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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꾼칼럼

강호동이 우리에게 남긴 것

김상진 2011-11-01 (화) 15:25 14년전 6804  

가을과 함께 떠나간 사람들
2011년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간동안 우리는 몇몇 사람들과 이별을 했다. 애플의 전성기를 열었고 아이폰으로 전 세계인의 생활을 바꾼 스티브 잡스가 지병으로 떠났고, 한국 프로야구 초창기 중흥을 이끌었던 레전드 최동원, 장효조 역시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또 한사람 수년간 유재석과 함께 대한민국 예능프로그램의 절대강자로 군림했던 강호동 역시 잠정은퇴 선언과 함께 TV에서 사라졌다.

스티브잡스는 끊임없는 혁신과 디자인의 중요성을 남겼다. 최동원은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혼자 4승을 책임지며 팀을 우승으로 이끈 불멸의 기록을 남겼으며, 장효조 역시 1985~1987년 3년연속 타격왕에 오르는 대기록을 남겼다. 그리고 세 사람 모두 죽음 앞에서도 의연함을 보인 초인의 모습을 남겼다.

10월 12일 <황금어장-무릎팍도사> 방송을 끝으로 방송에서 모습을 감춘, 우리 시대 대표예능인 강호동은 무엇을 남겼을까? 그는 떠났지만 그가 출연했던 방송들은 대부분 계속되고 있으며 시청률이나 관심도 역시 큰 흔들림 없이 건재하다. 강호동이 떠난 이후 <강심장>, <놀라운 대회 스타킹>(이하 <스타킹>), <1박2일>을 통해 그가 남긴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사람을 남기다, <강심장>, <스타킹>
강호동이 잠정은퇴를 선언했을 때 가장 충격을 받은 사람은 아마 강호동이 출연했던 예능프로그램의 PD들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PD들은 모두 강호동의 잠정은퇴를 만류했다고 한다. 강호동을 대체할 만한 인물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은퇴 이후의 프로그램 진행자에 대해 심사숙고를 거듭했을 것이다. 그 결과 <강심장>은 강호동과 함께 진행해왔던 이승기가 단독MC가 되었고, <스타킹>은 붐과 이특을 새로운 메인MC로 발탁했다. 많은 시청자들은 그 같은 결정에 쉽게 수긍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강호동이 남긴 사람들이기 때문이었다.

특별한 재능을 가진 일반인들이 출연한다는 기본 컨셉과 함께, 연예인 패널들이 출연하여 일반인의 재능을 따라하거나 함께 어울어지는 모습이 <스타킹>의 재미요소였다. 연예인 패널 중 <스타킹>의 재미를 가장 잘 살린 사람이 붐과 이특이었다. 재치는 있지만 단독으로 프로그램을 책임질 수는 없었던 이들에게 강호동은 <스타킹>에서는 일반인들과의 어울림을 통해 재치를 살릴 기회를 주었고, <강심장>에서는 ‘붐아카데미’, ‘특아카데미’로 이들의 재치와 예능감을 잘 살릴 수 있는 코너를 부여해주었다. <스타킹>에서 강호동이 메인MC로 프로그램을 조율하면서도 재미를 주는 감독 겸 선수였다면, 붐과 이특은 이 프로그램의 에이스 선수로 꾸준히 성장하였고 마침내 메인MC가 된 것이다.

<강심장>의 이승기 역시 비슷하다. 2007년 11월부터 <1박2일>을 통해 처음으로 예능프로그램 고정멤버가 된 이승기는 강호동에게 예능을 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전까지 잘생긴 발라드가수, 엄친아 이미지였던 이승기는 강호동과 함께한 <1박2일>을 통해 ‘허당’이라는 새로운 캐릭터로 탄생했다. 이후 이승기는 <1박2일>의 주축멤버로 대중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쌓아 가수와 연기자로도 승승장구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그리고 2009년 10월 강호동은 유재석, 강호동 이후 최고의 예능 기대주로 성장한 이승기과 함께 <강심장>을 시작한다. 명목상 더블MC였지만 ‘강’심장이라는 제목에 드러나듯 초반 <강심장>의 메인MC는 강호동이었으며, 이승기는 보조MC였다. 하지만 2년간의 시간을 거치면서 이승기는 점점 보조MC에서 메인MC로 성장해갔다. 그리고 강호동의 잠정은퇴 이후 단독으로 메인MC가 된 것이다.
프로그램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강호동의 잠정은퇴 이후, 대중들은 강호동이 진행했던 프로그램들의 미래를 걱정했지만 <스타킹>과 <강심장>은 강호동이 남긴, 강호동의 사람들을 통해 계속될 수 있었다.


시스템을 남기다, <1박2일>
<1박2일>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프로그램의 절반 이상이라고 볼 수 있는 강호동의 영향력 아래 나머지 멤버들이 꾸준히 성장했고, 이들을 통해 프로그램이 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주 같은 포맷으로 스튜디오에서 진행되는 <스타킹>, <강심장>과 야생리얼버라이어티를 표방하는 <1박2일>은 형식과 스케일이 전혀 다르다. 단순히 강호동이 남긴 사람들을 통해 <1박2일>이 건재하다고 설명하기는 어렵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1박2일>에서 강호동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여행지를 소개하는 목적으로 진행되는 <1박2일>은 자칫하면 재미없는 교양프로그램으로 보일 가능성이 높았다. 초창기 이를 극복했던 방법은 출연자들의 캐릭터쇼였다. 절대자 강호동의 진행 아래 어머니 같은 섬세함의 김C, 은초딩 은지원, 허당 이승기, 운전기사 이수근에 심지어 상근이(개)까지 등 방송이 계속 될수록 출연자의 캐릭터가 단단히 쌓여갔다. 게 임과 미션을 진행하며 자연스럽게 드러난 캐릭터들 간의 어울어짐을 통해 예능프로그램의 정체성이 확립된 것이다.

캐릭터를 통해 정체성을 확립한 <1박2일>은 강호동과 나영석PD의 협상을 통해 예능프로그램의 새로운 세계관을 제시했다. <무한도전>이 김태호PD의 기획 아래 만들어진 초안을 유재석을 비롯한 출연자들이 그대로 받아들인 후 미션을 수행하듯 진행하는 방식이라면 <1박2일>은 나영석PD가 기획한 초안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협상을 시도하여 미션을 변경하는 식으로 계속해서 새로운 기획으로 만들어간다.

<1박2일>의 캐릭터쇼와 협상문화에 절대적으로 기여한 사람은 강호동이었다. 그리고 절대자 강호동이 빠진 후 남은 멤버들은 강호동이 만들어 놓은 캐릭터쇼와 협상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1박2일>을 굳건히 지켜가고 있다.


나는 무엇을 남길 것인가
강호동의 잠정 은퇴 이후 <무릎팍도사>만이 폐지되었다. 강호동 캐릭터에 특화된 토크쇼를 누구도 대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강호동의 잠정은퇴 이후 프로그램의 행보들은 우리에게 ‘지금 하는 일을 통해 무엇을 남기고 있는지’를 묻고 있는지도 모른다. 당신은 지금 <스타킹>과 <강심장>처럼 다음 사람을 남기고 있는가, 아니면 <1박2일>처럼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남기고 있는가. 혹은 <무릎팍도사>처럼 당신이 떠나면 추억 속으로 사라져버릴 일을 남기고 있지는 않은가. 


이창열 2011-11-01 (화) 16:20 14년전
지역에 무엇을 남겨야 할것인가?
사업이후 무엇이 남을 것인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것이 일꾼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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