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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꾼칼럼

<무한도전-위대한 유산> 네트워크의 성공

김상진 2017-01-10 (화) 14:03 9년전 6384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존재하지 않지 내일이
난 갈 곳 없는 방랑자 허나 이 땅엔 있다고 믿어 밝은 내일이
오늘을 마지막 날인 듯이 살아가 내게는 없어 내일이
- <만세> 가사 중 일부

2016년 말 <무한도전>은 힙합무대에 도전했다. <무한도전> 멤버들은 잘 나가는 힙합가수인 송민호, 개코, 도끼, 딘딘, 비와이, 지코와 함께 ‘역사’를 주제로 힙합음악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무한도전> 멤버들과 힙합가수들은 역사강사 설민석에게 강의를 듣기도 하고,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윤동주문학관 등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 결과 여섯 곡의 음원이 탄생하고 여섯 개의 무대가 마련되었다
.

네트워크의 시작은 목적합의
사실 <무한도전>과 ‘합합’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도 어느 정도 성공이 예견되는 소재였다. <쇼미더머니>의 성공 이후 힙합은 가요계를 이끄는 장르가 되었다. 많은 힙합가수들이 음원강자가 되고 높은 인기를 얻었다. 대세 장르 ‘힙합’은 <무한도전>에도 자연스럽게 등장했었다. 정준하가 <쇼미더머니>에 도전하여 “웃지마~”라며 랩을 하던 것은 2016년 한 해 동안 방영된 <무한도전> 중 가장 화제가 된 회차 중 하나였고, 대세 힙합가수 지코는 2016년 <무한도전>에 여러 번 출연하며 인기를 과시했다. 하지만 <무한도전> 제작진은 여기에 ‘역사’라는 핵심 소재를 더했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힙합에 도전하는 것은 2년에 한번 진행하는 가요제의 ‘힙합버전’ 정도에 머물 수도 있었다. 화제성은 있으나 메시지는 명확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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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유산‘이라는 에피소드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힙합’보다 오히려 ‘역사’에 비중이 있는 기획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무한도전>의 의도는 적중했다. ‘역사’의 옷을 입은 입은 힙합은 그동안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음악들을 결과물로 만들어냈고, 대중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사회복지계에도 <무한도전>과 힙합가수들이 했던 ‘위대한 유산’과 같은 수많은 협업이 있다. 보통 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일들 말이다. 핵심은 목적이다. 함께 모여 무엇을 할지가 명확해야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고 지속가능한 네트워크로 나아갈 수 있다. 혹 실패하거나 지속되지 않더라도 목적이 명확하다면 이를 통해 더욱 분명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그러니 네트워크의 시작은 목적 합의일 수밖에 없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역사를 전하겠다는 목적이 합의되었기에 <무한도전> 멤버들과 힙합가수들이 더욱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 또한 목적에 걸맞은 결과물을 낼 수 있었다.

네트워크는 서로 이익을 얻는 것
<무한도전> ‘위대한 유산’ 편에는 <무한도전> 멤버들과 힙합가수들 외에 또 다른 주인공이 있다. 역사강사 설민석과 역사학자들, 역사 관련 작가들 말이다. 그들은 <무한도전> 멤버들과 힙합가수들에게 역사를 가르쳐서 힙합에 ‘역사’라는 컨텐츠를 덧입혔다. 이렇게 해서 ‘위대한 유산’에는 <무한도전>측, 힙합가수들, 역사전문가들이라는 네트워크의 세 집단이 형성된다. 그리고 각각의 집단은 각기 자신의 자원을 내어주고 이를 통해 서로 이익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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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무한도전>측은 힙합가수들에게 최고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으로 인지도를 올리고, 역사라는 컨텐츠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역사전문가들에게는 인기 예능 프로그램을 통한 자연스러운 시청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역사 대중화’의 기회를 제공했다. 힙합가수들은 <무한도전> 멤버들에게 힙합에 도전할 수 있는 길잡이 역할을 했고, 함께 부를 곡을 만들고 함께 무대에 올랐다. 그 과정에서 <무한도전>에 여러 에피소드와 이야기를 제공하였다. 역사전문가들과 역사계에는 일반 대중들이 쉽고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는 힙합음악을 제공하여 역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마지막으로 역사전문가들은 <무한도전> 멤버들과 힙합가수들에게 역사교육을 제공하여 ‘역사 X 힙합' 컨텐츠를 만드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우리가 하는 네트워크 역시 일방적일 수는 없다. 함께하는 집단들은 여러 가지 자원을 통해 서로 기여해야 하고 이를 통해 서로 이익을 얻어야 한다. 그리고 서로가 얻는 이익은 앞서 살펴본 대로 네트워크의 목적에 맞아야 한다.
 

네트워크가 시대상까지 잘 담는다면
<무한도전> ‘위대한 유산’이 호평을 받은 것은 ‘힙합’이라는 장르로 ‘역사’를 풀어낸다는 신선한 발상과 실제 그것을 잘 이루어낸 결과물 때문이다. 하하와 송민호가 이순신 장군을, 황광희와 개코가 윤동주 시인을, 유재석과 도끼가 역사 속 위인들을, 박명수와 딘딘이 독도문제를, 양세형과 비와이가 일제시대 의열단을, 정준하와 지코가 세종대왕을 힙합으로 표현해냈다. ‘역사’라는 메시지를 위해 힙합을 죽인 것이 아니라 철저히 힙합을 살리는 방향으로 말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16년 우리나라 시대상을 잘 담은 것 역시 호평의 이유가 되었다. ‘위대한 유산’을 준비하던 시기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사태로 혼란한 시류와 겹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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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끝없는 대화”라는 에드워드 카의 말처럼 ‘위대한 유산’의 힙합곡들은 2016년 말 우리나라 현실을 역사라는 잣대로 바라보고 적용했다. 하하와 송민호는 <쏘아>에서 대통령 하야 촛불집회를 이순신 장군의 해전에 빗대어 “서울 한복판 펼친 학익진”으로 표현했고 “내포된 근성의 DNA”라며 긍정했다. 황광희와 개코는 <당신의 밤>에서 “근데 난 아직 두려워 촛불 위에 바람 / 죄책감이 섞인 철인의 자화상”이라며 윤동주 시인처럼 두려움과 부끄러움을 노래하는 동시에 “오늘 밤은 어둡기에 당신이 쓴 시가 별이 돼. 광장 위를 비추는 빛이 돼”라며 윤동주와 함께 시민들에게 지지를 보냈다. 다른 노래들 역시 과거 역사와 현실을 대비했다.

네트워크의 생명력도 얼마나 시대상을 잘 담느냐에 있다. 작게는 우리 동네의 문제에서, 기초자치구역이나 광역자치구역의 문제까지 네트워크의 범위나 규모에 맞추되 주제나 소재, 방법에 있어 시대상을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목적을 분명히 하고, 참여 기관단체가 서로 이익을 얻을 수 있게 하고 시대상까지 잘 담는다면 ‘위대한 유산’의 주제가 잘 담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존재하지 않지 내일이'라는 비와이의 랩처럼 우리의 네트워크도 또박또박 선명하게 잘 들리고 그 소리가 네트워크로 공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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