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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꾼칼럼

<개그콘서트- 네 가지>와 사회복지의 역할

김상진 2012-05-24 (목) 18:33 14년전 10410  

양복 입은 남자 넷이 등장한다. 그들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관객들을 바라보며 “우리는 세상 모든 여자들이 싫어하는 것을 조건을 한 가지 씩, 도합 네 가지를 가지고 있는 남자들이다”라고 자신들을 소개한다. 그들은 인기 없는 남자, 촌티 나는 남자, 키 작은 남자, 뚱뚱한 남자다. 그리고 힘껏 외친다. “오해 하지 마!”


표준은 없다
사실 예전에는 모든 여성들이 ‘네 가지’를 싫어하지 않았다. 옛말에 얼굴 값한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인기 있는 남자가 바람둥이 이미지라면 그에 비해 인기 없는 남자는 한 여자만을 진득하게 사랑하는 이미지로 비춰졌다. 또한 촌티 나는 남자 역시 단지 사투리를 쓰는 사람 정도로 큰 문제없이 잘 어울려 살아왔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처럼 키가 작더라도 다른 좋은 점을 부각해서 보기도 했으며, 뚱뚱하다는 것은 그만큼 듬직한 인상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네 가지’ 조건이 그리 큰 흠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표준화된 생활양식과 매스미디어를 통한 욕망의 이미지화는 ‘네 가지’를 포함해 많은 것을 비표준으로 만들었다. 전까지 아무 문제없던 사람들이 비표준, 마이너리티가 되어 버린 것이다.

세상에 완벽하게 객관적인 것은 없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양한 주관적 기준으로 판단한다. 정보화시대를 지나면서 다양한 매체가 등장했고, 스마트폰과 SNS를 통해 개별화된 표현의 도구와 기회가 늘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판단하는 기준은 다양해지기보다는 편협해졌으며, 유연해지기보다는 고착 되었다. 또한 기준에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욕망이 담긴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네 가지’는 현재 사람들의 욕망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인기 없는 남자는 명예와 인정에 대한 욕망을, 촌티 나는 남자는 표준에 대한 욕망을, 키 작은 남자와 뚱뚱한 남자는 외모에 대한 욕망을 그대로 드러낸다.


-사진 출처 : KBS 개그콘서트 방송장면 캡쳐

사회복지 당사자(대상자)들도 기준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몇십년 전까지만 해도 독거노인, 장애인, 한부모가정 모두 한 동네에서 어울려 살아왔다. 실제로 경로식당 서비스나 밑반찬서비스 없이도 잘 살아왔다. 오히려 잔존능력을 고려하지 않는 획일적인 생활형 사회복지 서비스들이 그들을 당사자(주체)보다는 대상자(객체)에 가깝게 만들어오지 않았나. 그러므로 사회복지사가 경계할 것은 ‘네 가지’라는 획일적인 기준의 적용과 ‘모든 여성들이 싫어하는’이라는 일방적인 판단이다. 세상에 완전한 표준은 없다. 단지 ‘표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있을 뿐이다. 그러니 현대 사회가 그리는 (비인격적이며 물질적인) 표준에만 따라갈 필요는 없다. 그리고 그 표준의 가장 큰 판단주체는 당사자다. 그러므로 당사자 마다 다른 개성과 삶의 방식을 존중하고, 그들을 진정 생태체계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당사자의 결정에 근거하여 관계로 돕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연단’이 되다
당사자의 힘든 점 중 하나는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복지관은 영구임대아파트 안에 있다. 2010년 기관의 비전과 미션을 세우기 위해 주민들을 만나보니 가장 크게 말씀하시는 키워드는 외로움이었다. 이야기 나눌 이웃이 없다는 것, 혼자라는 고립감,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풀어야할 지 모르는 막막함 말이다.

그런 점에서 ‘네 가지’ 멤버들은 우리가 만나는 당사자들과 다르다. 여성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그들이지만, 그들에게는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 한 사람 ‘연단’에 올라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겪은 일들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면서 때로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때로는 오해를 푼다. 그들은 단지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으로도 위안을 얻고, 이야기하는 동안 자신의 문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를 얻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네 가지’는 사회복지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사진 출처 : KBS 개그콘서트 방송장면 캡쳐

사회복지 역시 당사자가 지역 사회 내에서 소통할 수 있는 ‘연단’을 마련할 수 있게 기능해야 한다. 앞서 말한 생활형 서비스 역시 관계와 소통을 담아야한다. 단지 밑반찬을 만들어서 가져다주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밑반찬을 만드는 것이 좋겠다. 그게 어렵다면 밑반찬을 전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식으로 관계를 추구해야한다. 또한 행사를 하더라도 그 과정과 진행에서 관계와 소통을 담아야하고, 그것이 더욱 단단해지고 넓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서로 이해하다
다음으로 ‘네 가지’의 미덕은 어느 한 가지 문제만을 이야기하기보다 여러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는 점이다. 보통 사람들은 누구나 한두 가지 문제들을 가지고 있다. 그게 비록 다른 문제라 하더라도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공감으로 연결되기 마련이다. ‘네 가지’의 뚱뚱한 남자 역시 자신과 같이 여성들에게 비호감이며 오해를 사는 키 작은 남자의 고충을 흘겨 듣지 못한다.

이런 흐름은 사회운동에서도 일어나고 있는데 노동운동, 환경운동, 여성운동이 연합하는 적녹보라 운동이 그것이다. 물론 노동운동, 환경운동, 여성운동은 우리 사회 대표적인 운동 주제들로 각각 활발하고 치열하게 운동 중이다. 하지만 각개로 운동할 때 보다 연대할 때 보다 큰 힘을 낼 수 있다. 또한 함께할 때 문제에 통합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비정규직 문제를 단지 노동의 관점에서 접근하기 보다는 그 안에 여성과 환경의 시각을 담는다면 보다 근본적인 문제 인식과 대응이 가능한 것이다. 

사회복지 역시 그렇지 않나. 쌀 같은 후원품을 어르신에게 드릴 것인가, 장애인세대에 드릴 것인가. 그런 대립 상황 이전에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눌 자리가 마련되고 서로 깊이있게 상대를 이해하게 된다면 그 과정에서 총량이 정해져 있는 사회복지서비스를 누가 더 차지하는가의 문제를 넘어설 수 있게 될 것이다. 타인을 이해하게 된 사람들의 시선은 자신으로부터 이웃에게 그리고 살아가는 동네로 옮겨질 수 있게 될 것이다.

<개그콘서트-네 가지>는 우리에게 당사자를 표준으로 제단하지 말고 관계로 도울 것을 주장하고, 당사자에게 이웃 및 지역 사회와 소통하는 기회를 제공하되 여러 사람들이 함께하여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게 해줄 것을 말해준다. 그러다보면 솔직한 이야기 나눔과 공감의 웃음소리는 덤으로 따라오지 않을까.


청년 2012-06-26 (화) 17:31 14년전
잘 읽고갑니다^^
'오히려 잔존능력을 고려하지 않는 획일적인 생활형 사회복지 서비스들이 그들을 당사자(주체)보다는 대상자(객체)에 가깝게 만들어오지 않았나.'
이 부분이 정말 와닿았어요. 저도 모르는 사이에 도움을 받는 것에 익숙했었는데, 객체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제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또, 이번 살림장터가 소통이 원활이 이루어지는 관계의 장이 되길 바랍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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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진 2012-07-02 (월) 10:17 14년전
청년님 댓글 감사드립니다.
그렇지요. 저희 복지관도 그 부분을 경계하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인문학교육도 받으신 걸로 알고 있는데
여러가지 고민과 자각을 통해 온전한 삶의 주인이 되기 바랍니다.

살림장터와 관계의 맥을 정확히 이해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번 토요일에도 그런 기대를 담아 신나게 즐겨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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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영 2012-10-02 (화) 11:38 14년전
주민들이 자신의 말을 터놓고 할 수 있는 연단을 만든다는 것이 참 중요합니다.복지관이 다양한 형태의 말할 곳 소통의 자리를 만들어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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