자신을 성찰하듯 차분하게 노래를 이어간다.
이 무대의 결과에 따라 두 사람 중 한 사람만이 다음라운드에 진출할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두 남자의 무대는 대결보다는 서로의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대화하듯 이어간다. 엠넷 <보이스코리아2>의 가장 인상적인 무대 중 하나였던 조재일, 윤성기의 <말하는 대로> 듀엣 공연 장면이다. 두 남자의 진심을 전해준 노래 <말하는 대로>를 다시 들으며 우리의 실천을 돌아보자.

말하는 대로 (유재석, 이적 작사, 이적 작곡)
나 스무살 적에 하루를 견디고 불안한 잠자리에 누울 때면
내일 뭐하지 내일 뭐하지 걱정을 했지
두 눈을 감아도 통 잠은 안 오고 가슴은 아프도록 답답할 때
난 왜 안 되지 왜 난 안 되지 되뇌었지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다곤 믿지 않았지 믿을 수 없었지
마음먹은 대로 생각한 대로 할 수 있단 건 거짓말 같았지 고개를 저었지
그러던 어느 날 내 맘에 찾아온 작지만 놀라운 깨달음이
내일 뭘 할지 내일 뭘 할지 꿈꾸게 했지
사실은 한 번도 미친 듯 그렇게 달려든 적이 없었다는 것을
생각해 봤지 일으켜 세웠지 내 자신을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단 걸 눈으로 본 순간 믿어보기로 했지
마음먹은 대로 생각한 대로 할 수 있단 걸 알게 된 순간 고갤 끄덕였지
마음먹은 대로 생각한 대로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단 걸 알지 못했지 그 땐 몰랐지
이젠 올 수도 없고 갈 수도 없는 힘들었던 나의 시절 나의 20대
멈추지 말고 쓰러지지 말고 앞만 보고 달려 너의 길을 가
주변에서 하는 수많은 이야기 그러나 정말 들어야 하는 건 내 마음 속 작은 이야기
지금 바로 내 마음속에서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다고 될 수 있다고 그대 믿는다면
마음먹은 대로 내가 마음먹은 대로 생각한 대로 그대 생각한 대로
도전은 무한히 인생은 영원히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유재석, 이적의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의 원곡은 잘 알려진 대로 2011년 <무한도전> 서해안고속도로가요제에서 이적과 유재석이 만든 프로젝트 그룹 ‘처진 달팽이’가 발표하였다. 당시 가요제 참가곡을 준비하던 이적은 파트너 유재석에게 환갑 때 부를 수 있는 유재석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고 싶다고 제안한다. 이에 대해 유재석은 “(무명) 그 당시 하루하루는 정말 힘들었거든. 개그맨이 됐는데 방송에 출연을 해야되잖아. 근데 스케줄이 없으니까 ‘내일 뭐하지’가 제일 고민이었거든.”이라고 말한다. 유재석의 말은 그대로 노랫말이 되었다.
많은 이들이 이 노래에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유재석의 경험과 진심이 그대로 녹아 있었기 때문이며, 유재석이 최고의 예능인이 되기까지의 서사를 대중들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말하는 대로>는 발표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도 힘든 나날을 보내는 이들을 위로하고 지지하는 노래가 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노래를 만든 이적의 작업 방식이다. 우리가 당사자나 지역주민과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사업계획서를 쓰거나 사례관리를 계획을 할 때 중요한 것은 그것의 주인공이 당사자나 지역주민이라는 사실이다. <말하는 대로>의 주인공이 노래를 부른 유재석인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사업계획서도 사례관리도 결국 당사자의 이야기에서 시작해야하고 대부분의 과정을 당사자와 함께 밟아야하며 당사자의 재가를 통해 결정되어야한다. 당사자의 이야기를 잘 담아내고, 당사자와 함께 할 수 있을 때에라야 사업도 사례관리도 제대로 생명력을 발휘할 수 있다.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요소도 여기에 있다. 담당자의 일방적 판단에 의한 피상적인 사업은 유통기한이 짧다. 당사자의 경험과 진심이 깊이 녹아 있을 때에라야 설득력이 생기고 공감이 생긴다. 그러니 당사자를 자주 만나고 그의 이야기에 깊이 귀를 기울여야한다. 특별히 중점을 기울여서 하고자 하는 일은 더욱 그래야 한다.
조재일, 윤성기의 <말하는 대로>
앞서 살펴본 것처럼 <말하는 대로>는 유재석의, 유재석에 의한, 유재석을 위한 노래다. 하지만 <보이스코리아2>의 조재일, 윤성기는 <말하는 대로>에서 유재석을 완전히 지워낸다. 오로지 자신들의 노래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노래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오직 자신들의 이야기로 채워나간 그들의 <말하는 대로>는 방송으로 음원으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전해주었다.

그들이 유재석을 지워낼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가진 사연의 힘에 있었다. 공연 전에 방영된 영상을 보면 윤성기는 학창시절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 되기 위해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접어둔 채 직장인이 되었고 서른이 넘어서야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어린 시절부터 계속 음악을 해온 조재일은 결혼 후 점점 무대 일이 없어지면서 빚이 쌓이고, 부인과 딸을 처갓집에 보내는 등 힘든 시간을 이어가는 중이었다. 연습 장면에서 조재일은 윤성기에게 <말하는 대로>를 부를 때마다 복 받쳐 오르고 가슴이 뜨거워진다고 했다. 윤성기는 조재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그들이 부르는 ‘왜 난 안되지. 난 왜 안되지’는 여전히 팍팍하고 어려운 현실을 딛고 서 있는 조재일, 윤성기 자신의 독백이었던 것이다. 대중들이 감동했던 지점도 바로 거기에 있지 않겠나. 노래를 그저 잘 부르려고만 했다면 큰 감흥을 주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들의 처지와 상황이 담긴 진심어린 목소리로 불렀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감동을 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세상에 트렌드나 유행이 있듯이 사회복지에도 유행이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이후 사회복지계는 ‘마을만들기’가 유행을 선도하고 있다. 이런 저런 공모사업도 많고 지원도 상당하다. 그러니 여러 복지주체들이 마을만들기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것은 당연한 추세다. 하지만 마을만들기라는 방법이 아무리 좋다하여도 결국 그것을 실현하는 것은 지역사회이고 주민이다.
지역마다 상황이 다르고 색깔이 다르다. 무턱대고 마을만들기를 도입하기 보다는 지역의 상황과 기관의 지향, 처지를 먼저 살펴야한다. 우리 마을에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주민들을 만나고 이런 저런 방식으로 마을을 파악해야할 것이다. 또한 우리 기관이 그것을 지속적으로 잘 담아낼 수 있는지를 함께 고민해야한다. 그런 다음에라야만 지역에 맞는 ‘마을만들기’를 실천할 수 있을 것이고, 그래야만 지역주민들이 공감하고 참여할 것이다. 그래야 단기간 지원 당시에만 그치는 한시적인 ‘마을만들기 한번 해보기’가 아닌 지속적인 ‘마을만들기’가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핵심은 당사자(지역주민)와 사회복지시설에 있다. 그들을 얼마나 만나고 그들의 목소리를 얼마나 생생하게 잘 담아내고 함께 실천해내느냐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우리 기관(시설)의 지향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주민들의 이야기에 녹여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당사자와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복지를 ‘말하는 대로’ 이뤄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