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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꾼칼럼

<김밥>에서 배우는 지역복지 이야기

김상진 2010-05-04 (화) 18:57 16년전 8254  
사람들은 왜 대중가요를 좋아할까?
흥겨운 댄스음악을 들으면 저절로 어깨가 들썩이며 신나는 기운이 생긴다.
슬픈 발라드에는 사랑했던 기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괜히 마음이 짠해진다.
트롯트 한 곡에는 내 어머니의 지난한 삶과 여흥이 들어있다.
이렇듯 대중가요는 대중의 감성을 반영하고 그 감성을 자극한다.
어떨 때는 대중가요를 들으며 깜짝 놀라기도 한다.
가사에 담긴 삶의 지혜나 철학이 발견하며 무릎을 치게 되는 경우가 그렇다.

자두의 김밥이라는 노래가 있다.
남녀가 주거니 받거니 하며 부르는 신나는 사랑노래다.
한편으로 김밥에는 지역복지의 철학과 방법이 담겨 있기도 하다.
그럼 지금부터 김밥 가사 한줄 한줄에 담긴 지역복지 시사점을 함께 살펴보자.
 
 
김밥 - 자두, 최준영 작사/작곡 <THE JADU 3>, 2003. 대영AV
몇 십 년 동안 서로 달리 살아온 우리 달라도 한참 달라 너무 피곤해
영화도 나는 멜로 너는 Action 난 피자 너는 순두부
그래도 우린 하나 통한 게 있어 김밥 김밥을 좋아하잖아
언제나 김과 밥은 붙여 산다고 너무나 부러워했지
 
잘 말아줘 잘 눌러줘 밥알이 김에 달라붙는 것처럼 너에게 붙어 있을래
날 안아줘 날 안아줘 옆구리 터져 버린 저 김밥처럼 내 가슴 터질 때까지
 
예전에 김밥 속에 단무지 하나 요새 김치에 치즈 참치가
세상이 변하니까 김밥도 변해 우리의 사랑도 변해
잘 말아줘 잘 눌려줘 밥알이 김에 달라붙는 것처럼 너에게 붙어 있을래
날 안아줘 날 안아줘 옆구리 터져 버린 저 김밥처럼 내 가슴 터지게 해
널 사랑해 널 사랑해 세상이 우릴 갈라놓을 때까지 영원히 사랑할꺼야 끝까지 붙어 있을래

 


몇 십 년 동안 서로 달리 살아온 우리 달라도 한참 달라 너무 피곤해
사랑하는 남녀사이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방의 다른 점이 더욱 눈에 보이기 마련이다.
이 때 남녀는 무엇을 해야 할까? 그 질문의 답으로써 첫 소절의 전제는 의미심장하다.
일단 다르다고 인정해 버린다는 거다. 그 이유도 납득하기 쉽다.
몇 십 년 동안 서로 다르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진짜 사랑은 이 시점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서로를 진정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먼저 다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다음이 재미있다. 인정은 하되 너무 피곤하단다.
그렇다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피곤한 일이다.
끊임없이 해나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다름을 수용하면서 피곤함을 말하는 이 솔직함이 오히려 더욱 자연스럽다.
 
지역복지에서도 마찬가지다. 주민과 사회복지사는 다르다.
‘몇 십 년 동안 서로 달리 살아왔기에’ 삶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입장이 다르다.
하지만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기에, 서로를 동등한 쌍방으로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록 피곤한 과정일지는 몰라도 우선은 주민의 다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친절하게도 다음가사에서 그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영화도 나는 멜로 너는 Action 난 피자 너는 순두부
우선은 서로를 알아야한다는 것이다. 무엇이 다른지 구체적으로 알아야한다는 거다.
나는 멜로영화와 피자를 좋아하는데, 넌 액션영화와 순두부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알기 위해서는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어야한다.
그래서 지역복지의 시작은 부지런지 지역을 돌아다니며 인사를 드리고 주민을 만나는 것에서 시작한다.
단순히 복지관 책상에 앉아 찾아오는 주민들을 만나는 것으로는 지역주민을 알 수 없다.
나가야하고 만나야한다. 그래야 그들이 멜로영화를 좋아하는지 액션영화를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다르게 말해 그래야 그들이 생각하고 중요하게 말하는 지역의 문제와 이슈를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 할 일은 뭔가?

 
그래도 우린 하나 통한 게 있어 김밥 김밥을 좋아하잖아
서로 통하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통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주민이 말하는 문제와 이슈를 무턱대고 그대로 쫓아서 할 수는 없다.
기관에 속한 사람으로 기관의 비전과 정체성에 부합하는지를 따져야 한다.
주민들과의 대화 속에서 김밥, 즉 주민의 이슈와 기관의 정체성이 통하는 소재를 찾아낸다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이는 지역주민에 대한 관심과 민감함이 없이는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잘 말아줘 잘 눌러줘 밥알이 김에 달라붙는 것처럼 너에게 붙어 있을래
다음으로 할 일은 잘 말아주고 잘 눌러주는 것이다.
지역을 열심히 돌아다니며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함께 만나게 하고,
함께 힘을 합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면 주민들이 가진 힘으로 김밥 맛을 내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가사에 나오는 ‘밥알’과 ‘김’이며 그것이 조합된 ‘김밥’이라는 음식이다.
김밥을 만드는 과정을 생각해보라. 김 위에 밥을 깔고 그 위에 단무지, 햄, 계란, 당근 등을 올려서
그대로 말아주고 눌러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재료의 변화는 없다.
그저 그 모든 것의 조합으로써 김밥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렇다. 공동체를 이루기위해서 주민이 지나친 희생이나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면
이는 너무 부자연스럽고 부담스러울 것이다.
‘밥알’과 ‘김’이 자기 모습 그대로 말려서 김밥을 만드는 것처럼
각자가 서로의 개성과 형편이 그대로 존중되고 받아들여져야 한다.
 
당구장 사장님에게 어르신의 목욕비를 후원해달라고 하기보다는
청소년들이 당구장을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김과 밥알이 김밥을 구성하는 요소이되 각기 역할이 다른 것과 같다.
그러니 지역복지를 할 때는 주민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고
그들의 개성과 형편을 최대한 존중하되 그 안에 들어있는 강점과 선의를 잘 이끌어내야 한다.
이 때 사회복지사가 할 일은 잘 말고 잘 눌러주는 것 이외에 무엇이 있겠는가.
 
 
예전에 김밥 속에 단무지 하나 요새 김치에 치즈 참치가, 세상이 변하니까 김밥도 변해
지역복지를 하면서 더욱 민감해야할 것은 세상도 변하고, 주민도 변한다는 것이다.
주민의 생각과 지역의 이슈는 시시각각 변한다.
전에는 김밥하면 단무지가 들어간 원조김밥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김치김밥, 치즈김밥, 참치김밥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주민과 만나는 것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끊임없이 여쭙고 의논해야한다.
더욱 민감하게 귀를 기울여야하는 것이다.
 
또한 세상의 변화에도 관심을 가져야한다.
‘세상이 변하니까 김밥도 변하듯’ 정책이나 경제환경의 변화는
주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우리 동네에 기업형슈퍼마켓(SSM)이 생긴다면 동네 자영업자와 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내년도 복지예산 편성이 주민들의 삶에는 어떤 작용을 할 것인지 등
세상 돌아가는 일을 민감하게 보아야한다.
 
김밥 노래 속 남녀가 그러하듯, 사회복지사 역시 주민을 사랑해야한다.
먼저 주민을 사랑하자.
그리고 지역주민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김밥을 들으며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 [Social Worker] 2010년 1월호에 발표한 글입니다.
지역사회조직팀 김상진 (http://blog.naver.com/binson79)

김대호 2010-05-28 (금) 22:16 16년전
제가 처음에 선생님의 이글을 읽고 정말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많이 배우기도 했구요.
다시봐도 좋은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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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희 2010-06-01 (화) 18:12 16년전
처음..가사가 선생님의 견해를 말씀하시기 위해 만들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무엇을 대하든 소홀히 하지 않고, 깊은 생각을 함께 나누는 장점.. 배워야겠습니다~
그리고 좋은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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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산행복지… 2024-07-26 (금) 13:59 2년전
쓰신 글을 10여년이 넘게 지나 읽습니다.
김밥이라는 노래말에 사회복지의 철학이 들어있군요..
대박!입니다.
흔한 유행가 가사에  이토록 절절히 사회복지사와 지역주민들의 "사랑"노래로 해석하신 글 너무 잘 읽었습니다.
김밥 먹을때마다 생각나는 글일것같습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각자의 개성과 형편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이 사회복지의 기본적인 출발점인것같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달라져있는 초고속 ai가 지배하는 오늘날...
끊임없이 여쭙고, 고민하고, 의논하고, 귀를 기울이는 복지사가 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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