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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꾼칼럼

개그콘서트가 알려주는 설득의 기술

관리자 2010-07-09 (금) 09:41 16년전 8093  

개그콘서트, 공감을 일으키는 소재의 힘
몇 년 전 공연형식의 개그프로그램이 대세였던 적이 있었다. KBS의 개그콘서트(이하 개콘), SBS의 웃음을 찾는 사람들, MBC의 개그야 등 방송 3사 모두 공연형식의 개그 프로그램을 주말 황금시간에 방영했었다. 하지만 2010년 현재 맏형격인 개콘 만이 그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공연 개그프로그램의 부침 속에서도 개콘 만이 건재한 이유 중 하나는 전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소재의 힘이라 할 수 있다. 공연 개그프로그램은 각 코너별로 5분 내외의 시간 안에 내용과 웃음을 모두 전달해야하고, 시청자보다 먼저 현장의 관객들의 웃음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래서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소재, 우리의 삶과 밀접한 소재들을 다루게 된다. 개콘에는 솔로인 사람들이 서로를 위로하는 이야기, 개념 없는 후임 때문에 어이없어 하는 군인 이야기, 주변 사람이나 세상을 탓하며 술에 취해 경찰서를 찾는 사람의 이야기 등 우리가 한번쯤 겪어보았거나 들어보았던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네 삶을 반영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생각할 꺼리나 교훈이 담기기도 한다. 개콘의 코너 중 <남성인권보장위원회>, <봉숭아학당-동혁이형>, <드라이클리닝>은 일정한 메시지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웃음을 이끌어낸다. 이 세 코너를 통해 설득의 기술을 배워보자.





<남성인권보장위원회> 일상의 소재로 공감할 수 있게 하라

남성인권보장위원회(이하 남보원)의 세 남성은 매주 한 가지 소재를 가지고 역차별 받고 있는 남성들의 상황을 돌아본 뒤, 남성들의 인권을 되찾자고 주장한다.

546회 방송에서는 여성들이 흔히 하는 ‘알아서 해’라는 말에 대해 다루었다. 여자친구가 기념일에 갖고 싶은 선물을 정확히 이야기하지 않은 채 알아서 하라고 하면 남성들은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여자친구의 물건 중에 낡아서 바꿔야할 것은 무엇인지, 평소 유심히 살펴본 매장이 어디였는지 등 여자친구의 마음을 알아내기 위해 남성의 마음이 복잡해진다는 것이다.

많은 남성들이 공감했을 것이다. 또한 남녀 사이가 아니라 할지라도 ‘알아서 하라’는 말은 참 알아듣기 어려운 말일 때가 많다. 그렇기에 코너 말미에 공연장의 남성 대부분이 자발적으로 일어나 웃는 얼굴로 구호를 따라 외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남보원에서 다루는 소재는 대부분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우리의 일상 속 대화도 마찬가지다. 설득은 결국 듣는 사람에게 얼마나 공감을 이끌어내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그 점에서 남보원은 상대의 공감을 위해서 일상에서 흔히 지나치기 쉽지만 보편적인 공감을 이끌어내는 소재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 준다.



<봉숭아학당-동혁이형> 전체적인 시각으로 분석하라

늘 짜증난 얼굴로 등장하는 ‘샤우팅을 사랑하는 쿨한 형’ 동혁이형은 일종의 시민자유발언대에 등장한 시민이다. 우리 사회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을 들고 나와 조목조목 따지고 해결을 위해 노력하라고 소리친다. 동혁이형의 샤우팅에 많은 사람들이 속 시원해하며 대리만족을 느낀다. 예를 들면 동혁이형은 길거리에 쓰레기통이 없어서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게 된다거나, 지난 지방선거 당선자들의 공약이행율이 60%밖에 안된다며 비판한다.

하지만 동혁이형의 교훈은 그런 속시원한 비판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동혁이형의 말을 잘 들어보면 비판이 어느 한쪽으로만 향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쓰레기통 문제는 쓰레기통을 설치하지 않는 지방자치단체가 문제이기도 하지만, 길거리 쓰레기통에 가정집 쓰레기며 고장 난 가전제품을 버리는 시민들 역시 문제라고 말한다. 또한 지방선거 공약이 지켜지지 않는 것은 이행하지 않는 당선자들의 문제이며 한편으로는 선거 후에는 지방행정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지역주민들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동혁이형의 대안 역시 양쪽 모두를 향한다.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들 혹은 지방선거 당선자들과 주민들 양쪽 모두에게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다.

보통 어떤 문제에 대해 한쪽의 잘못으로 바라보고, 그것만을 해결해야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동혁이형의 미덕은 전체적인 시각에서 문제를 따지고 살펴본다는 것이며, 대안 역시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각 주체들의 변화를 모두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우리 역시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동혁이형처럼 사안을 전체적인 시각에서 다각도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여러 주체가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을 내야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드라이클리닝> 적합한 매체, 새로운 매체를 활용하라

드라이클리닝은 짝퉁물건 판매자, 신입생에게 술을 강요하는 선배 등 잘못된 행동을 하는 사람들 앞에 흰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나타나서 잘못을 이야기해주는 내용이다. 일종의 캠페인 성격이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뻔히 아는 이야기라서 틀에 박힌 잔소리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드라이크리닝은 새로운 방법을 시도한다. 흰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흑인음악 가수들이며 그들은 뻔한 잔소리를 노래와 랩으로 대신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짝퉁가방을 파는 상인들 앞에 나타난 그들은 ‘거짓말 마~ 보증서도 없잖아~, 니가 지금 말한 이태리가 이태원은 아니겠지~’라며 걸쭉한 R&B로 노래를 하고, ‘짝퉁을 속여 판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 양심을 속여 판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라며 라임이 살아있는 랩을 한다. 뻔히 아는 내용, 틀에 박힌 잔소리라 하더라도 노래와 랩이라는 신선한 매체를 만났기에 참신성과 주목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상대방을 설득하려는 내용은 어쩌면 새로울 것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에 적합한 매체, 새로운 매체를 활용하여 이야기한다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같은 내용이라 하더라도 빠른 반응과 즉각적인 소통을 원한다면 인터넷 홈페이지보다는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물론 중요한 것은 내용의 질과 설득력이겠지만, 얼마나 적합하고 새로운 매체를 사용하느냐에 역시 느낌과 전달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하다.


사회복지 기관, 시설에 주는 시사점

개콘이 알려주는 설득의 기술은 사회복지 기관, 시설에도 시사점을 던져준다. 기관, 시설의 홍보, 후원, 캠페인 사업 역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거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남보원처럼 공감하기 쉬운 일상의 소재를 찾고, 동혁이형 같이 전체적인 시각으로 분석하며, 드라이클리닝과 같이 적합한 매체, 새로운 매체를 고민하고 활용한다면 기관, 시설 홍보의 설득력을 좀 더 높일 수 있지 않을까.


<Social Worker> 2010년 7월호에 발표한 글입니다.
지역사회조직팀 김상진 (http://blog.naver.com/binson79)


권수진 2010-07-09 (금) 17:00 16년전
역시 글쓰는 사회복지사...
좋은 글~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글~잘 읽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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